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했던 내란 특검팀의 조은석 특별검사가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서 180일간의 수사 기간을 마치고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마치고 퇴장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5일 내란특검의 수사 결과 발표 중에는 계엄 당일 대검이 방첩사에 연락해 대검 소속 검사들이 선관위에 출동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지난 3월 민주당 서영교 의원 등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과 법무부가 내란에 개입한 증거’라고 주장한 사건이다.

통화는 대검 과학수사부 A 과장과 방첩사 B 대령 사이에 계엄 당일 자정 넘어 1분 22초간 이뤄졌다. 당시 대검 과학수사부장으로 A 과장 상관이던 허정 검사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두 사람은 검·경·군이 참여하는 디지털 포렌식 연구 모임에서 만났고, 동갑내기로 친하게 지냈다.

A 과장이 전화를 건 것은 방첩사라면 뭐라도 정보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두 사람의 통화를 몰랐던 허 검사장도 “비상계엄이 하도 황당해서, 혹시 우리가 모르는 국지전이나 간첩단 사건이라도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B 대령도 계엄의 배경은 몰랐다. 그렇게 둘의 통화는 끝났다. 그런데도 이 의혹은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됐고, 총리실 산하 ‘헌법존중 TF’는 통화 당사자도 아닌 허 검사장의 통화 내역을 요구했다. 그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차량 운행 기록과 통화 내역을 제출했다.

내란특검은 “대검 포렌식 수사관 전원을 통신 조회하고 기지국 위치까지 확인했지만 선관위에 출동하거나 관련한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없다”고 발표했다. 당연한 결론을 두고 허 검사장은 “고맙다고 해야 할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특검 발표 중에는 대법원과 관련한 내용도 있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10월 조희대 대법원장이 계엄 직후 긴급 간부 회의를 열어 계엄에 동조할 계획을 세웠다며 조 대법원장과 천대엽 행정처장을 내란 가담 혐의로 고발했다.

특검은 조 대법원장이 계엄 선포 직후인 작년 12월 4일 0시 40분, 천 행정처장은 0시 50분쯤 도착했고 계엄은 1시 3분 해제됐다고 했다. 회의는 열리지도 않았고 오히려 대법원이 계엄사의 연락관 파견 요청을 거부한 사실이 확인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한 지귀연 부장판사 또한 “행정처와 통모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내란 가담 혐의를 벗었다.

이런 의혹들은 애써 진위를 밝히기도 민망한 내용들이다. 그렇지만 여당과 시민단체를 배경으로 특검 수사 대상까지 됐다. 관련자들은 온갖 자료를 제출하며 스스로 결백을 증명해야 했다.

느닷없는 비상계엄으로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행위에 대한 사법적 평가는 필요하다. 재판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걸지도 않은 전화, 열지도 않은 회의, 심지어 판사의 판결까지 내란죄 수사 대상이 되는 상황은 ‘내란몰이’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전국 75만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다는 헌법존중 TF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늠조차 어렵다. 자칫 계엄보다 더한 혼란과 분열을 불러올 수도 있다. 검사장도 당한 ‘내란몰이’를 평범한 국민이 피해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