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대장동 관련자들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자 민주당은 대통령 재임 중에는 형사재판을 중지하는 ‘재판 중지법’을 추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때였던 작년 5월에 처음 추진했지만, 대선 이후 대통령 재판 5건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수면 아래로 들어간 사안이었다. 민주당은 ‘국정 안정법’이라는 간판까지 달았는데 청와대 반응이 뜻밖이었다. 청와대는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며 반대했고 당청(黨靑) 갈등으로 번졌다. 대통령 뜻과 무관한 정쟁 법안을 부각시켜 APEC 같은 대통령 성과가 묻힌다는 이유였다.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는 이유라면 청와대는 재판소원법(4심제), 대법관 증원법, 법 왜곡죄도 반대해야 마땅하다.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이 법들은 대통령 재판이 아니라면 이처럼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는 사안이다. 야당이 “대통령 방탄법”으로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통령의 우군인 민변과 참여연대까지 반대했지만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재판중지법’을 정쟁 유발이라며 중단시켰던 청와대가 정쟁 폭발 법안들은 수용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의도와 달리 재판중지법이 청와대 심기를 건드린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중지법’이 시행돼도 결국 임기 후에는 재판을 받으라는 것인데 이 부분이 불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퇴임 후 재판 재개를 막을 방법은 검찰이 공소를 취소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일부 친명 의원들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모임을 만들었고, 유시민씨가 “미친 짓”이라고 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당 차원의 위원회로 승격시켰다. 4개월 전 재판중지법을 중단시킨 청와대는 공소 취소에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모든 대통령에게는 이성과 합리가 통하지 않는 사안이 있었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에게는 아들 문제가 그랬고,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최순실이 그랬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문제에 무리에 무리를 거듭하다 계엄으로 자폭했다. 대통령이 어긋난 판단을 해도 누구도 말을 못 하다 나중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구조다. 이 대통령은 외교나 탈원전 등에서 실용적 입장을 유지하며 50%대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실용주의는 자신의 재판 문제 앞에선 작동이 멈췄다. 4심제, 법 왜곡죄, 대법관 증원이 그렇다. 최근 김어준 유튜브에서 검찰과의 거래설을 제기해 난리가 난 공소 취소도 대통령 재판과 직결된 사안이다.
공소 취소 거래설 문제는 이런 맥락 속에서 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김어준씨는 그동안 “뭔가 냄새가 난다”는 음모론을 활용해 유튜브 권력이 됐다. 세월호도 이태원도 천안함도 부정선거도 다 이런 식이었지만 아무 탈이 나지 않았다. 팩트의 허술함은 진영의 끈끈함으로 방어할 수 있었고, 그런 것들이 누적돼 민주당에 누구도 도전할 수 없는 권력이 됐다. 그런데 최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부터 검찰 개편까지 자기 말이 안 먹히기 시작했다. 이랬던 적이 없었다.
김씨 지인은 “김어준은 야당 때가 조회 수도 훨씬 잘 나오고 수익도 많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검찰 개혁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상왕 지위 공고화에 나서려 했겠지만 대통령의 가장 민감한 문제까지 ‘음모론’을 꺼냈다. 그러나 그 방식이 너무 서툴고 거칠었다. ‘음모론’으로 재미를 봤더라도 자기 문제에 ‘음모론’을 꺼내는 데 반길 권력자가 누가 있겠나. 대통령 재판 문제를 두고 검찰과 거래한 ‘냄새가 난다’고 했으니 청와대로선 자신들을 농락한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김씨는 거래설 제기를 사전에 몰랐다고 했고, 민주당은 그를 고발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새벽 5시부터 아이템 하나하나 직접 체크하는 김씨가 사전에 몰랐다는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김씨는 이제 김민석 총리를 겨냥하며 “나 쉽게 죽지 않는다”며 진지전에 들어갔다.
재판 문제에서 시간은 대통령 편이 아니다. 오늘이 지나면 재판 재개 시간이 24시간 가까워지고, 곧 임기의 5분의 1이 지나간다. 민주당 정권이 연장되더라도 재판 재개를 막을 묘수는 없다. 김어준은 이런 약한 고리를 잘 알고 있다는 생각에 쉽게 접근하다 사고를 친 것이다. 대통령이 이번처럼 김씨 유튜브에 농락당하지 않으려면 문제의 근원을 제거하면 된다. 민주당에 공소 취소 위원회 해산을 요구하는 것이다. 사실 검찰이 공소 취소를 하든 대법관을 증원하고 4심제를 도입하든 재판 재개를 막을 왕도는 없다. 권력의 힘을 이용해 공소 취소를 한다면 나중에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이 대통령이 재판 문제를 정리할 유일한 길은 사분오열된 나라를 통합해 성공한 대통령으로 국민의 신뢰와 박수를 받으며 퇴임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