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2일 시진핑 주석(앞줄 가운데)과 군 서열 2위인 장유샤 군사위 부주석(앞줄 오른쪽)이 베이징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장성 진급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은 양주민 신임 동부 전구 사령관이고, 오른쪽은 한성옌 중부 전구 사령관이다. 이행사 한 달 뒤 '장유샤 숙청'이 발표됐다./ 신화 연합뉴스

작년 12월 시진핑 주석이 동부 전구 사령관에 양즈빈 상장, 중부 전구 사령관에 한성옌 상장을 임명하는 장면을 중국 관영 CCTV가 보도했다. 두 사령관 모두 중국군 최고 계급인 상장으로 진급하는 자리였는데 축하하는 시 주석의 표정이 어두웠다. 군 서열 2위인 장유샤 군사위 부주석도 굳은 얼굴이었다. 참석자 누구도 웃지 않았다. 한 달 뒤 ‘장유샤 숙청’이 발표됐다. 최근엔 리차오밍 육군 사령관 등 상장 5명과 중장 1명, 소장 3명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 자격을 잃었다. 미국·이란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권력이 나온다’는 중국 총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시진핑은 해·공군 중용, 장유샤는 육군 간판

시진핑은 2016년 중국군 7대 군구를 5대 전구 체제로 개편했다. 5대 전구 중 동부 전구는 대만해협, 중부 전구는 베이징을 담당한다. 대만 통일은 시진핑의 최대 목표이고 베이징 방어는 시진핑 안전과 직결된다. 중국 공산군은 마오쩌둥 때부터 육군이 주력이다. 국민당과 내전에서 이기고도 해·공군이 약해 대만으로 달아난 장제스를 없애지 못했다. 중국군 요직은 육군이 차지해 왔다.

그런데 시진핑이 낙점한 신임 동부 전구 사령관인 양즈빈과 중부 전구의 한성옌은 모두 공군 출신이다. 전구 5곳 중 2곳 사령관이 공군인 것은 중국군 사상 처음이다. 양즈빈은 시진핑이 17년 근무한 푸젠성의 공군이었고 한성옌은 작년 9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사열을 총지휘했다. 국방장관도 육군 위주였는데 현재는 해군 사령관을 지낸 둥쥔이 발탁됐다. 낙마한 먀오화 전 중앙군사위원과 왕허우빈 전 로켓군 사령관도 해군 출신이다. 특히 먀오화는 시진핑과 함께 푸젠성에서 오래 복무했기 때문에 2024년 말 먀오화 낙마는 ‘시진핑 실각설’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시진핑은 ‘군 현대화’를 강조하며 육군보다 해·공군에 주안점을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강하고 있는 항공모함 전단과 스텔스 전투기도 해·공군 전력이다.

반면 장유샤는 육군의 간판이다. 육군 중에서도 핵심 전력이 모인 ‘선양 군구’ 사령관을 2007~2012년까지 지냈다. 선양 군구는 북부 전구로 개편됐는데 한반도 유사시 투입되는 실전형 부대다. 이곳 출신이 파벌을 형성하고 중국군 요직을 차지하곤 했다. 장유샤는 1970년대 말 중·베트남 전쟁에서 전공을 세운 적도 있어 군부 내 신망이 두터웠다.

2012년 집권한 시진핑은 장유샤의 손을 잡고 군권을 장악했다. 두 사람은 부친이 모두 공산군 원로여서 어릴 때부터 친분이 있었다고 한다. 군사위 주석이 된 시진핑은 선양 사령관이던 장유샤를 중앙군사위원으로 발탁해 부패가 심했던 무기·장비 분야를 맡겼다. 시진핑의 군 경험 부족을 장유샤가 메웠다. 시진핑이 권력을 잡자마자 ‘부패 청산’이라며 기존 군 실력자들을 대거 제거할 수 있었던 것도 장유샤 지원이 컸다고 봐야 한다. 장유샤는 2017년 군 서열 2위인 군사위 부주석이 됐다.

◇대만 공격과 대미 전략 놓고 갈등했을 가능성

시진핑과 장유샤 사이에 균열이 생긴 시기와 이유는 불분명하다. 소문은 많다. 2022년 시진핑이 ‘68세 이상 퇴진’ 관례를 깨고 3연임에 나서자 장유샤가 ‘같이 물러나자’고 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장은 시보다 세 살이 많다.

