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얼마 전 윤석열 정부 6개월을 맞아 “방송사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은 30% 안팎에 불과했지만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 한마디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여당이라도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집권당이기를 포기했다”고 했다. 한국갤럽 자료에서 윤 대통령은 취임 6개월 무렵 지지율이 30%로 1987년 직선제 이후 대통령 8명 중 이명박 대통령(24%)보다 높았지만 노무현 대통령(30%)과 공동 6위에 그쳤다. 여권(與圈)이 집권 초반 부진을 딛고 정상 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야당의 쓴소리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하지만 야당이 여론조사 지지율을 들먹이며 여권을 공격하는 건 난센스다. 이태원 참사 이후 방송사 조사에서 MBC‧코리아리서치는 민주당(35.3%)이 국민의힘(36.4%)보다 지지율이 부진했다. SBS‧넥스트리서치는 민주당(26.5%)이 국민의힘(26.8%)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28.7%)에 비해서도 나을 게 없었다. 매경‧MBN‧메트릭스도 민주당(32.6%)은 국민의힘(36.8%)과 윤 대통령(34.6%)보다 낮았다. 케이스탯리서치 등 4사 공동 조사도 민주당(31%)은 국민의힘(33%)과 윤 대통령(31%)을 앞서지 못했다.

민주당이 여권의 초대형 악재(惡材)에도 반사 이익을 못 얻는 이유는 불과 6개월 전까지 여당이었을 때 집권 5년 동안 국가 안전 시스템을 위해 뭘 했는지 의문을 지니고 있는 국민이 많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반복하고 있는 ‘재난의 정치화’에도 거부감과 피로감이 크다. 그래도 이재명 대표는 국정조사·특검 추진 범국민 서명운동을 하겠다며 장외 투쟁에 나섰다. 이 대표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를 요구하자 친야(親野) 성향 매체가 유족 동의 없이 명단을 전격 공개했다. 김용민 의원 등 야당 의원 21명은 국정조사를 수용하지 않으면 정권 퇴진 운동에 앞장서겠다며 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당 지지율이 오르지 못하는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다. 이 대표는 검찰 수사를 “허무맹랑한 조작 수사”라고 하고, 박 원내대표는 “정부가 정치 보복에만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여론의 평가는 달랐다. 검찰 수사에 대해 MBC‧코리아리서치 조사는 ‘법적 절차에 따른 수사’가 과반수(50.6%)였고 ‘야당 대표에 대한 표적 수사’는 42.9%였다. KBS‧한국리서치 조사도 ‘정당한 범죄 수사’(49.9%)가 ‘정치 보복 수사’(43.4%)보다 높았다. SBS‧넥스트리서치 조사도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가 48.8%였고 ‘야당 탄압을 위한 정치 보복 수사’는 44.8%였다.

민주당은 지난 6개월 동안 정부가 제출한 법안 77건 중 한 건도 처리해주지 않았다. ‘개딸’(개혁의 딸)과 ‘양아들’(양심의 아들) 등 강경 팬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국정 발목 잡기’가 당의 노선으로 굳어진 듯하다. 전례를 보면 정부의 발목을 잡는 정치 공세가 강해질수록 야당 지지율에는 역효과였다. 민주당의 부진은 팬덤 정치의 영향도 크다. 문화일보‧엠브레인 조사에서 “정치의 팬덤화는 강성 지지층에 휘둘려 민심과 동떨어진 정당을 만드는 역기능이 크다”는 의견이 60.6%에 달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은 오만과 독선의 국정 운영만 고집한다”며 “국민의힘은 대통령 눈치만 보는 진짜 매가리 없는 정당”이라고 했다. 하지만 야당은 남 흉볼 처지가 아니다. 169석 거대 야당이 ‘오만과 독선의 대통령’과 ‘매가리 없는 여당’의 지지율을 왜 앞서지 못하는지 스스로 반문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