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특검’의 수사를 받고 구속되자 그의 검사 시절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가 수사팀장을 맡았던 국정농단 특검팀은 매일같이 수사 상황을 브리핑하며 박근혜 정권 인사들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현안은 국정 농단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라며 좌천된 고검 검사였던 윤석열 팀장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승진시켰다.
적폐 수사의 ‘잘 드는 칼’이었던 윤석열 사단의 수사는 가혹했다. 사소한 혐의까지 탈탈 털려 기소됐다. 재판 기록이 트럭으로 실어 나를 만큼 방대해 ‘트럭 기소’로 불렸다. 그렇게 기소됐던 한 인사는 “재판에 던져 놓고 알아서 무죄를 받으라는 식”이라고 했다. 혐의 흘리기, 망신 주기도 횡행했다. 2018년 12월 수갑을 찬 채 포토라인에 섰던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내란 혐의’로 특검 수사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은 당시 적폐 수사 피의자들이 당했을 고초를 겪고 있다. 그가 조사를 거부하자 특검은 ‘수사 방해가 선을 넘었다’며 변호인단을 압박했다. 구속 후 소환에 불응하자 세 차례 강제 구인을 시도했고 구치소에도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16일 예정된 모스 탄 전 미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와의 접견도 특검의 접견 금지로 불발됐다.
윤 전 대통령의 영욕(榮辱)은 특수 수사라 불리는 검찰 직접 수사의 위험성을 보여 준다. 수사가 어떤 목적을 지향하게 되면 절제를 잃게 되면서 많은 사람이 다친다. ‘적폐 청산’의 도파민에 내성이 생겼는지, ‘내란 청산’은 더 독해진 듯하다. 형사사법제도 전문가인 김종민 변호사가 “조은석 특검은 ‘내란 청산’의 이름으로 망나니 칼춤을 추는 것을 멈추라”고 할 정도다.
김 변호사는 ‘윤석열 같은 검사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의 본래 기능은 수사가 아니라 수사 과정의 인권침해를 막는 데 있다. 진짜 검찰 개혁을 하려면 검찰의 직접 수사를 제한하고, 정치권력이 인사로 검찰을 조종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이 검찰을 없애고 만든다는 총리실 산하의 ‘국가수사위’는 훨씬 위험하다. 중대범죄수사청, 경찰청, 공수처를 관리·감독한다. 정치권력이 수사기관을 한번에 조종할 ‘만능 리모컨’인 셈이다.
‘검사내전’의 저자 김웅은 새 저서 ‘소크라테스는 왜 죽었을까’에서 “대부분의 정치인은 검찰을 개혁할 생각이 없고, 그게 무엇인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권력을 잡으면 검찰을 이용해 상대방은 때려잡고 자신들의 치부는 숨긴다는 것이다. 검찰 개혁이라고 하면서 특수 수사를 강화하는 것은 살을 빼자면서 고칼로리 디저트를 흡입하는 것과 같다.
현 여권의 목적은 검찰 개혁인가, 검찰 장악인가. 장악 의도가 뻔히 보이는 ‘개혁’은 또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제2의 윤석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제도의 본질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