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이 지난 달 27일 전북 군산시 새만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로봇·수소·AI 시티 투자협약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뉴스1

최근 현대자동차가 새만금에 9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는 소식은 전북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에 가뭄 속 단비와 같은 낭보였다. 단순한 기업의 확장을 넘어,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지방시대’와 ‘지방균형발전’을 실현하는 뚜렷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번 투자는 낙후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 수도권 집중 현상을 타파할 실질적인 승부처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투자의 완성은 ‘MOU 체결’이 아닌 ‘실제 착공’과 ‘고용 창출’에 있다. 과거 수많은 대형 프로젝트가 장밋빛 약속에 그쳤던 뼈아픈 사례를 우리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현대차의 이번 투자가 계획대로 이행되어 조속히 현장에서 장비 소리가 울려 퍼질 수 있도록 행정적 규제 혁파와 인프라 지원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기업이 ‘새만금에 투자하기 참 잘했다’고 체감할 수 있는 최적의 경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행정과 정치의 최우선 책무다.

또한 현대차의 선제적 결단을 마중물 삼아, 그에 버금가는 ‘제2, 제3의 대기업’을 새만금으로 불러들이는 일이 우리의 막중한 과제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설계할 글로벌 대기업이 새만금이라는 기회의 땅에서 현대차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전북 정치권의 역량을 총결집해야 할 시점이다. 단일 기업의 투자를 넘어 연관 산업군 전체를 끌어안는 ‘산업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새만금 프로젝트는 35년 전 첫 삽을 떴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표류해 왔다. 새만금은 이제 과거의 ‘가능성’만 있는 땅이 아니다. 항만, 철도, 공항이 어우러지는 ‘트라이포트(Tri-Port)’ 인프라가 눈앞에 가시화되었고,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가 검증한 최적의 제조·물류 허브다. 정부와 정치권은 현대차에 이은 또 다른 대형 투자 주체를 발굴하여 국가 경제의 균형추를 새만금으로 확실히 옮겨와야 한다.

새만금이 글로벌 대기업들에 독보적인 투자처인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에너지 패러다임의 핵심인 ‘전기 지산지소(地産地消)’의 실현이다. 전력 소비가 극심한 첨단 산업 기업들에 ‘어디서 생산된 전기를 쓰는가’는 이제 생존의 문제다. 새만금은 7GW 규모의 재생에너지가 생산되는 국내 유일의 에너지 거점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깨끗한 전기를 즉시 투입하는 ‘에너지 자립형 산단’은 글로벌 기업들의 RE100 달성과 ESG 경영을 위한 필수 전략지가 될 것이다.

둘째, 미래 산업의 융·복합 시너지다. 현대차가 모빌리티와 수소 생태계의 닻을 올린 만큼, 이를 뒷받침할 차세대 에너지 저장 장치(ESS), 첨단 ICT 데이터 센터, 그리고 AI 기반의 스마트 제조 시스템 분야의 대기업 유치가 절실하다. 특히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그린 데이터센터’나 친환경 소재 부문의 글로벌 기업이 들어선다면, 새만금은 명실상부한 ‘첨단 산업의 메카’로 거듭날 것이다.

기업의 투자는 이윤을 좇지만, 위대한 기업의 투자는 시대 정신을 담는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인 ‘지방균형발전’을 실현할 최적의 장소는 이제 새만금으로 압축되었다. 현대차의 투자가 실질적인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인구 유입으로 이어지도록 정치권과 행정이 밀착 지원하는 동시에, 추가적으로 글로벌 유수 기업 및 국내 대기업 투자를 유치하여 지방 성장의 강력한 엔진을 장착해야 한다. 정치권의 전략적 행보와 결단력 있는 유치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