2024년 여름 중국군 인사가 있었다. 북부 전구 사령관에 새로 임명된 황밍 상장은 장유샤가 사령관이던 선양 군구의 기갑 사단장 출신이다. 남부 전구의 우야난 사령관도 선양 군구에서 장유샤 밑에 있었다. 기존에 있던 서부 전구 사령관 왕하이장과 숙청된 류전리 중앙군사위원은 모두 베트남전 참전으로 장유샤와 연결된다. 중부 전구 정치위원인 쉬더칭 상장도 장유샤가 복무한 13집단군 출신이다. 장유샤 인맥이 시진핑 근거지인 동부 전구를 제외한 주요 전구를 장악하며 시진핑을 에워쌌다.

이 인사 직후 미국 백악관의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방중해 시진핑과 왕이 외교부장뿐 아니라 장유샤 면담도 요청했다. 미 외교·안보 브레인이 중국군 2인자와 별도로 만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다음 달 장유샤와 가까운 우야난 남부 전구 사령관이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과 화상 통화를 했다. 이어 하와이에서 열린 안보 회담에도 참석했다. 시진핑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높이며 미국과 긴장을 형성하는 가운데 장유샤 인맥은 반대로 미국과 대화한 것이다. 이 때문인지 장유샤 숙청 직후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에 핵 관련 기밀 유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2023년 3월 12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당시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장유샤(중앙 위), 허웨이동(오른쪽 위)앞을 지나고 있다./AP 연합뉴스

시진핑은 “2027년 대만 통일”을 언급하고 있다. 섬을 점령하려면 해·공군력이 중요하다. 그런데 실제 전쟁을 해본 장유샤나 류전리 등은 상륙 작전이나 미군과 정면 대결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시진핑과 장유샤가 충돌했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군 기관지는 장유샤와 류전리가 “중앙군사위 주석제를 짓밟고 파괴했다”며 “군사위 지도부의 권위를 손상했다”고 했다. 장유샤·류전리 숙청은 부패 문제가 아니라 시진핑 주석의 군사 전략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란 의미로 읽힌다. 시진핑은 해·공군을 앞세운 대만 공격을 염두에 두고 있는데 장유샤 중심의 육군이 이에 반대하면서 군통수권자의 권위를 짓밟았다는 것이다.

최근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5대 전구 사령관 중 최근 임명된 동·중부를 제외하고 북·남·서부 사령관이 작년 하반기부터 공개 석상에서 안 보인다고 한다. 북부 황밍, 서부 왕하이장, 남부 우야난 사령관은 모두 장유샤와 가깝다. 육군 사령관까지 낙마했다. 시진핑은 14년 전 장유샤를 내세워 장악한 군권을 이제 자기 손으로 직접 틀어쥐려 하고 있다. 4일 개막한 최대 정치 행사 ‘양회’가 끝나면 시진핑은 추가 군 인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군 변동은 ‘이란 전쟁’ 이후 미·중 패권 경쟁과 바로 연결될 것이다.

최정예 육군 ‘선양 군구’ 출신이 중국군 요직 장악

중국군 북부 전구(옛 선양 군구)가 최정예 육군으로 꼽히는 이유는 한반도 유사시 투입되는 병력이기 때문이다. 대만과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동·남부는 해·공군이 중요하고 서부는 소수 민족 제압이 주요 목표다.

26일 중국 국방부가 공식 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사진으로, 중국 북부전구 38집단군이 북중 접경 모 지역에서 '옌한(嚴寒·엄한)'-2017 훈련을 진행 중인 모습.

북부 전구는 6·25와 중·러 국경 전쟁 등을 거치며 전략적 중요성이 커졌다. 이곳 출신이 군 요직을 차지했다. 덩샤오핑만 해도 항일 전쟁 지휘관 출신이기 때문에 특정 군맥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군 경력이 없는 장쩌민 주석부터는 군 실세를 끌어안아야 했다. 선양 군구에서만 20년 넘게 잔뼈가 굵은 쉬차이허우가 군사위 부주석으로 인사 등을 좌우했다. 시진핑 주석은 집권하자마자 선양 사령관을 지낸 장유샤를 앞세워 쉬차이허우 세력을 숙청했다.

시진핑은 2016년 선양 군구와 지난 군구 일부를 합쳐 북부 전구로 개편했다. 북부 전구의 사령부는 선양에 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북부의 육군 사령부는 산둥성 지난시에 있다. 북부 전구 핵심이 육군인데 그 사령부만 지난시에 떼어 놓은 것이다. 북부의 실제 육군 병력은 만리장성을 넘어 동북 3성에 집중돼 있다. 그 사령부를 베이징과 가까운 만리장성 아래에 둔 것은 혹시 모를 ‘군사 모의’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뿌리 깊은 북부 파벌이 최정예 육군 병력을 움직일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