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관련 사건 앞에만 서면 흐물흐물해지는 이재명 검찰의 대장동 비호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지난주 대장동 일당의 2심 첫 재판에 나온 공판 검사의 자세가 그랬다. 50여 분 재판 중 피고 측 변호인이 약 40분간 변론을 펼치며 김만배씨 등의 재산에 대한 검찰의 동결(몰수 보전) 조치를 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석 달 전 검찰의 항소 포기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부분이 무죄 확정됐으니 재산을 처분할 수 있게 풀어 달라고 했다.
범죄 수익을 현금화하겠다는 뜻이었으나 공판 검사의 대응은 시큰둥했다. 입장을 묻는 판사의 질문에 “특별한 의견이 없다”고 한 게 전부였다. 온갖 수단 동원해 막아도 모자랄 판에 의견이 없다니, 이게 검사로서 할 말인가. 사법 쿠데타와도 같던 항소 포기로 대장동 업자들의 주요 혐의에 면죄부를 안겨준 것이 이재명 검찰이었다. 형벌 감면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치고, 국민이 갈취당한 범죄 수익이라도 제대로 환수해야 할 텐데 남의 일인 양 딴전 피우고 있다. 도둑이 장물을 챙겨 가도 눈감고 있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검찰 수뇌부가 수사팀 검사의 공판 참여를 막았을 때부터 예상된 일이긴 했다. 대장동 일당의 1심 재판엔 윤석열 검찰 때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 검사들이 참여해 공판을 이끌었다. 수사팀은 2심 재판도 맡겠다고 신청했다. 사건 내용을 꿰뚫고 있는 수사 검사가 공판을 담당하는 것이 유죄 입증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검찰은 이를 불허하고 다른 검사를 배치했다. “의견 없다”는 공판 검사 답변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검찰의 항소 포기로 처벌 수위를 대폭 낮추는 데 성공한 대장동 일당은 이제 수익금 회수에 올인하고 있다. 김만배씨는 계좌에 뭉칫돈을 쟁여 놓고 고액권 수표로 인출한 뒤 작은 단위로 쪼개는 수법으로 자금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다. 남욱씨가 서울 역삼동 땅을 500억원에 매물로 내놓은 것도 확인됐다. 자산을 현금화한 뒤 세탁해 꼬리를 자르려는 것이었다.
일당은 대장동에서 번 돈을 다양한 형태로 분산해 은닉했다. 김만배씨는 아내와 여동생 부부 등의 명의로 경기도 수원 땅, 서울 중랑구 오피스텔, 양천구 연립주택, 서대문구 단독주택, 포르셰 자동차 등을 사들였다. 남욱·정영학씨도 채권이며 아파트 등을 매입한 것이 확인됐다. 추적에 나선 성남시는 지금까지 1100여 억원의 범죄 자산을 찾아내 가압류했다.
그러나 추적망을 벗어난 돈은 그 몇 배에 이른다. 윤석열 검찰이 2022년, 4449억원이 흘러간 계좌들을 찾아냈으나 거의 다 인출되고 지금은 5억원만 남았다. 4000여 억원 뭉칫돈이 어디론가 증발한 것이다. 이 돈을 찾아내려면 검찰이 수사권을 발동해 자금 추적을 벌이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이재명 검찰에게 사라진 돈을 찾아오겠다는 의지는 희미해 보인다.
검찰이 손 놓은 사이, 야당 시장이 이끄는 성남시가 민사(民事) 절차를 통한 추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도와주지 않아 악전고투 중이다. 검찰은 대장동 일당 계좌에서 돈이 다 빠져나가 빈 깡통이 됐다는 사실조차 성남시에 알려주지 않았다. 동결 처분한 자산 목록도 제공하지 않아 성남시가 6만 쪽에 달하는 서류를 하나하나 뒤져 찾아내야 했다. 법원에서 서류를 복사하는 데만 하루 1000쪽씩, 꼬박 두 달이 걸렸다고 한다. 그 바람에 또 대장동 일당에게 시간을 벌게 해주었다.
윤석열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업자들이 성남시 수뇌부와 결탁해 대장동 사업권을 불법적으로 따낸 뒤 얻어낸 부당 이익은 7886억원에 달한다. 김만배씨가 5823억원, 남욱씨가 1010억원, 정영학씨 등이 1050억원씩 챙겼다고 검찰은 계산했다. 대장동 일당조차 자기들끼리 “4000억짜리 도둑질”이라고 했으니, 최소한 몇 천억 단위로 해먹은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성남시가 지금까지 가압류한 범죄 자산은 1135억원뿐이다. 자금 추적은 시간이 생명인데 수사권 없는 성남시가 일일이 법원 허가를 받아가며 확인해야 하니 더디기만 하다. 가압류한 자산도 성남시가 실제 손해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얼마나 받아낼 수 있을지 가늠하기 힘들다. 대장동 1심 재판부조차 “성남시가 민사소송 절차를 통해 피해를 회복하는 것이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국가(검찰) 개입을 통한 범죄 피해 회복”을 주문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여전히 팔짱 끼고 있다. 지금 상황이라면 수익금 대부분이 일당 수중에 들어가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대장동 사업권은 법원에 의해 불법성이 인정된 범죄 이권(利權)이었다. 1심 판결은 대장동 사업이 “유착 관계에 따른 부패 범죄”라고 명확하게 규정했다. 그런데 범인들은 패가망신 대신 거액 자산가에 등극할 전망이다. 정권 의중을 읽은 검찰의 방조 속에 수천억 대 ‘대장동 재벌’의 탄생이 눈앞 현실로 다가왔다. 세상이 미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