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1번 참모는 원래 정진상이다. 그러나 그는 대장동 사건으로 구속됐다 보석 상태이기 때문에 정상 활동을 할 수가 없다. 민주당 주변에서는 “그래도 정진상”이라는 수군거림이 있지만, 공식적으로 정진상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서 지금 1번 참모는 김현지 총무비서관이다. 인사부터 모든 게 김 비서관을 거쳐야 한다고 ‘만사현통’이라는 말이 나오던 참에, 이 대통령이 고위 공직자 워크숍에서 행정 혁신 사례로 김 비서관 이름을 언급했다. 2022년 9월 김 비서관이 이 대통령에게 “의원님 출석 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 언론에 포착된 적도 있다.
김 비서관과 정진상의 공통점은 유명해졌는데 알려진 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장동 사건 때 정진상의 사진 한 장을 구할 수 없었다. 정진상은 현재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치더라도 김현지 비서관은 다르다. 대통령실의 1급 비서관이다. 과거 모든 정부에선 대통령실의 비서관급 이상 주요 공무원의 나이, 학력, 경력 같은 정보를 공개해 왔다. 그러다 윤석열 정부 중반부터 이게 슬며시 비공개로 전환됐다. 어차피 1급 이상 공무원은 매년 재산을 신고하고 공개해야 한다. 그때 숟가락 개수까지 다 드러나게 돼 있다. 현재 재산 공개 대상 공무원은 2000명 선이고, 김 비서관도 그중 한 명이다. 재산까지 공개하는 직책에 있는데 지금까지 대통령실이 그녀에 대해 공개한 건 하나도 없다. 더 이상한 건 민주당 사람들조차 그녀가 실세라고 수군대면서도 아무도 그녀에 대해 알아보려 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무슨 소리 들을까 봐 대통령실에 문의를 못 한다고 한다.
어느 대학을 다녔느니, 운동권이니 아니니, 남편이 누구니 하는 ‘지라시’가 난무하고 자기들끼리 쑥덕거릴 뿐이다. 그녀가 어느 대학 출신이라는 소문이 돌자 민주당의 그 대학 출신 몇 명이 모여 퍼즐 맞추기를 해봤는데 “아무도 모른다. 우리 동문이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현지에 대해 좀 알게 되면 알려달라”고 했다. 김 비서관을 포함해 이른바 ‘성남 라인’으로 알려진 대통령의 오래된 참모들은 현재 대통령 일정을 관리하고 인사 같은 핵심적 역할을 하지만 이름 외에 알려진 게 거의 없다.
비서관 인선을 보면 정책을 가늠할 수 있다. 2018년 9월 당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최강욱 변호사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출근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조국 당시 민정수석과 가깝고 민변 출신이라는 것도 함께 알려졌다. 나중에 더 유명해지게 될 그 최강욱의 공직은 이런 예고와 함께 시작됐다. 윤석열 정부 첫 총무비서관 윤재순은 대통령 당선인 명의의 서면 발표 형식으로 비서관 19명과 함께 발표됐다. 검찰 출신이 다수 포함된 명단이 공개되자 민주당은 “국민의 대통령이 아닌 검찰의 대통령이 되려 한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첫 총무비서관 이정도에 대해선 행시가 아닌 7급 공채 출신에 경남 합천군 적중면 죽고리 출신이라는 것까지 공개됐다.
총무비서관은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한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총무비서관을 보라. 권력자가 그들을 숨기고 본인들이 아무리 조심해도 권력이라는 칼날 위는 언제나 위태하다. 무대로 나와 공적인 감시를 받는 게 오히려 안전하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직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다가 얼마 전 언론사의 정보 공개 청구에 응하는 방식으로 안보실을 제외한 직원 235명 명단을 일괄 공개했다. 그러나 이름과 직급만 공개했을 뿐 이들의 업무 내용과 경력은 여전히 비공개다.
경력을 알아야 예측이 가능하다. 기후에너지비서관은 신설하는 기후에너지부 담당 비서관이다. 그녀는 녹색당과 환경 단체에서 고리, 월성 1호기 폐쇄와 신규 원전 백지화, 그리고 전기 요금 50% 인상을 요구했다. 기후에너지부가 에너지 정책보다 탈원전에 기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그의 이런 경력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처음에는 대통령실 인사를 공개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로 ‘김건희 라인’ 이야기가 스멀스멀 나왔다. 이런 걸 이재명 정부가 따라 하려는 건 아닐 것이다. 1급 이상 대통령실 인사에 대해선 과거 정부처럼 경력을 공개하고 임명 이유도 설명하길 바란다. 대통령실 비서관은 대통령의 개인 비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고위 공무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