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27일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뉴시스

법왜곡죄 고발 대상 1호는 조희대 대법원장이었다. 법 자체가 작년 5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 사건을 유죄(有罪) 취지로 파기 환송한 조 원장을 겨냥한 것이니 예상대로 흘러가는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허망(虛妄)하고 어리석은 계엄 선포로 대통령 자리가 넝쿨째 굴러 들어오기 직전 이런 판결이 내려졌으니 이 대표와 민주당의 적개심(敵愾心)이 오죽하겠는가.

법왜곡죄 다음 과녁은 누굴까.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 5개 재판을 받고 있었다. 모든 재판이 중단된 상태다. 이 사건들 수사 검사들이 다음 고발될 최유력(最有力) 후보다. 수십 명에 달할 것이다. 수사 검사를 도왔던 검찰 수사관은 검사 숫자의 몇 배다.

5개 재판 중 1심·2심·3심을 모두 거친 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하나다. 1심 유죄·2심 무죄·3심 유죄 취지 파기 환송이었다. 유죄 선고를 내렸던 1심 판사를 그냥 둘까.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한 2심 판사들과 위증 교사 사건 1심 무죄 판결을 내린 판사는 베개를 높이 베고 자도 된다. 대장동·위례 백현동 사건·불법 대북 송금 사건은 2년 가까이 법정 문턱만 맴돌았으니 논외(論外)다.

법왜곡죄는 ‘법’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법이다. 국민 소득 3만달러 이상 되는 나라에 이런 법은 없다. 그래서 외국 입법(立法) 사례와 비교할 수도 없다. 처벌 조항은 무겁다. 10년 이하 징역과 10년 이하 자격 정지다.

형량(刑量)보다 겁나는 게 아무나 걸 수 있는 고무줄 내용이다.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타인의) 권익을 해(害)할 목적으로...’ ‘법령의 적용 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함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거나, ‘적용되어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하지 않으면...’ 처벌한다는 것이다. 자기네가 무슨 재주로 ‘목적’이 있고 없음을 판단하며, 법령을 ‘알면서도’ 적용하거나 적용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몰라서’ 그랬는지를 측정한다는 말인가. 유신(維新) 시대 긴급 조치 9호만도 못한 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길의 마지막 장애물을 제거해 준 ‘고마운 판사’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2023년 9월 26일 오전 10시부터 27일 오전 2시까지 16시간은 그의 정치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시간이다. 이 고비를 무사히 넘기지 못하면 정치 인생은 끝이었다. 그 닷새 전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무효 10표로 국회를 통과했다. 30명 가까운 민주당 의원이 그를 버렸다.

이제 구속 여부는 영장 전담 판사의 손에 맡겨졌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 50분까지 계속됐다. 심문을 끝낸 판사는 6시간 동안 고심(苦心)을 거듭했고, 이 대표는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다음 날 2시 20분 결정이 내려졌다. 영장 기각이었다.

영장 기각 사유서(事由書)가 길었다. 이 사건에서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기준은 ‘범죄 혐의가 확실하느냐’와 ‘범죄 증거를 없애려고 시도할 위험이 있느냐’ 여부였다. 판사는 위증 교사 건은 ‘증거가 확보돼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고, 백현동 사건은 ‘피의자(이 대표)가 관여했다고 볼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따라서 구속영장을 발부한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판사 판단은 달랐다. ‘증거가 확실하기에 그 증거를 없앨 우려가 작고’, ‘의심이 들지만 피의자가 범죄를 부인하는데 그의 방어권을 빼앗을 수 없다’면서 영장을 기각했다. 고개를 갸웃거릴 만한 논리 전개였다. 이 대표는 교도관에게 허리 굽혀 인사하며 구치소를 빠져나갔고, 정청래 의원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고 환호했다.

헌법 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했다. 영장 담당 판사는 이 대표 비판 세력의 비난은 받았으나 정권으로부터 위협과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았다. 이것이 ‘재판의 독립’이고 ‘사법부 독립’이고 ‘민주공화국의 정신’이다. 최대 수혜자(受惠者)가 이재명 대통령이다.

법왜곡죄가 그때도 있었더라면 영장담당 판사가 무사했을까. 이 대표에게 “부당하게 이익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적용돼야 할 법령임을 ‘알면서도’ 적용하지 않은” 법왜곡죄 위반 혐의로 법정에 서야 했을 것이다.

대통령은 언제든지 과거사(過去事)에 전쟁을 선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전쟁을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끝내지는 못한다. 천하의 트럼프도 이란 전쟁을 언제 어떻게 끝낼지 몰라 헤매고 있지 않은가. 대통령은 지금 수렁으로 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