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만 라스알카이마 북부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인근 걸프 해역의 화물선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은 4주째 접어들었지만 뚜렷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상태로 가고 있다. 전쟁 초기 기세등등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표정이 점차 일그러져 가고 있는 것을 보면 미국이 전투는 이기고 있겠지만 전쟁에서는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란 전쟁은 미국과 동맹 관계에 있으면서 핵을 가진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이 여러 가지를 학습할 기회다.

첫째, 이란의 핵은 어떻게 될 것인가? 트럼프는 이란 공습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란은 핵을 포기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거부했다. 우리는 이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우리가 때리지 않았으면 이란은 2주 이내에 핵무기를 갖췄을 것이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이 더는 우라늄을 농축하거나 미사일을 제조할 수 없다”며 핵 시설 파괴를 공언했지만 이란 쪽의 확인은 없다.

이란의 핵은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연계된 북한 핵과는 전술 목표가 다르다. 그런데 트럼프는 지난해 취임 이후 북핵 문제를 거론한 적이 없다. 미국 조야는 사실상 핵이 완성된 것으로 믿고 있다. 북한 핵과 이란 핵의 차이는 이미 만들어 놓은 것과 만들고 있는 것의 차이일까? 미국의 어느 논자는 “북한 핵은 되고 이란 핵은 안 된다는 논리는 무엇이냐” “이란의 핵을 없애려면 이스라엘의 핵도 없애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강대국들은 자신들은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서 중간급 국가들은 핵에 손도 대지 못하게 한다. 또 이미 있는 핵에는 끽소리도 못 하면서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핵을 가져보겠다고 하는 중소 국가들의 안간힘에는 서슴없이 철퇴를 내리는 핵 기득권 논리도 문제다.

이란 사태에서 우리가 얻는 교훈은 핵 보유 문제는 외교적 협상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현실이다. 그 국가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를 강대국들이 외교적 협상으로 어르고 달래서 주저앉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결국 전쟁이란 방식으로 제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란 사태에서 본다. 우리는 언제까지 주변의 선의와 약속만 믿고 난공불락의 북핵 앞에 떨고 서 있어야 하나, 그것이 문제다.

미국 싱크탱크 저먼마샬펀드가 1월5일 공개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보고서의 표지. '소규모 충돌과 대규모 전쟁 시나리오로 본 중국에 대한 영향'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저먼마샬펀드

둘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세계 원유 공급 차단의 문제다. 트럼프는 거기까지는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짧은 기간에 폭탄을 쏟아붓고 지도자들을 제거하면 이란이 항복할 것으로 본 모양이다. 하지만 이란의 저항은 끈질겼고 세계 경제의 목줄이나 다름없던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함으로써 세계 원유 시장에 예기치 않은 폭탄을 던졌다. 우리가 여기에 주목하는 것은 중국이 호르무즈 사태에서 ‘대만과 남중국해’의 미래를 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거기가 바로 ‘동(東)아시아의 호르무즈’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대만을 점령하고 해협을 내해(內海)로 만들 때 이 지역을 통과해야 하는 세계, 특히 아시아 나라들의 에너지 목줄을 쥐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점, 그때 미국·일본·한국 등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점을 예의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셋째, 트럼프는 이란이 항복하면 이란의 하메네이 신정(神政) 체제가 무너지고 ‘이란의 민주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본 것 같다. 베네수엘라에서 피 한 방울 없이 마두로 정권을 무너뜨리고 이뤄낸 ‘족집게 전략’에 크게 고무돼 있는 트럼프는 이란에서도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을지 모른다. 트럼프는 “우리가 (이란 폭격을) 끝내고 나면 이란 정권은 당신(이란 국민)들 몫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 이란 민주화 세력의 목소리나 반정부 세력의 존재감은 보이지 않는다. 외신 보도는 이란 국민이 지금 외부의 공습에 쑥대밭이 돼가는 나라와 국민 앞에 망연자실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외부의 공격 앞에 ‘반정부’가 들어설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결국 나라의 문제는 자국민의 힘과 노력과 예지로 풀어 나가는 것이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베네수엘라에서의 ‘성공’은 베네수엘라 국민과 국토의 초토화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기도 하다.

이란 전쟁이 끝나더라도 호르무즈 해협 문제로 야기된 세계 유가 혼란의 상처는 상당 기간 남을 것이다. 한국 경제도 예외일 수 없다.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한국은 호르무즈 해협 사태에 기회주의적 자세를 지향해야 한다.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이 어디인가 살펴야 한다. 트럼프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처지에 호응하는 것이다. 외교 국방에서는 원리주의란 없다. 기회주의가 차선(次善)이다. 그리고 미국 국민은 트럼프의 이란 전쟁에 동조하지 않더라도 동맹국들의 태도는 오래 기억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