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새로운 당명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등 당지도부가 비공개 회의를 위해 당대표실로 입장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얼마 전 타계한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18년 초 ‘민주당 장기 집권론’을 꺼냈다. 당시 정치 상황은 지금과 흡사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가 초토화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손쉽게 들어섰다. 2018년 6월에는 지방선거도 있었다.

민주당 장기 집권론은 나중에 ‘20년 집권론’에서 ‘50년 집권론’으로 확장됐다. 일종의 장기 플랜이자 내부 결속용 성격도 있었지만, 당시 많은 사람이 허풍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17개 시·도지사 중 14곳을 휩쓸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대구·경북만 건졌고 제주에서는 원희룡이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국회의원 재·보궐이 12곳에서 치러졌는데 민주당이 경북 김천을 제외한 11곳을 이겼다.

문재인 정권이 ‘조국 사태’에 대한 보복으로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을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 축출’을 시도하지 않았다면, 민주당이 정권을 내놓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는 표 차이는 24만7077표, 득표율 차이는 0.73%포인트였다.

그에 앞서 보수는 2017년 탄핵 사태를 맞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빠른 절연(絶緣)을 선택했다. 탄핵에 수긍하지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지만 다른 길이 없다고 봤다.

지금은 어떤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1심 법원은 지난 19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권이 있지만 군·경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정치인 체포를 계획한 것은 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심 선고 다음 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사실상 판결에 불복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판결 확정 전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면서 “윤 전 대통령과 절연을 앞세우는 세력과 단호히 절연해야 한다”고 했다. 12·3 비상계엄이 “구국의 결단”이라는 윤 전 대통령의 입장도 같은 날 나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은 48.56%였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국민의힘 지지율은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중도와 합리적 보수층은 떠났고, ‘윤 어게인’ 정서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1심 선고 뒤에도 장 대표는 자신을 당 대표로 만들어준 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이재명 정부가 처한 조건이 좋은 것도 아니다.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주가 지수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내수 회복은 더디고 물가는 치솟고 있다. 대외적인 안보·통상 환경의 불확실성도 여전하고, 여권 내부에는 ‘명청 대결’로 대변되는 갈등 요소가 잠재돼 있다.

그럼에도 이대로 가면 지방선거는 볼 것도 없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영남권이 대부분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번 설 민심을 전하면서 “노년층에도 ‘투표하러 안 가겠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거듭나려면 차라리 폭망하는 게 낫다”고 하지만, 지금 보수의 분열상은 ‘민주당 장기 집권론’이 대두됐던 2018년보다 훨씬 심각하다.

현 정권은 ‘내란 프레임’을 최대한 활용해 입법·행정의 헤게모니를 완전히 장악했다. 법 왜곡죄와 재판소원제 도입, 대법관 증원 관련법을 밀어붙여 사법부도 통제권 아래 두려 한다. 이 모두가 민생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민주당의, 민주당에 의한, 민주당을 위한’ 법안들이다. 앞으로 100일 뒤 지방선거에서는 지방 권력까지 장악할 공산이 크다. ‘재건’과 ‘분열’의 기로에서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간 국민의힘 지도부, 과연 지방선거 이후 당이 온전할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