화석 에너지 소비에 급제동이 걸렸다. 화석 에너지 소비 과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30년 내 추방해야 하는 탄소 중립 명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탄소 중립 전략은 탈성장론과 녹색 성장론으로 나뉜다. 탈성장은 경제성장을 아예 포기하는 전략인 반면, 녹색 성장론은 어떻게든 성장을 지속하면서 화석 에너지를 줄이는 전략이다. 그냥 굶는 다이어트와 저칼로리 식사는 유지하면서 감량하는 다이어트의 차이와 같다.

녹색 성장은 에너지 전환이 핵심 전략이다. 마치 유선에서 무선으로 바뀐 통신 전환처럼 화석 에너지를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환시키면, 경제성장을 지속하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통신 전환과 에너지 전환은 완전히 다른 과정이다. 통신 전환은 이미 개발 완료된 무선통신 기술이 선도하며 시장이 따라가는 과정이었으나, 에너지 전환은 탄소 중립 요구에 맞춰 기술 개발이 뒤따라가야 하는 과정이다. 문제는 기술 개발의 불확실성이다. 실제로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에너지 저장 장치, 수소, 탄소 포집, 암모니아 발전 등 듣기에도 생소한 일부 녹색 신기술은 이른 시일 내 상용화가 어렵다는 것이 객관적 평가다. 녹색 성장론은 기술적 제약을 뛰어넘지 못한 채 좌초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설령 기술 개발에 성공한다고 해도 시간 제약은 또 다른 장애물이다. 탄소 중립 목표 시한은 2050년이다.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85%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화석 에너지를 30년도 채 남지 않은 기간에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녹색 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나라의 사정만 보더라도 무리해 보인다. 우리나라가 탄소 중립의 중간 목표로 설정한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40%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용량은 약 120GW 정도로 추산된다. 현재 재생에너지 누적 용량이 약 24GW이므로 향후 9년 동안 매년 10GW 이상씩 증설해야 가능한 목표다. 작년 태양광 신규 설치 용량이 4GW를 조금 넘고, 미국의 올해 태양광 증설 목표량이 20GW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달성 가능한 목표로 평가하기 어렵다.

녹색 성장에 의한 탄소 중립은 기술 제약, 시간 제약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생태사회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주요 선진국들에선 성장을 포기해서라도 화석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탈성장 주장까지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탈성장은 감당키 어려운 경제 사회 문제를 야기한다. 탈성장은 분배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더욱 증폭시킨다. 기후변화보다 훨씬 심각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탈성장은 오히려 기후변화보다 더 빨리 미래 세대를 구렁텅이로 내몰 수 있다. 현재의 경제 시스템은 부채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부채는 소득 증가를 전제로 미래 세대에게 떠넘긴 부담이다. 따라서 경제가 쪼그라들면, 그만큼 미래 세대의 부담은 가중된다. 그동안 경제를 지탱해 왔던 세대 간 암묵적 계약을 위태롭게 하여, 미래 세대에게 기후변화 위기와 함께 경제 위기까지 떠넘기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녹색 성장도 탈성장도 탄소 중립 성공을 이끌어내지 못할 공산이 크다. 탄소 중립 실패는 화석 에너지의 여전한 건재를 의미한다. 화석 에너지를 폐기의 대상으로만 여길 일이 아니다. 중국은 최대 재생에너지 투자국이면서도 석유 비축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거의 10년 동안 해외 자원 개발에 손 놓고 있는 실정이다. 화석 에너지 거의 전량을 수입하고 있는 에너지 빈국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고 탄소 중립 실패에도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