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넷플릭스 최대 화제작은 한국 영화 ‘대홍수’다. 공개 직후 일주일 넘게 세계 71개국 1위를 기록했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 차트도 석권했다. 성적만으론 한국 영화 전인미답의 기록이다. 하지만 끝까지 보고 난 기분은 참담했다. 나만 속은 건 아니라는 사실이 유일한 위안이랄까. 10점 만점에 3~4점대의 평점 폭우가, “내 시간을 돌려 달라”는 관람평이 쏟아지고 있었다.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의 신선도 지수는 30%대 수준. 한마디로 ‘썩은 토마토’ 취급을 받은 것이다. 흥행은 1위인데, 평점은 바닥. 둘 사이의 간극이 이렇게 벌어진 작품은 들어본 적이 없다.

이렇게 혹평이 자자한데 어떻게 1등인가. 비결은 넷플릭스가 바꾼 ‘시청수(Views)’ 알고리즘에 있다. ‘총 시청 시간’이 중요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총 시청 시간을 작품 상영 시간으로 나눈 값으로 순위를 매긴다. ‘대홍수’는 이 허점을 영리하게 파고들었다. 제목처럼 영화는 초반 20분 동안 재난 영화 특유의 압도적 스펙터클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일단 클릭한 뒤 그만큼 붙들어 두면 ‘글로벌 1위’의 월계관을 거머쥐는 생태계 빈틈을 정확히 찌른 것이다. 하지만 이후 영화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미궁으로 빠져든다. 재난 영화로 시작했지만 SF와 모성 스릴러와 휴먼 드라마 사이에서 길을 잃는다. 영화 업계에서 일하는 친구는 “넷플릭스가 앞으로 한국 영화 투자를 중단한다면 이 작품 때문일 것”이라고까지 혹평했다.

‘대홍수’의 흥행 공식을 보며, 이재명 정부의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파격 발탁된 이혜훈 후보자를 떠올렸다. 임명 발표 직후 거의 모든 미디어는 이 뉴스를 1순위로 다뤘다. 국민의힘 진영의 ‘배신 논란’과 이재명 대통령 측의 ‘파격 탕평’이라는 자극적 키워드가 충돌하며 알고리즘을 지배한 것이다. 국회의원과 보좌관들 사이에서 그의 갑질이 워낙 악명 높았다지만, 일반 국민은 통합이라는 키워드로 이 뉴스를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을 지배한 초반 연관 검색어도 그랬다. 박사 학위·진정성·기대·희망…. 하지만 ‘최고 시청률’을 찍은 첫날이 지나자, 이혜훈이라는 영화는 산으로 가기 시작했다. ‘파도 파도 미담’이 아니라 끝을 알 수 없는 추문과 잡음의 연속이다. 나이 어린 인턴 직원에게 퍼부은 갑질, 남편 명의의 영종도 땅 투기, 아들 셋 명의로 투자한 고리대금업, 비상장 주식 투자로 늘어난 110억…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할 수준의 재산 증식이다. 재난 영화인 줄 알고 선택한 ‘대홍수’가 난해한 장르물로 돌변하듯, 관객들은 이제 장르적 배신감을 느낀다. 특정 진영의 경제 브레인에서 상대 진영의 장관직까지 거머쥐려는 그의 행보는 예술 비평 용어로 ‘신뢰할 수 없는 화자’ 그 자체다. 이재명 정부가 중도 확장을 노리고 선거 전략을 펼쳤다면, 명백한 헛발질이다. 또한 그의 논란 대부분이 보수 정당 의원 시절에 벌어졌다는 점에서 국민의힘 역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지금 한국 정치는 권력 획득과 강성 팬덤의 ‘조회 수’라는 지표에만 집착하다 ‘국민의 신뢰’라는 작품성을 완전히 놓쳐버렸다. 관객은 없고 조회 수만 남은 드라마, 평점이 바닥난 정치가 맞이할 결말은 자명하다. 넷플릭스 영화는 끄면 그만이지만 정치는 그럴 수 없다. 정치는 흥행이 아니라 신뢰로 증명해야 하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투자 철회를 걱정하는 친구의 우려처럼, 국민이 정치에 대한 기대를 영구히 거둬들일까 두려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