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기 전에 미리 손 볼 곳은 손을 보자(未雨綢繆)”라는 식의 교훈이나 경구 등은 중국에 풍부하다. 그만큼 닥칠 위기에 민감하다는 얘기다. 최근에 나온 중국 당국의 위기 대응에 관한 가장 중요한 경제 조치는 공선당 중앙과 국무원이 지난 10일 발표한 ‘시장 통일[統一大市場]’이다. ‘천하를 통일하다’는 얘기는 참 흔하지만 시장을 통일의 대상으로 삼는다니 우리로서는 약간 생소하다.
발표문은 비교적 다양한 방향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크게 보면 국내 시장의 여러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효율적인 상품의 소비와 유통을 가로막는 온갖 장애를 없애는 데 주력한다는 얘기다. 특히 불공정한 경쟁, 독점 등의 폐해를 없애면서 지역의 토호(土豪) 행세를 하는 지방 정부 사이의 불필요한 견제와 다툼을 없애 더 투명한 시장 질서를 세운다는 취지다.
이를 별개의 뚝 떨어진 조치로 이해하면 생소하다. 왜 이 시점에 ‘시장의 질서를 손보겠다는 얘기일까’라는 의구심 때문이다. 그러나 ‘맥락’에서 바라보면 수긍할 만한 구석이 있다. 이는 중국 경제와 산업, 대외정책 전반에서 ‘위기’의 요소가 불거지던 시점으로 먼저 회귀해 살펴볼 필요가 있는 사안이다.
◇‘안정’과 ‘확보’가 우선
중국 공산당은 2018년 4월 중요한 개념 하나를 선보였다. ‘여섯 가지를 안정화하자’라는 뜻의 ‘육온(六穩)’이라는 말이다. 그 ‘여섯 가지’는 순서로 이렇다. 일자리, 금융, 대외무역, 외국 자본, 투자, 예측 순이다. 공산당 최고위인 정치국 회의를 거쳐 나온 이 방침은 당시에 이미 깊은 갈등의 조짐을 비쳤던 미국과의 갈등 등 국외 환경의 악화에 대비려는 위기의식의 본격적인 발동에 해당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이 해 말에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중국 공산당 사이의 갈등은 매우 깊어졌다. 미국의 대 중국 관세 혜택 철폐 조치가 잇따르던 시점이다. 따라서 중국 공산당은 그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과의 무역과 산업 전반에 걸친 갈등과 경쟁이 더 심하게 불거지고, 게다가 중국 발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이 벌어지던 2020년 4월에 중국은 ‘여섯 가지를 확보하라’는 내용의 지침을 또 확정한다. 역시 공산당 정치국 회의에서 내린 결정이다. 이른바 ‘육보(六保)’라고 적는 이 지침에는 일자리, 민생(民生), 시장 주체, 식량과 에너지 안전, 산업 체인의 공급망, 경제 기층의 운영 능력 등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어 나온 개념도 매우 중요하다. 2020년 7월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는 중국 기업인들과의 좌담회에서 “글로벌 마켓의 위축에 따라 국내 대순환을 중심으로 하는 새 발전 모델을 강구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개혁·개방의 기조를 크게 전환하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에 해당했다. 이른바 ‘내순환(內循環)’ 발전 모델이다.
◇깊어진 위기의식 반영
공산당 회의를 거쳐 관영 매체가 보도하는 내용에는 중국을 이끌어가는 공산당의 ‘실제 고민’이 담겨 있다. 위에 소개한 ‘육온’ ‘육보’의 ‘온(穩)’이나 ‘보(保)’는 각각 국가 및 사회의 안정과 안전을 이어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영역이나 부문, 요소 등을 지칭한다. 거꾸로 보자면, 중국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대상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코로나 재 확산에 중국은 휘청거리고 있다. 아울러 미국과의 깊은 갈등과 마찰로 무척 어려워진 경제, 무역, 산업 전반의 환경은 공산당 최고 회의가 지침을 통해 내린 각 부문의 끝없는 저조(低調)와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 침체와 민간 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로 민생과 실업률이 크게 불안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따라서 ‘육온’과 ‘육보’를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는 목소리는 매우 적다. 오히려 그 절반 정도만을 이뤘다고 해서 ‘삼온(三穩)’이나 ‘삼보(三保)’ 정도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다. 미국과의 갈등이 더 깊어지고, 최근에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두둔함으로써 그나마 우호적이었던 유럽연합(EU)를 반중(反中)의 대열에 서도록 만드는 실수를 범했다.
