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지난달 29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촛불행동' 등의 주최로 열린 '검찰개혁 긴급 공청회 '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그는 "5적' '찐윤' 등의 정치성 과격 발언을 쏟아냈다. /뉴스1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향한 민주당의 적개심은 집요하고도 잔인했다. 그가 방통위원장에 취임하자 민주당은 이틀 만에 거두절미, 탄핵 카드부터 꺼내 들었다. 도대체 이틀 사이에 파면당할 만큼 중대한 잘못이 있을 수 있냐는 말들이 나왔지만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탄핵안이 기각돼 부실 탄핵이었음이 드러난 뒤에도 민주당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흠집 내고 모욕하고 망신 주며 온갖 방법으로 조리돌림했다. 거대 정당이 한 사람을 악마화하며 인격 살인극을 벌였다.

앞 정권의 방통위원장을 중도 퇴진시킨 것은 윤석열 정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절차와 명분의 차이가 컸다. 2년 전 윤 정권이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면직한 것은 ‘재승인 점수 조작’ 사건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범죄 혐의로 형사 기소된 공직자에 대한 당연한 징계였지만 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당시 이재명 대표는 “언론을 권력 발밑에 두려 한다”며 윤 정권의 “비참한 말로”를 경고했다. 그렇게 ‘권력 횡포’를 비난하던 이들이 정권을 잡자 돌변했다. 급기야 대통령실은 이 위원장 면직을 검토하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어떻게든 끌어 내리겠다는 것이었다.

이진숙의 ‘임기 투쟁’에 나는 100% 동의하진 않는다. 권력의 방송 장악을 막겠다는 그의 명분은 존중하나, 장관급이라면 정권과 거취를 같이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고 본다. 하지만 그를 탓하기엔 이 정권의 수법이 너무도 치졸했다. 대통령실이 면직 검토 사유로 ‘정치적 중립 위반’을 내세운 것부터 그랬다. 이진숙이 보수 유튜브 채널에 나가 민주당과 좌파 진영을 비난했다는 것이었다.

그의 방송 출연은 민주당이 탄핵 소추로 직무를 정지시킨 작년 9월의 일이었다. 민주당은 방통위원 추천을 거부해 방통위를 파행적 ‘2인 체제’로 만들어 놓고는 ‘2인 의결’이 위법하다며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도둑이 몽둥이 든 격이었다. 그렇게 어거지 탄핵을 강행해 놓고 이 위원장이 반발하며 비판하자 ‘정치 편향’으로 몰았다. 민주당은 감사원에 감사 청구까지 했지만 ‘주의’ 처분이 나오는 데 그쳤다. 감사원조차 8개월을 끌다 가장 경미한 조치를 내렸는데 이를 이유로 쫓아내겠다고 한다. 윤 정권이 ‘점수 조작’이란 중범죄 혐의로 방통위원장을 면직시켰던 것에 비하면 너무도 궁색했다.

정치 편향 유튜브 출연이 문제라면 이 정권의 고위직들은 성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최근 열흘 사이에도 대통령실 비서실장·정책실장·재정보좌관이 김어준 유튜브며 ‘매불쇼’에 출연해 마이크를 잡았다. 둘 다 좌파 성향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골수 친여 매체다. 보수 채널에 나가면 정치 중립 위반이고, 좌파 방송에 나가면 아닌가.

대통령실이 ‘이진숙 면직’ 카드를 꺼내 든 바로 그날,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또 물의를 빚었다. 그는 좌파 단체 ‘촛불행동’ 등이 주최한 공청회에 토론자로 나섰다. 정치 색채가 강한 자리에 현직 검사가 나가는 것부터 상식 밖이지만 그의 발언은 과격하기 짝이 없었다. 법무장관·민정수석 등을 “5적(賊)”이라 지칭하고, 법무부 고위 간부들을 “찐윤(친윤석열)”이라 부르며 좌충우돌했다, 명백한 정치 발언이었지만 그는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았다.

임 검사장은 평검사 때부터 ‘정치 검사’로 유명했던 인물이다. 좌파 매체에 단골로 출연해 친민주당 성향을 드러내고 돌출 언행으로 끊임없이 논란을 빚었다. ‘조국 비리’ 수사가 과잉 수사라 하는가 하면, ‘한명숙 유죄’ 판결에 문제가 있는 양 검찰 수뇌부를 비난하기도 했다. 이진숙이 면직이라면 임은정은 파면도 모자랄 판이나 그에겐 어떤 징계도 내려지지 않았다. 정치는 발군이지만 수사 능력은 의문이라던 그를 두 단계 특진시켜 검사장에 앉힌 것이 이재명 정부였다. ‘내 편’이니 봐준다는 뜻일 것이다.

이진숙에게 들이대는 이 정권의 잣대는 자기편 앞에선 흐물흐물해지고 있다. 이 대통령을 예수에 비유하고 “민족의 축복”이라 칭송하면서도 다른 경쟁 정치인들에겐 막말을 퍼부은 최동석 씨를 인사혁신처장으로 발탁해 ‘정치 중립성’ 요건은 허울뿐임을 자인했다. 최 처장은 공직을 맡은 뒤에도 김경수·김동연·임종석 같은 친문(親文) 정치인이 ‘공직 부적격자’라는 취지로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그래도 대통령실이 그를 징계하겠다는 얘기는 없다.

급기야 교육부 장관을 둘러싼 ‘인사 참사’가 빚어졌다. 교육자인지, 좌파 막말꾼인지 헷갈리는 최교진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강행하겠다고 한다. 최 후보자는 음주 운전, 학생 폭행 같은 흠결뿐 아니라 위험 수위를 넘는 극단적 정치 성향으로 물의를 빚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잘 가라 XXX’이라며 저속한 욕설을 퍼붓고, 박정희 대통령 서거일을 ‘탕탕절’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런데도 “결격 사유가 없다”니, 이 정권의 내로남불은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민주당이 문제삼은 이진숙의 발언 중에 “민주당과 좌파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이란 것이 있었다.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