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사라진 사회를 생각해볼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미래가 바로 그러한 모습일 수 있다. ‘대학 재정 위기’, ‘대학 폐교’와 같은 말들이 심심찮게 언급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행정안전부가 입법 예고 추진 중인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대학 재정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 주요 내용은 대학과 그 법인이 1995년 이전에 취득하여 보유하고 있는 수익용 토지에 대해 분리과세 범위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대학의 지방세와 종부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개정안과 관련하여 교육부가 몇몇 대학을 샘플로 조사한 결과, 22개 대학이 연간 세금 550억원을 더 내게 된다고 한다. 또 한국대학법인협의회는 가장 많은 부담을 지게 될 대학의 경우 추가 세금이 연간 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증가되는 재정 부담은 등록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교육과 연구에 이루어지던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 우리 대학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임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그간 대학과 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에 분리과세가 적용되어 왔음은 해당 토지가 교육이라는 사회 공공의 목적을 위해 이용되어 왔다는 정책적 고려 때문이었다. 실제로 학교법인은 사립학교법에 따라 일정액 이상의 수익용 재산을 필수적으로 확보해야 하고 관할청 허가 없이 임의로 처분할 수도 없으며, 수익은 대학으로 보내 교육과 연구의 질적 향상을 위해 써야 한다. 대학법인에는 수익을 창출하여 대학 재정을 지원함으로써 안정적인 교육 환경을 조성할 의무가 부여되는 것이다. 이렇게 대학법인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조성한 수익용 토지에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한다는 사립학교법의 목적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한편 법률을 개정하고자 할 때에는 상위법에 저촉되는 점은 없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최근 국회에 행정안전부의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안과 반대되는 법안이 상정됐다. 토지의 취득 시점과 무관하게 대학의 보유 토지는 모두 분리과세 대상으로 하겠다는 내용이다. 본 법률안은 대학 교육 발전에의 기여라는 측면에서 정당성을 가진다고 할 것이며, 통과 시 이와 배치되는 내용의 시행령은 바로 폐기된다는 점에서 행정안전부의 시행령 개정안은 다시 한번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로 그 어느 때보다 교육과 연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 주요 대학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추어 산학 연계 프로젝트 등을 통해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를 육성하고, 글로벌 기업을 낳는 창업의 매개가 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대학을 위한 다양한 세금 우대 조치를 통해 교육과 연구의 지원이 이루어지는 사회적 환경이 있다.
우리 대학들 역시 세계의 대학들과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대학 경쟁력은 건전한 재정에서 비롯된다. 이를 위한 대학의 자체적인 노력은 물론 사회·정책적인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