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계엄 사태로 집권한 이후, 친명(친이재명)과 친청(친정청래) 사이에서 몇 번 갈등의 불꽃이 튀었다. ‘명청(明淸) 전쟁’으로 불붙지는 않았지만 상흔은 남겼다.

지금 민주당에서는 지방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최고위원 세 자리에 대한 보궐선거가 진행 중이다. 모두 5명이 출마했는데 친명계가 3명이고 2명은 친청계다. 친명계 3명의 면면을 보면 작정하고 나왔음을 알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 친명 원외 조직의 상임 공동 대표, 김민석 총리의 측근이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 임기 초반인 지금은 대통령의 시간이다. 대선 승리의 ‘약발’이 남아 있는 기간에 치러지는 큰 선거에서 여당은 대통령의 인기에 얹혀가기 마련이다. 이번에는 내년 6월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있다. 하지만 친명들은 정청래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한다는 불만이 크다. 대통령실 인사들도 비슷한 생각을 감추지 않는다.

친명계는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이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박찬대 의원을 정청래 의원의 맞상대로 내세웠다. 박 의원은 민주당 의원 166명 가운데 상당수의 공개 지지를 받고도 패했다. 정청래의 트레이드마크는 ‘선명성’이다. 다른 말로 하면 과격하다는 얘기다. 국정 운영의 완급을 조절해야 하는 새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유형의 여당 대표이다. 박찬대가 승리해 당청 관계가 매끄럽게 되길 바랐을 이 대통령의 기대가 무산된 셈이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최종 61%를 확보했다. 권리당원, 국민 여론조사에서 각각 66%와 60%를 얻었고 박 의원은 대의원 투표에서 53%를 얻는 데 그쳤다. 대의원 투표 15%, 권리당원 55%, 국민 여론조사 30%씩을 반영한 걸 감안하면 정 대표의 압승이다. 대의원 표는 국회의원 조직표로 불리는데, 당시 대의원 1표는 권리당원 17.5표로 계산했다. 여기에 의원들의 압도적 지지도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이후 친청계는 대의원 투표에 부여했던 가중치를 폐지하는 조치, 즉 ‘1인 1표제’를 추진했다. ‘당원 주권 강화’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친명계는 이를 다른 시각으로 봤다. 정 대표가 내년 8월 전당대회에서 연임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1인 1표제’는 중앙위까지 올라갔지만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 친명계가 움직였다는 얘기가 있다. 정 대표는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1인 1표제’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했다.

친청계는 몸을 낮추려 애쓴다. 이번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두고 정 대표 주변 인사는 “‘명청 대전’이 아니라 ‘친청 대 반청’ 대결이다. 정청래가 제일 친명인데 ‘명청 대전’이 말이 되느냐”고 한다. 정 대표는 “갈라치기 하려는 일부 세력의 뜻”이라며 선을 그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권력을 잡자 대선 과정에서 감정이 쌓였던 이준석 당시 당대표를 거친 방법으로 쫓아냈다. 하지만 친명계가 무대포로 정 대표를 공격할 순 없다. ‘개딸’로 불리는 민주당의 코어 지지층이 정청래식의 ‘강경 노선’을 요구하고 열광한다. 검찰청 폐지 속도전, 내란 전담 재판부 설치법과 허위 조작 정보 처벌법의 위헌 논란에 대해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불만이 있지만, 대통령실이 그 법 자체를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지방선거 두 달 뒤인 내년 8월, 민주당은 당대표를 다시 뽑는다. 2028년 총선 공천권이 걸린 경선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정청래는 막겠다는 친명계와 밀리지 않겠다는 친청계, 양측 모두 큰 싸움이 예정되어 있음을 인정한다. ‘명청 갈등’은 권력은 나누지 않는다는 법칙을 또 한 번 증명했다. ‘빛의 혁명’으로 탄생했다는 이재명 정권에서도 암투는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