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LG에너지솔루션(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3년 이상 계속된 배터리 영업 비밀 침해 분쟁에 대하여 “소송 비용이 수천억 원에 달한다고 하는데,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라 양 사가 싸우면 남 좋은 일만 시킨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필자는 위와 같은 총리의 발언과 국내 제약 기업들 간의 유사한 해외 분쟁 사례를 접하고 국내 중재 산업의 발전 측면에서 다른 생각을 해 보았다.
위 분쟁은 기본적으로 한국 기업들 사이의 상사 분쟁이고 대부분의 증거 조사 또한 한국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가 가진 분쟁 해결 인프라에 따라 해결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경제적일 수 있다.
분쟁 해결 인프라로는 국내 소송도 있지만 중재를 이용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 중재 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소송을 대체하는 대표적인 제도의 하나이고, 우리나라에 1966년 도입된 이래 다년간 쌓아온 경험에 힘입어 우리 사회에 또 하나의 분쟁 해결 제도로 자리 잡았다.
대한상사중재원에 접수된 클레임 건수는 2009년 1117건에서 2019년 1만1109건으로 10년 사이 10배 정도, 분쟁 금액은 같은 기간 약 5500억원에서 약 2조3600억원으로 4배 이상으로 증가하였다. 아울러 그 수요 분야도 과거에는 국내 상거래, 무역, 건설 등 제한된 분야에 머물러 있었던 것에 반해 최근에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지식재산권, M&A,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로 중재 서비스 수요가 확대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대한상사중재원의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세계화 노력, 국내 법률 시장에서 중재 분야의 역량 성장 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힘입어 현재 우리나라는 국내·국제 중재 분야에서 어떠한 대규모의 복잡한 분쟁이라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인적·물적인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과거 해외에 진출한 국내 건설 업체가 함께 진출한 하도급 업체와의 해외 현지에서의 분쟁을 유럽의 중재 기관에서 다루는 것과 관련하여 우리 중재 전문가들 사이에서 한국의 중재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의가 이루어진 적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마저 한국 내 중재 기관을 계속 외면한다면 갈등 해결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성숙도나 국가 신인도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또 그만큼 한국 중재 산업도 싱가포르나 홍콩과 같은 수준의 국제적인 경쟁력과 지위를 갖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중재 제도는 소송의 대체 수단이고 단심제로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추가 분쟁을 방지한다. 나아가 기업들 사이의 비밀을 유지하면서 효과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다. 당사자 의사를 존중하여 유연하게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향후 국내 기업들 간의 국제적 요소를 지닌 대규모 분쟁에서도 국내의 중재 제도가 더 자주 이용되기를 바란다.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한국 중재 산업의 발전 및 분쟁 해결 능력의 제고에도 도움이 되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