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 이건태(오른쪽에서 세번째)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11일 이대통령 등에 대한 공소 취소를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이 사법 3법에 이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까지 들고나온 것은 ‘이른바 사법 개혁’이 대통령 방탄(防彈) 목적임을 대놓고 자백한 것과 다름없다. 사법 체계를 뒤집는 3법을 강행 처리하자 곧바로 공소 취소를 위한 국정조사 절차에 돌입했다. 입법 권력을 총동원해 대통령의 재판 자체를 없던 걸로 만들겠다 한다. ‘개혁’은 핑계에 불과했다는 뜻으로 들린다.

민주당은 관련자들을 국정조사장에 세워 ‘조작 수사’임을 증명하겠다고 한다. 대북 송금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가 민주당 측 압박에 번복한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검찰의 항소 포기로 범죄 수익금 수천억 원을 고스란히 챙기게 된 대장동 일당 등을 불러내 마이크를 물리겠다고 한다. 그렇게 정치 이벤트를 통해 수집한 친정권 인물들의 ‘오염’된 진술을 근거로 공소를 취하시키겠다는 것이다. 법치 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나 싶다.

원하는 건 다 이루고야 마는 민주당은 사법 절차마저 정치에 복속시키겠다며 서슬이 퍼렇다. 그러나 유죄를 무죄로 뒤집는 일이 그렇게 쉬울 리 없다. 사법 판단은 힘 있는 다수가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정치 게임이 아니다. 법안은 다수결로 되지만, 죄가 있고 없고는 객관적 사실과 보편 타당한 법리가 결정하는 정의의 영역에 속한다. 찍어 누르면 통한다고 여긴다면 오산이다.

안타깝게도 민주당이 공소 취소 리스트에 올린 사건들은 법원의 판결 흐름이 이 대통령 쪽에 유리하지 않다. 이 대통령 재판은 중단됐지만, 다른 관련자 사건들이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이 대통령과 같은 사안으로 기소된 대장동·위례·대북송금 사건의 공범들 재판에서 법원은 범죄 구조를 인정하는 법리 판단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일련의 판결 동향이 이 대통령 혐의를 간접적으로, 그러나 일관되게 뒷받침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 1심은 김만배·남욱씨 등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성남시 수뇌부’의 책임을 언급했다. 사건을 “유착에 따른 부패 범죄”로 규정하고 “성남시 수뇌부가 주요 결정을 내렸다”고 명시했다. ‘수뇌부’라면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 위례 사건에서도 1심 판사는 검찰의 공소 설계 오류를 이유로 업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성남시 내부 비밀”이 활용됐다며 불법성을 인정했다. 위례 사업이 “이재명 시장 재선”을 위해 “비밀리에 추진”됐다고도 했다. 대장동·위례 일당과 공모 관계로 별도 기소된 이 대통령의 혐의를 우회적으로 암시한 것이다.

백현동 사건의 1·2·3심은 성남시가 불법 특혜를 제공했음을 인정하고 이재명 선거 캠프 출신 로비스트에게 징역형을 내렸다. 판결문엔 알선·로비가 “이재명·정진상 등의 직무에 속한 인허가 사항”을 대상으로 이뤄졌다고 못박았다. 특혜를 알선한 사람이 유죄면, 특혜를 준 사람도 유죄인 것이 상식이다.

대북 송금 사건의 1·2·3심 재판부는 쌍방울이 북한에 보낸 230만달러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방북 사례금”이라고 판정했다. 이 대통령을 위한 ‘제3자 뇌물’ 성격이란 뜻이다. 쌍방울에 송금을 요청한 이화영 전 부지사는 대법원 유죄가 확정됐다. 이 전 부지사의 혐의 구조는 이 대통령과 유사하다. 다른 재판부 판단이긴 하나, 이 대통령 사건에서도 같은 법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봐야 한다.

공소를 취소시키려면 이런 법원 판례를 뒤집을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야 한다. 그런 것이 있었다면 벌써 나왔을 것이다. 민주당이 큰 건 잡았다는 듯 떠드는 ‘연어 파티 조사’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공소 취소는 다른 진범이 잡히는 경우처럼 유죄 가능성이 0%에 가까울 때나 하는 것이다. 검찰도 마음은 굴뚝같겠지만 방법이 없어 고민스러울 것이다. 아무리 정권의 충견이라도 법원이 관련 판결을 통해 범죄성을 인정하는 사건을 아예 백지화할 만큼 무모하진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법 왜곡죄’라는 피할 수 없는 함정이 있다. 민주당이 강행 도입한 법 왜곡죄는 검사가 ‘의도적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경우’ 10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법원 판례를 역행하는 공소 취소가 정확하게 여기에 해당한다. 설사 수뇌부가 지시한다 해도 처벌을 걱정하는 일선 검사가 따르려 하지 않을 것이다. 판·검사를 압박하려 법 왜곡죄를 밀어붙인 민주당이 자승자박에 빠진 형국이다.

어떤 충성파 검사가 두 눈 질끈 감고 공소 취소를 감행할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데 법 왜곡죄의 공소 시효는 10년이다. 정권이 두 번 바뀔 시간이다. 공소를 취소해준 검사가 민주당 정권 아래선 무사할지 몰라도 10년 사이 정치 지형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아무리 권력에 잘 보이고 싶어도 10년간 처벌 위험성을 감수할 만큼 배짱 큰 검사가 있을 것 같진 않다. 그럴 리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권력자의 범죄 혐의를 소멸시키려는 집권당의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그건 나라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