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내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으로 참배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 /뉴스1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이 조국 사면을 요청하는 글을 인상 깊게 읽었다. 조국 수사 때 검찰의 무도함과 조국의 억울함을 일방적으로 서술했지만, 직접 체험한 당시 권부의 상황과 심리 묘사는 읽을 가치가 있었다. 무엇보다 조국의 정치적 재기와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치세를 끝낸 일을 헤겔이 말한 ‘이성의 간지(奸智)’로 해석한 마지막 구절이 강렬했다. 그들에게 조국 복권은 섭리이자 순리, 필연인 것이다.

조국 전 대표에 대한 시각은 대략 세 가지다. 법이 정한 대로 죗값을 치러야 했다는 심판론, 잘못은 했지만 이미 죗값을 치렀다는 속죄론, 정치 검찰의 무고에 따른 고통과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는 신원론이다. 여권 상당수는 신원론을 주장하는 듯하다. 이 전 비서관의 표현에 따르면 조국 사건은 ‘윤석열 패거리’와 ‘시궁창에 몰려든 쉬파리 언론’이 만들어낸 ‘인간 사냥’이다. 그래서 윤 정권의 몰락으로 끝낼 수 없고, 조국의 신원과 추앙이 그들의 목적지일 수밖에 없다.

사면을 전후해 조국혁신당은 조국 사건의 재심을 주장했다. 유죄를 뒤집을 수 있는 증거가 나왔다는 일부 보도도 있다. 지난 5년 동안 무엇을 하다가 이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보도를 읽어봐도 재심의 증거가 되는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조국 추앙자들의 집념에 혀를 내두른다. 그는 범죄를 인정한 적이 없다. 출소 후 인터뷰에서 “베고, 찌르고, 비튼” 윤석열과 한동훈을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본인 믿음대로, 주변 소망대로 재심을 청구하면 되는데, 그건 또 “원치 않는다”고 했다.

조국 사건은 사실 사태로 확산될 내용이 아니었다. 부모가 자식을 의사, 법조인으로 만들기 위해 입시 서류를 위조한 범죄가 거의 전부다. 사모 펀드 의혹에서 시작된 수사가 입시 비리로 끝났으니 별건 수사에 당한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사모 펀드에서) 수사를 멈춰야 했다”고 말했다. 아니, 그가 멈춰야 했다. 사람은 누구나 비루한 부분이 있다. 그것이 세상에 드러나면 억울해도 멈추고 물러선다. 그런데 그는 끝까지 의혹을 부정하면서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법무장관에 올랐다. 그의 위선과 욕망이 사건을 사태로 키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조국 사면은 국민 다수의 현실 감각을 예리하게 일깨웠다. 우리가 아직 ‘조국 시대’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조국은 한국 정치를 바꿨다. 예기치 않은 영웅을 만들었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정권을 창출했다. 공정성 논란을 일으켜 대입 제도까지 바꿨다. 그가 “평생 소망했다”는 검찰 개혁은 추앙 세력에 의해 ‘검찰 보복’으로 변질됐고, 그 결과 한국의 형사 사법은 돌이킬 수 없는 난장판이 됐다. 그는 꽃길에 들어섰지만 국민의 고통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국 사건은 한국의 낡은 계급 의식, 좌우 개념을 해체했다. 선의로 포장된 모두가 정의는 아니다. 기득권은 우도 아니고, 좌도 아니다. 나쁜 것도 아니다. 기득권을 향해가는 과정에서 ‘공정’이 중요한 것이다. 이때 확인된 시대 가치가 윤 정권의 흥망까지 결정했다고 생각한다. 조국 사면에 대한 최근 여론의 날카로운 반응 역시 이 가치가 국민 내면에 여전히 살아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2019년 9월 19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장관 반대 집회 및 조민 입학 취소를 촉구하는 네 번째 촛불집회에 참가한 고려대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고운호 기자

조 전 대표는 열심히 달리고 있다. 서울 강남 미쉐린 맛집에서 한우를 먹고 소셜미디어엔 후식 된장죽 영상만 올리는 ‘조국다운’ 미디어 정치를 재개했다. 당대표 복귀와 내년 6월 선거 출마도 선언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국민의힘을 소수화시켜 그 공간을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이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계를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김종인에 따르면 “조국의 궁극 목표는 대통령”이다. 황당하게 들리지만 여권에선 무시할 수 없는 얘기라고 한다.

꿈은 좋지만 그에겐 관문이 있다. ‘입시 비리’ 낙인을 지우지 못하면 한국에선 미래가 없다. 추종자들도 무죄를 확신하고 재심을 원하고 있다. 조 전 대표는 재심을 청구해 본인 8개, 아내 12개의 죄목을 세상에 다시 드러내야 한다. 다음은 내년 선거에서 “용서할 수 없는” 한동훈 전 국힘 대표를 불러내 결전을 벌이는 일이다. 한동훈은 피할 사람이 아니다. 유방과 항우, 알리와 포먼처럼 이 대결은 그냥 숙명이다. 자신이 없으면 정치 무대에서 사라졌으면 한다.

조국 사면이 정치를 재미있게 만들었다. 이 전 비서관의 말처럼 ‘이성의 간지’가 작동한다면 어떤 결말로 세상을 이끌까. 위선과 욕망의 시대가 끝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