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은 청년층의 호감을 얻기 힘들다. 거기에 ‘계엄’을 더하면 ‘극혐’이다. 지난겨울, 그게 뒤집어지는 걸 봤다. 5060 아버지 세대와 2030 여성들, 부녀 세대가 여의도에서 ‘탄핵 찬성’ 시위로 뭉쳤고, 한남동에는 7080 할아버지 세대와 2030 남성의 ‘조손(祖孫) 시위대’가 나타났다. 기이한 세대 결합이었다. 청년들은 어리석은 행위에 대한 처벌도 군중의 기분이 아니라, ‘법적 질서’를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알려줬다.
이들에게 ‘탄핵’은 표면적 명분이었다. 누적된 불만은 따로 있었다. 아버지 세대가 과실을 독식하는 노동시장 구조, 성폭력·성차별은 할배와 아비가 저질렀는데, 청년이 역차별당하는 사회 구조에 불만이 많았다. ‘성추문당(黨)’이 젠더 갈라치기로 여성 표를 독식하고, 그걸 또 법으로 구조화하는 것을 목격해왔다. 과도한 피해의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청년 보수화의 가장 큰 배경으로 젠더 갈등을 지목하는 연구가 여럿이다.
이 세대는 ‘엄정한 법 집행’에 대한 요구도 높다. ‘이재명이 당선되면 재판을 중단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안 된다’고 답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세대가 바로 2030이다. 지난 4~5일 한국갤럽 조사는 ‘이재명 파기환송심 선고 시점’을 물었다. 응답자 51%가 ‘대선 이전 선고’를, 43%가 ‘대선 이후 선고’를 택했다. ‘국민선택권을 존중해 선고를 대선 이후로 미룬다’는 고법의 7일 결정은 ‘국민의 뜻’에도 어긋난 것이었다. 특히 18~29세의 61%, 30대 중 58%가 ‘대선 전 선고’를 요구했다. 5060세대와는 정반대였다.
오는 6월 3일 대선에서 투표 의향을 묻는 설문조사가 있었다.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82%였다.(4월 NBS 조사). 세대별로 큰 차이가 났다. 50, 60, 70대 이상은 87~93%였다. 역시나 낙지 먹다 이재명 씹고, 부침개 집다가 윤석열 욕하는 ‘정치병자’ 세대다. 그런데 30대는 74%, 18~29세는 60%만이 꼭 투표한다고 했다. 20대의 투표 의지는 지난번 대선보다 약 10% 떨어졌다. 여성보다는 남성의 실제 투표율과 투표 의지가 더 약하다.
유력 후보 중 이재명이 1963년생(62세), 김문수 1951년생(74세), 한덕수 1949년생(76세)이다. 늙은 아버지와 젊은 할아버지의 대결일 뿐이다. 청년층이 참전할 이유도, 이슈도 없다.
절차와 과정을 중시하는 보수, 동시에 쇠락하는 보수가 ‘의탁’할 곳은 공정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뿐이다. 그게 가능하다는 것을 지난겨울 한남동이 보여줬다. 탐욕적 586이 펼칠 미래가 두렵다면, 세대 포위로 그들을 압박해야 한다.
우선 떠오르는 것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배신자 이준석’에 부들부들 떠는 이들이 여전하지만, 생각해보라. 배신자가 싸가지가 없지, 능력이 없던가. 한 달 전 헤어졌으면 ‘웬수’지만, 1년 전 끝났으면 ‘구 남친’일 뿐이다.
김문수와 한덕수에게서 사특한 욕망을 봤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운명이 이들을 대선판에 불러냈다. 하지만 운명은 높은 지지율은 주지 않았다. 지금으로서는 거미줄로 절벽을 기어오르는 느낌이다. 여기에 ‘이준석’을 투입해 본다. 두 노장 중 한 분과 이준석의 ‘치킨 게임’이 벌어진다면 참전병이 늘어날 것이다. 후배 세대에게 ‘가점’을 주고 시작하는 ‘불공정한 공정’의 룰을 만들면 좋겠다. 세대 시너지가 날 것이다. 아들을 잡으면 어머니도 따라오는 ‘1+1′의 가능성도 있다.
물론 가장 훈훈한 그림은 이거다. “준석아. 그간 너의 언어는 경박했고, 태도는 불손했다. 그러나 나는 재산을 통으로, 그것도 사전에 물려주려 한다. 생각해보니 내 투쟁의 이유는 네 세대의 안위와 행복이었다.”
물론 안다. 망상해수욕장에서 스키 타는 소리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