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재판부 5곳에서 12개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12·3 계엄 사태로 대통령이 됐다. 현재 이 대통령 재판은 모두 중지 상태다. 헌법상 대통령이 취임 전 소추된 사건으로 재임 중 재판을 받아야 하는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각 재판부가 재판을 미뤘다. 최근 국감에서 서울고법원장이 “이론적으로” 이 대통령 임기 중 재판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답변하자 여권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 대통령 사건 중에서도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과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은 혐의가 가볍지 않다. 대장동 사업으로 7800억원대 수익을 얻은 김만배씨 등 민간 업자들은 최근 1심에서 배임 혐의 등이 인정돼 징역 4~8년을 선고받았다. 쌍방울 사건에서는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에 대해 징역 7년 8개월이 확정됐다.
이런 판결이 이 대통령 재판으로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에게 보고했다”는 식의 진술은 없거나 번복된 상태다. 이번 대장동 업자들에 대한 1심 판결문을 읽어본 법조인 중에서 “이 대통령에게 유리한 판결”이라는 이도 적지 않다.
퇴임 후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이 대통령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핵심 참모들은 ‘재판 리스크 해소’를 자신들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느끼는 듯하다. 그들이 생각하는 시나리오는 대략 이렇게 알려져 있다. 대장동 사건은 핵심 혐의인 배임죄를 폐지해 공소권 소멸에 따른 법원의 면소 판결을 이끌어내고, 쌍방울 사건은 수사 과정을 문제 삼아 검찰이 공소 취소를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검사가 ‘연어 술 파티’로 이화영씨를 회유했다고 주장해 온 민주당은 사실관계 등을 왜곡한 판사와 검사를 처벌하겠다는 이른바 ‘법 왜곡죄’를 만들 예정이다.
대장동 일당에 대한 항소 포기 사태는 이런 와중에 터졌다. 이 대통령 재판 리스크 해소 작업의 일환으로 비쳐 파장이 크다. 1심에서 충분히 중형이 선고돼 항소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는 법무부 설명은, “7800억원대 추징 포기로 김만배를 재벌로 만들었다”는 비판에 궁색해진다.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사의를 밝힌 날 “저쪽에서는 지우려 하고 우리는 지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 것도 예사롭지 않다. 많은 사람은 검찰 보고 지우라고 했다는 것이 ‘이 대통령 사건’이라고 짐작한다. 정치권은 대통령실과 법무부에 포진해 있는 이 대통령 변호인 출신과 성남 그룹을 주시하고 있다.
입법 권력(여당)도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 이제 여당 대표도 공공연하게 이 대통령 공소 취소를 주장하고 있다. 공소 취소도 검찰이 해야 한다. 그전에 민주당은 이번 반발을 항명으로 규정하고 검찰 조직을 초토화할 예정이다.
여권 인사들은 민사 소송으로 대장동 부당 이익을 환수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민사 소송은 실효성도 떨어질뿐더러, ‘추징’이라는 형사적 수단을 포기하는 행위를 정당화할 순 없다. 이번 항소 포기 사태는 ‘이재명 재판 지우기’에 포함된 본질적 부조리를 보여줬다. 이 대통령에게 끼어 김만배·이화영 같은 중범죄자들도 이득을 보는 것은 공정과 상식, 정의에 반(反)한다.
현직 대통령이 퇴임 후 재판 리스크를 안은 채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그렇다고 그걸 해소하는 데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할 순 없다. 재판은 대통령 개인이 짊어져야 할 부분이다. 그런데 지금 이 대통령 주변에는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 어떻게 아느냐.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공유돼 있다고 한다. 항소 포기처럼 공소 취소도 하겠다는 것인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