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선 변호사·TV조선 ‘강적들’ 진행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8차 본회의에서 전날 상정된 법원조직법 개정안(대법관 증원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 종결 동의의 건 투표가 시작된 뒤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개혁 3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검찰청은 폐지됐고,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했으며, 대법관 정원은 대폭 확대됐다. 확정 판결 이후에도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게 하는 재판소원 제도까지 도입됐다. 여당은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개혁이라고 말한다. 야당은 한 사람을 위한 악법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둘 다 본질을 비껴간다. 대통령을 위한다는 것은 명분일 뿐이다. 아니, 대통령은 내심 반갑지 않을 것이다. 공소취소 모임이니, 방탄 입법이니 하면서 끊임없이 ‘당신은 피고인입니다’라고 상기시키는 정치적 행위가 과연 그에게 도움이 되겠는가. 대통령을 전면에 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대통령을 방패로 삼는 것이다.

검찰청 폐지는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다. 정치권을 직접 수사해 온 단일 축이 해체된다는 뜻이다. 그 축이 무너지면 권력은 쪼개지고, 쪼개진 권력은 더 쉽게 통제된다. 정치인 입장에서 부담이 줄어든다. 이어 등장한 중대범죄수사청은 처음 9대 범죄를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가 6가지로 줄였다. 빠진 것은 정치인과 직결된 공직자 범죄와 선거 범죄다. 우연이라고 보기엔 절묘하다. 정치인 입장에서 리스크가 낮아지는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대법관 증원은 더 노골적이다.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대법관은 14명에서 26명으로 늘었다. 대법관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국회의 동의를 받는다. 증원과 임기 교체분을 합치면 특정 시기 대통령이 대법관 다수를 임명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이는 사건 적체 해소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판례 지형을 재편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판례는 정권보다 오래간다. 재판소원 제도는 사실상 4심 구조다.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3인, 국회 3인, 대법원장 3인이 지명한다. 정치적 요소가 강하다. 정치적 사건일수록 헌법적 쟁점은 얼마든지 구성 가능하다. 확정성은 약해지고, 정치적 판단의 공간은 넓어진다.

여기에 법왜곡죄가 더해진다. 형사사건을 담당한 법관과 검사가 법령 적용을 왜곡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했다. ‘합리적 재량 범위’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고소 자체는 막지 못한다. 정치인이 판결에 불복해 형사 고소를 제기할 수 있는 구조가 열리면, 그 자체로 위축 효과가 발생한다. 판결을 내린 뒤에도 형사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면, 누가 과감한 판단을 하겠는가.

정치인에 대하여는 수사, 기소, 유죄판결까지 힘들게 만든 이 모든 변화는 동시에 이루어졌다. 이것을 대통령 1인을 위한 법이라고만 비판하는 야당은 둘 중 하나다. 정말로 구조를 읽지 못한 무식함이거나, 아니면 내심 같은 마음이거나. 정권은 바뀐다. 그러나 이렇게 설계된 구조는 남는다. 결국 가장 큰 수혜자는 정치권 전체다. 공소취소 모임도 마찬가지다. 공개적으로 공소취소를 요구하는 것은 대통령에게 부담을 지우는 행위다. “당신이 결단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대통령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정치권이 향후 자신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수사와 재판의 부담을 줄이려는 신호인가.

이쯤 되면 한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양두구육. 겉으로는 대통령을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자신들의 안위를 도모하는 정치다. 이 흐름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대통령이다. 대승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의 과도한 야욕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그것이 오히려 대통령의 국정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합리적 중도보수의 표는 완벽히 몰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