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사법 개혁 3법’은 ①3심제를 사실상 4심제로 바꾸고 ②대법관을 늘려 친정권 인물로 채우고 ③판결이 못마땅하면 판사를 처벌할 수 있게 한다는 법안이다. 헌법이 규정한 사법 체계를 뒤흔든다는 점에서 다수결의 외피를 쓴 법치 쿠데타에 다름 아니다. 민주당 정권은 왜 저토록 거칠게 법원을 공격할까. 그 속내를 알려줄 결정적 단서가 있다. 2025년 5월 1일, 문제의 ‘그날’ 벌어진 일이다.
이날은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내려진 날이었다. 허위 사실 공표 혐의의 선거법 사건에서 대법원은 신속 절차를 통해 ‘유죄 취지’의 파기 환송 판결을 내렸다. 1심 유죄, 2심 무죄로 엇갈린 하급심 판단을 유죄로 확정한 것이었다. 투표장에 나갈 유권자에게 정확한 후보자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이해됐지만 민주당은 “선거 개입”이라며 반발했다. 그리고 그날 밤, ‘사법 개혁’이란 이름의 법원 손보기 계획이 짜여졌다.
원래 법원은 민주당의 주 타깃이 아니었다. 이 대통령을 수사·기소한 검찰은 줄 탄핵에 조직까지 해체하며 두들겨 팼지만, 법원을 적대시하진 않았다. 오히려 이 대통령은 2023년 자신의 구속을 면해 준 영장 담당 판사, 2024년 위증 교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해 준 1심 판사를 언급하며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표명하기도 했다. 판결 전까진 대법원도 자기 편이라 생각한 듯했다. 그는 대법원과의 “소통”을 통해 “기각(무죄) 결정이 내려질 것이란 얘기를 듣고 있었다”고 했다. 뒤통수 맞았다는 뜻으로 읽혔다. 민주당의 ‘개혁 리스트’에 법원이 추가된 것이 바로 이날이었다.
그다음 날인 5월 2일, 일제 공격이 시작됐다. ①정진욱 의원은 대법원 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시켜 사실상 4심제를 도입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②김용민 등 민주당 의원 14명은 대법관 수를 두 배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③민형배 의원은 법리를 왜곡한 판·검사를 ‘법 왜곡죄’로 처벌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이 지금 강행하는 3법이 이날 하루에 일제히 시작된 것이었다. 사법 개혁 목적임을 주장하는 민주당의 알리바이는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법안을 주도한 정진욱·김용민·민형배 의원은 친명 강경파다. 대통령 측근들에 의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는 법이 한날한시에 발진했다. 각자 역할 분담해 3법을 밀어붙이기로 선거 캠프 내부에서 정리가 됐을 것이다. 그날 밤, 민주당은 사법 쿠데타의 강(江)을 건너고 말았다. 총칼 대신 입법권을 동원한 연성 쿠데타(Soft Coup)였다.
3법의 최대 수혜자가 대통령임은 말할 것도 없었다. 선거법 사건에서 이 대통령은 유죄가 확정됐고, 형량 산정만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4심제를 도입하면 헌법재판소에서 대법원 판결을 뒤집을 길이 열린다. 중단된 대장동·백현동·대북송금 재판도 다른 공범들이 유죄 판결을 받는 등 이 대통령에게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 대법관을 증원해 친여 인물로 채워 넣고, 판사 압박용 법 왜곡죄를 만드는 것은 퇴임 후 5개 재판이 재개될 때를 대비한 포석일 것이다. 3법이 ‘이 대통령 맞춤법’으로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전통 있는 공당(公黨)인데 설마 그런 짓을 하겠냐는 사람들이 있다. 이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이 유죄로 나오자 법을 고쳐 죄목 자체를 없애겠다고 선거법 개정안을 낸 것이 민주당이었다. 대장동·백현동·법카 사건의 핵심 혐의인 배임죄도 폐지하겠다고 했다. 심지어 이재명 검찰은 대장동 일당에 대한 항소 포기까지 감행했다. 대통령의 면죄(免罪)를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 안 가린다는 뜻을 감추지도 않았다.
그것도 모자라 재판 자체를 ‘소멸’시키는 작업에도 돌입했다. 이 대통령의 5개 재판에 대한 검찰 공소를 취소시키겠다며 민주당 소속 의원의 과반수인 87명이 모임을 결성했다. 검찰의 ‘조작 기소’에 대해 국정 조사를 벌이고, 수사·기소한 ‘정치 검사’들을 처벌하겠다고 한다. 아무리 정글 같은 정치판이라지만 그래도 넘어선 안 될 선이 있다. 금단의 살수(殺手)마저 서슴지 않는 것이 지금의 민주당식 정치다.
3법은 물론 공짜가 아니다. 국민의 사법 생활을 교란할 희대의 악법이 될 수 있다. 대법원 위에 헌재가 추가돼 4심제가 되면 안 그래도 느려 터진 심판 절차가 더 지연돼 끝없는 ‘소송 지옥’이 펼쳐질 것이다. 대법관을 12명 증원하면 대법관을 보좌할 재판 연구관 약 100명을 하급심 판사 중에서 차출해야 하고, 이로 인한 1·2심의 재판 지연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들이 소신 있는 판결을 주저해 사법 정의 훼손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
이 모든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간다. 단 한 사람을 위해 전 국민의 사법 권익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그 무지막지한 권력 의지가 섬뜩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