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곽상언 의원에게는 늘 ‘노무현 대통령의 사위’라는 이름표가 붙어 다닌다. 그러나 곽상언은 요즘 김어준으로 상징되는 ‘유튜브 권력’ 비판으로 더 화제가 됐다. 작년 9월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른다”며 민주당에서 이 문제를 처음 제기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어르신(장인)’을 닮았다는 칭찬과 분위기 파악 못 한다는 비난이 교차했다.
곽상언은 최근 ‘노무현 재단’ 이야기를 했다. 몇 가지를 직접 물었는데 특정인을 거명하기보다 재단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선 “재단이 설립 목적대로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빵을 만들기 위해 설립된 회사는 빵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회사 돈을 빵집 주인 책 홍보하고 판매하는 데 사용한다면 그건 빵 회사가 아니라고 했다. 재단 홈페이지나 유튜브에 누구 이름이 가장 많이 언급되는지 보라고 했다. 곽 의원은 “노 대통령이 중심으로 보이나요? 아닌 것 같죠?”라고 했다. 재단에 노 대통령 다음으로 자주 등장하는 건 유시민씨였다. 최근 게시물에도 유씨가 출연하는 ‘알릴레오 북스 시즌 7’ 예고 글이 올라왔다. 인혁당 사형수 아내의 구술을 기록한 유시민씨의 책 출판 기념회 동영상도 있다. 그러나 유씨가 재단 이사장을 지냈다는 것 말고 그 책과 재단의 연관성을 찾기 어려웠다. “노무현 재단이 유씨 개인의 스피커냐. 공과 사를 구분하라” 같은 비판 댓글도 적지 않았다.
곽 의원은 “그는 자신을 정치를 떠난 작가로 불러 달라면서도 중요 순간마다 정치적 지시를 한다”며 “그러다 불리하면 노 대통령을 거명하며 빠져나가려 한다”고 했다. 유씨는 최근 민주당 지지층을 가치 추구 집단 A, 이익 추구 집단 B 등으로 나누면서 노무현 이름을 또 언급했다. 2009년 설립된 노무현 재단은 시민학교, 연구자 지원, 논문 공모 등 다양한 기획과 사업으로 고인의 정신 계승에 애써왔다. 그러나 유씨 관련 부분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늘고 있다. “노무현 재단이 아니라 유시민 재단 같다”는 댓글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 계파 갈등에 유씨가 개입하면서 불똥이 재단까지 튀었다.
2019년 만들어진 ‘노회찬 재단’은 영향력이나 규모 면에서 비교 대상이 아닐 것이다. 유튜브 구독자도 180만명 대 2만명으로 90배 차이가 난다. 그러나 노회찬 재단에는 특정인 문제나 정치 개입 문제가 없다. ‘노회찬 아카이브’는 그의 말과 기록 같은 과거를 기록하고 있고, ‘노회찬 정치학교’는 그의 뜻을 미래 세대에게 계승하기 위한 것이다. 노회찬 학교 핵심 강좌는 ‘노회찬의 말하기’다. 강상구 학교장은 “막말과 거기에 담긴 왜곡된 ‘분노’는 정치적으로 가진 자들의 말놀음”이라며 “선명하지만 쉽고 친절하게 말하는 노회찬 정신을 가르치려 한다”고 말했다. 수강생들은 “정치는 갈등의 도구가 아니라 연대의 시작임을 배웠다” “날을 세우지 않고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부드러운 말로 정치를 하고 싶다”고 했다. 노회찬은 가장 급진적인 사상과 주장을 가장 친근한 언어로, 사회를 분열시키는 언어가 아닌 통합의 언어로 설득하려 했다. 수강생 다수는 민주당, 정의당 지지층이지만 가끔 보수 지지층도 찾아온다고 한다. 현재 이사장은 조승수 전 의원이 맡고 있지만, 그의 이름과 사진은 이사장 인사말 코너를 찾아야 볼 수 있다.
노회찬은 2018년 정치자금 관련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생을 마감했다. 지금 논의되는 검찰 문제와 관련해 가장 할 말이 많다면 바로 노회찬이었을 것이다. 검찰청 폐지를 동반한 민주당의 법 왜곡죄와 다르지만, 법 왜곡죄를 2016년 처음 주장했던 것도 노회찬이다. 그러나 정작 노회찬 재단이 이 문제를 대하는 태도는 분노나 복수 대신 냉철함이다. 노회찬 재단은 “우리는 특정 정당의 부속기관이 아니다.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 비영리 재단법인”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검찰 법안을 일방 처리한 뒤 봉하마을에 내려가 “대통령님께 보고드립니다. 검찰청은 폐지됐습니다”라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또 ‘논두렁 시계’를 언급했다. 곽상언 의원은 “그 말은 어르신을 추모한다면서 모욕하는 행위”라고 했다. 어떤 여인이 누군가의 잘못으로 화상을 입었는데 맨날 “화상으로 일그러진 그녀의 얼굴을 보라”고 하면 그것이 그녀를 위한 행동이냐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유서에서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고 썼다. 민주당은 노무현의 이름을 앞세워 법 왜곡죄를 정당화했지만, 곽상언은 “경찰에 무소불위 권력을 부여해 삼권분립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법 왜곡죄를 비판했다. 민주당에서 나온 유일한 반대 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