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9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등 참석 의원들이 결의문을 발표하고 있다./남강호 기자

신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싸울 줄 아는 독한 야당’을 내세웠다. 그의 인터뷰 내용은 전의(戰意)에 불타 있었다. 민주화 투쟁 시절 야당을 취재하며 YS, DJ의 ‘투쟁’에 익숙했던 OB 기자로서 실로 오랜만에 대하는 ‘투쟁’과 ‘투사’의 복고였다. 하지만 지금 2025년 한국 정치의 지형(地形)에서 투쟁의 노선은 과연 어떤 설득력을 지니고 있을까? 더욱이 이 투쟁이 오로지 대여(對與) 투쟁에 집중된 것이라면 말이다.

그 시절의 투쟁은 절대 권력의 횡포 속에 조직도 자금도 언론도 취약했고 무엇보다 선거라는 민주 제도의 근간이 보장되지 못했을 때 야당에 주어진 맨주먹의 부르짖음이었다. 그럼에도 민주화 세력은 마침내 선거에서 이겨 정권을 잡았다. 국민의 선택이었고 선거의 힘이었다. 대한민국이 민주국가인 이상 우리는 선거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매일매일 벌어지는 좌파 정권의 횡포와 억지에 도리 없이 당하는 것도 국힘당과 우파 세력이 선거에서 졌기 때문이다. 국회의 거의 3분의 2를 좌파가 점유하고 야당은 겨우 100석 정도에서 신음하고 있는 형편에서 여당은 무소불위고 야당은 백전백패다. 미국의 경우 공화당과 민주당의 격차가 극히 미미한데도 트럼프가 왕(王)처럼 행세하는 것은 다수당의 힘 때문이다. 민주주의에서는 결국 국민의 선택, 즉 선거가 모든 것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전횡이 전부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득세와 독주의 여세를 몰아 장기 집권을 향해 독주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해찬씨 말대로 한국 선거 지형의 좌편향을 기회로 20~30년 장기 집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전임 윤 정권의 큰 실책은 내란이나 계엄이 아니라 이런 좌파의 야망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오히려 먹이를 제공한 죄(罪)를 범한 것이다. 작은 선거에서 몇 번 지더니 그러고도 정신 못 차리고 자기들끼리 싸우고 마침내 큰 선거에서 지고 역적으로 몰리고 있다.

거듭 말해 문제의 핵심은 선거에 있다. 선거에서 국민의 마음을 사느냐 못 사느냐로 모든 것은 귀결된다. 여당을 향해 “독하게 싸워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이해시키고 설득해서 얻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엊그제 한국을 찾은 미국 공화당의 젊은 기수 찰리 커크라는 사람의 제언은 한국의 보수 세력에 많은 울림을 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분노만으로 유권자를 움직일 수 없다. 맹목적인 팬덤 정치만으로도 선거를 이기지 못한다. 우리가 다가가야 한다.” 그는 또 “한국 2030세대의 보수화 현상은 미국에서도 큰 관심사다. 젊은 세대, 특히 남성들이 보수화하는 현상은 여러 대륙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도 했다.

한국의 보수 정당은 막연히 ‘독하게 싸우기만’ 할 일이 아니다. 분노만 가지고 악에 받쳐서 대들기만 한다고 되지 않는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것에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를 공부해야 한다. 물론 투사도 있어야 하겠지만 투사보다는 책사가 있어야 한다. 관우·장비도 있어야겠지만 지금 국힘에 더 절실한 것은 제갈공명이다. 나는 지난 칼럼에서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국힘의 세 가지 방안 중에 상향식 공천 시스템을 제시했다. 즉 중앙당에서 후보를 내리꽂는 방식이 아니라 유권자의 마음을 읽고 신뢰를 얻는 현장의 후보를 선정할 것을 지적했다. 찰리 커크 대표는 “다섯 명만 투표장에 데려가도 세상은 달라진다”고 했다. 바로 그것이다. 야당 후보를 찍을 유권자 5명만 데리고 갈 수 있으면 된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이 하고 있는 모든 정치질에 분노하고 억울해하며 일희일비만 하고 있을 게 아니다. 또 지나간 대통령과 그 가족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있을 때도 아니다. 내년 지방선거와 2년 뒤 국회의원 선거를 향해 투표장에 ‘다섯 명 데려가기’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바른길이다. 지금 국민은 국회의 절대다수를 믿고 좌파의 장기 집권을 향해 축배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두려운 눈으로 보고 있는 중이다. 그것을 겨냥해야 한다.

지난 3일 천안문 망루에 오른 중·러·북 등 반(反)서방 체제 연대의 면면들을 보면서 세계는 바야흐로 좌우 이념의 대결 체제로 가고 있음을 감지한다. 한국은 이런 신(新) 국제 질서에서 어느 편에 설 것인가를 요구받게 될 것이다. 그것도 결국은 한국 국민의 선거에 의한 선택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도 보수·우파는 국민의 마음을 사는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