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두 달 전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을 기습 체포해 미국 법정에 세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엊그제 전격적으로 이란을 공습,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를 폭살함으로써 미국에 대립각을 세워 온 외국 수장(首長) 2명을 연달아 끝장내는 저돌성을 보였다. 트럼프 반대자들은 이런 트럼프를 세기의 무법자로 혹평하고 있지만 이제 세계의 반미 성향(反美性向) 독재자들은 벌벌 떨면서 문단속, 몸조심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트럼프가 이런 행동을 감행하면서 내세우는 명분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하나는 미국인의 생명 보호이고 다른 하나는 그 나라 인민의 독재자로부터의 해방이다. 한마디로 ‘미국인을 건드리지 마라’, 그리고 ‘자국민을 억압하지 마라’는 것이다. 방식도 특이하다. 미국이 그 나라를 점령해서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독재자만을 제거하고 주권은 돌려주는 식이다.
그런데 트럼프의 이런 방식은 우크라이나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우크라이나의 종전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만일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동맹 관계에 있고 우크라이나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었다면 애당초 러시아의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먹으려고 호시탐탐하지 못했을 것이고 종전 협상이 시작됐어도 지금 같은 상황으로 끌려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을 한반도에 비춰보자. 6·25 전쟁이 어떻게 시작됐고 70여 년이 지나는 동안 남북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어도, 미국과 동맹 조약이 있고 미군이 주둔하는 상황은 오늘의 한반도 평화를 이끌고 있는 결정적 동력(動力)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국과의 연계다. 바로 미국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 그런 인식에 금이 가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반미(反美) 의식에 오래 젖어 있던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있다. 북한 정권에 대한 호의적 접근, 반일(反日)·반미 운동에 오래 몸담았던 운동권 사고(思考), 친중 사고에 젖어 있는 대륙파의 득세, 그리고 미국의 강대국 행세 등이 겹치면서 한·미 관계에 피로감이 나타나고 있다. 과시욕이 남달리 강한 트럼프는 기회 있을 때마다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자신이 나서면 북한 제압이 문제없고 남북 관계가 호전될 것처럼 떠벌려, 좌파 세력들로서는 그것을 미국의 ‘친북 노선’인 양 착각하는 경향이 있어 왔다. 그리고 지금이 남북 간의 평화 정착 기회인 양 선전까지 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이 가세하고 있다. 지난주 북한은 9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무력(武力) 자랑, 한국 경멸, 미국과의 공존을 선전하며 한껏 세(勢)를 불리는 양상이다. 한·미 간의 군사 공조를 약화시키는 효과를 노린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이란 사태가 벌어진 것은 북한은 물론 세계의 여러 나라, 특히 반미 성향의 독재 국가들에 놀라운 ‘예상 밖의 일’일 것이다. 심지어 미국 내에서도 이란이 직접 미국을 도발하지 않았는데도 공격한 것은 미국인들의 평화 정신을 배신한 것이다, 이스라엘을 위한 대리 전쟁이다, 미국 의회의 전쟁 법안을 위반했다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이란 폭격을 지지하고 환영하는 나라는 바로 피격을 당한 그 나라, 즉 이란 사람들이란 사실에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의 이란 폭격에서 북한은 어떤 메시지를 읽었을까? 이번 이란 사태는 북한으로 하여금 핵 무력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구실을 주고 있을 것이다. 이란에 완성된 핵무기가 있었다면 미국이 저렇게 쉽게 이란을 공략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데만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핵무기에 너무 심취해 미국을 얕보는 처사를 삼갈 것인가 짐작할 따름이다.
한국에 주는 메시지도 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현실 인식이다. 우리로서는 세계 최강의 나라를 곁에 두고 있는 것보다 안전한 길은 없다. 그것이 우크라이나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반면 우리가 핵으로 가는 길은 그리 순탄치 않아 보인다. 한국의 좌파 정부가 핵 문제에 의지가 없고 미국이 핵 확산을 더욱 경계한다면 우리는 미국의 핵우산에만 더 매달릴 수밖에 없는 핵 도돌이표에 봉착할 것이다. 이번 이란 사태를 보면서 한반도 문제는 더욱 미궁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북한은 더 핵에 집착하고 우리는 손발이 묶인 채 한·미 관계는 시험대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