그런 분위기에서 ‘내순환’을 줄곧 강조하던 중국이 다시 꺼낸 방침이 ‘시장 통일’이다. 안정화와 확보 작업을 거친 뒤 내부 순환으로써만 경제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틀을 우선 만들자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경제의 큰 바탕인 국내의 시장을 효율적인 환경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취지다. 이는 크게 보자면 ‘내 힘으로 살아가자’라는 구호를 외쳤던 ‘자력갱생(自力更生)’의 과거 계획주의 경제 시대를 닮아가겠다는 말과 같은 뜻으로 들리기도 한다. 아울러 시장을 당국의 강력한 효율적 통제와 개입 아래에서 운영하겠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아무튼 겉으로 뻗었던 기세를 안으로 돌리겠다는 수렴(收斂)의 분위기가 중국에 팽배해지고 있음에는 틀림없다.
◇‘연임’과 ‘체제 경쟁’이 문제
현재 공산당을 이끄는 시진핑 총서기의 연임 여부는 올해 가을의 20차 당 대회에서 결판이 난다. 지금까지의 추세로 보면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그가 내건 국정의 가장 큰 지표는 ‘중국 꿈(中國夢)’이다.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뜻을 담았다. 세계 최강에 이른다는 목표다. 따라서 미국이 중심을 이루는 서양의 각국과 그 체제를 누르겠다는 의지만큼은 분명하다. 그 목표치에 이르려면 체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강박감이 아주 높다. 그래서 시진핑 연임을 위한 행보에서 이런 말이 자주 등장한다.
“동쪽(중국)이 오르고, 서쪽(서방)은 가라앉고 있다(東昇西降 2021년 3월)”, “(우리는) 세계를 같은 수준에서 본다(平視世界 2021년 3월)”…. 결국 이런 야심이 지나친 대외 확장 정책으로 이어져 오늘날의 미국 및 서방세계의 깊은 경계감을 불렀다. 코로나19는 그런 세계의 대 중국 반감에 더욱 큰 동력을 불어넣어준 계기로 작용했다. 그러나 그런 체제 경쟁과 우위 확보라는 ‘환상’을 키워 시진핑 연임의 토대로 삼았다는 점은 중국의 큰 패착일 수도 있다.
그에 따라 중국은 ‘육온’과 ‘육보’에 이어 ‘내순환 경제’, 다시 그를 순조롭게 이끌기 위한 ‘국내 시장 통일화 작업’에 나섰다고 보인다. 이는 완연한 과거 지향적인 흐름이다. 지금까지 중국이 이룬 발전의 토대인 개혁·개방을 뒤엎는 조치들이다. 이념적으로는 음울한 민족주의 정서에 몸을 얹고 있어 지금까지의 지향을 급격하게 되돌리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런 여러 가지의 정황을 다수의 평론가들은 “호랑이 등에 타서 내려오기 어려운 모습(騎虎難下)”라는 말로 정리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 및 체제와의 경쟁을 거두자니 연임은 불가능해지고, 그 다툼을 지속하자니 경제와 산업 및 대외정책 모두는 헝클어질 수 있는 꼴이다.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하는 진퇴양난(進退兩難)의 그 길목을 군사(軍事)에서는 애로(隘路)라고 설명하는데, 중국이 그런 지경에 깊이 빠져드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