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개발지역 투기’에 분노가 거세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미공개 정보, 특히 공공개발 정보를 이용한 사익 편취다. 토지를 사지 않고 정보만 주고받는 거래도 가능하므로, 토지 보유 명단만 놓고 ‘투기 혐의’를 따질 일은 아니다.
공공주택 개발은 택지 수급 계획에서 용도 변경, 시공, 준공 관리까지 여러 기관이 인허가, 가치평가, 시공업체 선정 등의 권한을 행사하고 국토교통부 등 소관 부처의 감독을 받는다. 정치권과 이해 집단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역 개발 사업을 “내가 해냈다”며 업적을 과시하는 것이 증거다.
LH 직원들이 돈 구해서 땅 살 정도면 이미 개발 정보는 곳곳에 알려졌고, 발 빠른 사람들은 진작에 처분하거나 땅값이 더 오를 인근 지역을 산다. 정말 돈과 힘이 있는 이들은 미리 사두고 관청을 움직여 사업 계획을 키우거나 시공 등 더 큰 이권에 간여한다. 이들은 전면에 내세운 업체들이 있어서 드러나지도 않는다. 분당·일산·파주 등 개발 비리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대중의 분노가 커지자 부당 이익을 환수하자는 대책이 나온다. 토지 소유자가 개발 사업을 사주했는지 억울하게 수용당했는지는 알 수 없고, 어디까지 부당 이득인지도 모호하다. 재산 등록도 현실성이 없다. 인허가와 가치 평가, 시공에 관계되는 사람들 재산을 다 등록해서 감시할 수도 없고, 정보 거래와 이권 보상으로 오가는 돈은 쉽게 잡히지 않는다. 이해충돌 방지법은 불행히도 공무원과 공공기관 종사자만 해당될 뿐 진짜 힘센 사람들은 다 빠져나간다.
우리나라의 도시 개발과 택지 조성 제도는 정교하지만 개발 정보의 보안과 사익 편취 방지 부분이 취약하다. 사업 계획과 실행에 정치권과 이해 집단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답은 명확하다. 증시처럼 개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를 처벌하고, 몰라서 헐값에 팔아 억울한 일 없게 정보 공시를 확대하면 된다. 정치적 압력은 대가성 거래를 수사해서 처벌해야 한다. 지역을 위한 헌신과 이권 개입은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상 사건 관련자인 부처들이 조사한다고 나서면 진실을 덮는다는 오해를 살 뿐이다.
문제의 원인은 중심을 잃고 휘둘리는 주택 정책이다. 강남 집값을 잡으려면 대체하는 주택 단지를 짓고, 서민 기본 주거가 시급하면 임대 주택을 확보하는 게 순리다. 수도권 거주를 선호하면 고밀도 개발도 대안이다. 그러나 고급 주택을 지으면 서민을 버리는 일이고, 도심의 고층 아파트는 환경과 자연에 해가 된다며 터부가 된다. 새집을 지어도 부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주장 앞에 공급 대책은 설 곳이 없다. 집값이 너무 올라 대책이 없으면 그제야 화들짝 대규모 공급 대책이 나오는데, 이제 개발 정책을 쥔 분들은 부담 없이 권력을 행사한다.
사업적 판단으로 제때 필요한 곳에 집을 지으면 사정이 낫겠지만, “집은 사는[住] 곳”이란 착한 명제 앞에 민간 재개발·재건축은 서민들 내쫓고 부자들만 배 불리는 ‘시장의 탐욕’으로 치부된다. 그래서 공급이 막히고 수요가 쌓이면 대규모 공공 개발밖에 답이 없는데, 여기엔 개발 정보와 권력으로 사익을 챙기는 ‘공공의 탐욕’이 기다린다. 부당 거래를 의심받는 광명·시흥 지역이 비슷한 예이다.
민간 주도 개발만이 답은 아니다. 주택 정책에 공공 개발도 필요하다. 다만 시장의 탐욕만큼 공공의 탐욕도 경계해야 한다. ‘공공’과 ‘서민’을 앞세운 땜질 정책을 바로잡지 못하면 부동산 정책은 이권 집단의 먹거리가 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