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그룹에 이어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인 징둥(京東)그룹은 3월 중순 대대적인 정리 해고에 들어갔다.

중국 당국이 작년 하반기 빅테크 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 등을 강화하면서 신규 사업을 중심으로 적자가 크게 늘자 몸짓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징둥그룹은 작년 4분기 3억9200만위안(약 755억원)의 영업 손실을 보면서 경영이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징둥그룹은 40만명이 넘는 전체 직원 중 10~15%를 정리할 것으로 중국 경제 매체들은 예상했다. 최대 6만명을 정리한다는 것이다. “영원히 감원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해온 그룹 창업자 류창둥도 이달 초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중국 전자상거래업계의 맏형인 알리바바 역시 지난 2월부터 최대 3만9000명을 줄이는 감원 계획을 검토 중이고, 포털사이트 텐센트 역시 수만 명 규모의 정리 해고를 계획 중이다.

중국 인터넷 기업들은 시진핑 주석이 작년 8월 당 중앙 재경위 회의에서 공동부유를 국정 기조로 내건 이후 본보기로 정부 규제의 직격탄을 맞았다. 감독 당국이 대대적인 반독점 조사에 이어 콘텐츠 검열까지 강화하면서 영업이 크게 위축됐고 주가도 폭락한 것이다.

빅테크 기업, 수만 명씩 정리 해고

평소 입바른 소리로 당국의 눈 밖에 난 마윈 회장의 알리바바그룹을 시작으로 포털사이트 텐센트, 최대 배달 플랫폼 메이퇀 등이 수천억 원에서 최대 3조원의 벌금을 맞았다. 기업들은 정부 눈치를 살피며 앞다퉈 거액의 기부금을 내야 했다.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은 지난해 6월 당국의 반대에도 뉴욕 증시 상장을 강행했다가 결국 12월 스스로 상장을 폐지했다. 중국 당국은 상장 반대 이유로 국가 안보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 뒤에는 공동부유 정책이 자리를 잡고 있다. 중국에 뿌리를 둔 인터넷 기업들이 중국 증시가 아닌 해외 증시에 상장해 천문학적인 돈을 챙기는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당국의 규제 강화로 영업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증시 자금 조달까지 어려워진 중국 인터넷 기업들은 작년 12월 ‘중국판 넷플릭스’라는 아이치이를 시작으로 정리 해고를 본격화했다. 올 들어서는 징둥그룹을 비롯한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류허, “플랫폼 기업, 녹색등도 켜줘야”

중국 당국은 인터넷업계의 대규모 감원 바람에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류허 부총리는 3월 16일 국무원 금융위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대형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정돈 작업을 최대한 빨리 끝내라”고 지시했다. 이어 “플랫폼 기업에 적색등뿐 아니라 녹색등도 켜줘서 플랫폼 경제의 건강한 발전을 촉진하고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다.

류 부총리는 디디추싱 뉴욕 상장 폐지와 관련해서도 “중국 정부는 각종 기업의 해외 증시 상장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공동부유 정책에 놀란 국내외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상하이 증시의 주가지수가 작년 12월부터 올 3월까지 17%나 폭락하자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장기 집권 여부를 결정하는 올해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내놓은 공동부유 노선이 불과 1년도 못 돼 사실상 올스톱 상태에 들어갔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증시 폭락, 대규모 감원 등 시장의 거센 역풍에 정책 우선순위에서 완전히 밀려난 것이다.

2022년 경제 정책 방향을 논의한 작년 12월 7일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 발표문에는 공동부유라는 말이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리커창 총리도 올 3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 업무 보고에서 스쳐 지나가듯 단 한 차례만 공동부유를 언급했다. 중국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한 2020년 1분기의 기저 효과로 작년 1분기 18.3% 성장을 기록했지만 2분기 7.9%, 3분기 4.9%로 계속 떨어지는 추세이다. 빅테크 기업과 부동산 기업 손보기가 본격화된 4분기에는 4%까지 하락했다.

주요 대도시 ‘종부세’ 도입도 보류

시 주석이 공동부유 노선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제시한 부동산세 도입도 올해는 도입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부동산세는 ‘중국판 종합부동산세’이다. 시 주석은 작년 10월 당 기관지 ‘구시(求是)’ 기고문에서 “적극적이고 단계적으로 부동산세를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2011년부터 상하이와 충칭 등 직할시 2곳에서 부동산세 도입을 위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상하이는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 충칭은 호화 주택 보유 가구를 대상으로 과세 경험을 축적한 것이다.

중국 당국은 시 주석의 지시에 따라 올해부터 전국 주요 대도시를 상대로 부동산세를 시범 도입하고, 단계적으로 중소 도시로 확대해 5년 뒤에는 전국적으로 부동산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1단계로 부동산세를 도입할 대도시 숫자와 세율 등은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부동산세 도입도 작년 하반기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로 시작된 부동산 경기 침체에 발목이 잡혔다. 중소도시 주택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신규 분양은 급감하는 등 부동산 거품 붕괴 조짐이 나타났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달 “올해는 부동산세를 도입할 여건이 안 된다”며 전면 보류를 선언했다. 부동산과 그 연관 산업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7%에 이른다.

황이핑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부원장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공동부유라는 목표는 변하지 않았지만, 경제 성장 형세가 상당히 도전적인 상황”이라며 “올해는 안정적인 성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리다오쿠이 칭화대 교수도 “시 주석은 장기 정책을 제시한 것인데 중국 정부가 너무 급가속한 것”이라며 “시 주석의 본뜻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재정 쏟아부어도 5% 성장 못 해… 2분기엔 3% 하락 예상도]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8일 “올해 1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은 4.8%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겉으로 볼 때는 작년 3분기 4.9%, 4분기 4%로 하락하는 추세가 멈추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블룸버그(4.3%), 로이터(4.4%) 등의 예상치도 웃돌았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3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정부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그는 1시간가량 이어진 이 업무 보고에서 한 차례만 공동부유라는 말을 언급하고 넘어갔다. /중국신문망

그러나 중국 당국은 웃지 못하는 표정이다. 리커창 총리는 국가통계국 발표가 나오기 1주일 전부터 경제 전문가, 기업가 좌담회를 잇달아 열어 경제성장 대책을 논의했다. 지방정부 책임자들을 불러 인프라(기반 시설) 투자와 채권 발행을 크게 늘리라고도 주문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1분기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 1~2월 인프라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렸다. 1분기에 착공한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의 총투자 규모만 해도 9조위안(약 1740조원)에 달한다.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한 지방정부의 전용 채권 발행액도 작년의 2배로 늘었다.

중국사회과학원 등 관변 싱크탱크들은 이런 인프라 투자를 근거로 1분기 성장률이 최고 5.3%에 이를 것으로 자신해왔다. 하지만 실제 성장률은 4.8%로 올해 목표(5.5%) 달성 전망을 어둡게 했다. 리 총리가 다급해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가장 큰 요인은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에 따른 소비 위축이었다. 동북 지역의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과 남부 선전 등이 연달아 봉쇄되면서 지난 3월 소비 증가율은 마이너스 3.5%를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도 큰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 투자 증가율은 1분기 0.7%에 그쳤다.

상하이 봉쇄 장기화에 따른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분기에는 성장률이 3%로 추락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리는 상하이 봉쇄가 한 달 이상 지속되고, 다른 지역의 부분 봉쇄가 두 달 이상 이어진다면 2분기 성장률은 3.0%, 올해 성장률은 4.2%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