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윤석열

이번 대선이 역대 최고의 진영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2012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에 대한 박근혜 후보 지지자의 비호감이 44%였고, 박 후보에 대한 문 후보 지지자의 비호감은 53%로 절반 정도였다(미디어리서치 조사). 2017년 대선에서도 안철수 후보에 대한 문재인 후보 지지자의 비호감이 42%였고, 문 후보에 대한 안 후보 지지자의 비호감은 58%였다(엠브레인 조사).

하지만 이번엔 확 달라졌다. 칸타코리아 조사에서 윤석열 후보 지지자의 78%가 이재명 후보를 비호감이라고 했고, 이 후보 지지자도 80%가 윤 후보를 비호감이라고 했다. 이 조사에서 각 후보 지지자의 절반가량이 상대 후보에 대한 호감도 점수가 10점 만점에 0점이었다.

‘비호감 대결’은 상대방을 겨냥해 섬뜩한 말을 쏟아내며 표(票)를 모으고 있는 정치권이 노골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윤석열 후보를 향해 최근 이재명 후보는 ‘친일파’ ‘반역행위’ ‘조직 폭력배’ ‘벽창호’ 등 거친 단어를 써가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됐었던 황교익씨는 “토론이 불가능한 무능력자”라며 “술상무가 가장 적합하다”고 했다.

윤 후보 부인 김건희씨에 대한 공격엔 여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송영길 대표는 “커튼 뒤에서 수렴청정을 하자는 것”이라고 했고, 윤호중 원내대표는 “악랄한 개미핥기였다는 게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서 김씨가 유흥업소에서 일했다는 의혹을 언급했고, 손혜원 전 의원은 김씨의 과거 사진을 올리고 “눈동자가 엄청 커졌다”고 했다.

여당을 향한 야당의 분노와 적개심도 커졌다. 이재명 후보에 대해 야당에서도 “상식을 파괴하는 폭력성이 있다” “정치인으로서 정신 감정이 필요하다” “정치적으로 사망했어야 한다” 등 공세가 과격해지고 있다. 얼마 전 여론조사에선 야당 지지자의 윤 후보 지지 이유 1위가 ‘상대 후보가 싫어서’였다.

선거 민심만 쪼개진 게 아니다. 최근 갤럽 조사에선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 야당 지지자는 77%가 찬성했지만 여당 지지자는 75%가 반대했다. 정부의 코로나 대처에 대해서도 야당 지지자는 72%가 ‘잘못한다’고 했지만 여당 지지자는 79%가 ‘잘한다’고 했다.

당파적 적대감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치유하기 어려운 분열로 몰고 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요즘 우리는 ‘역대급’ 정치 양극화를 목격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도 “편 가르지 않는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는 감언이설(甘言利說)로 유권자를 현혹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갈라치기 선거 전략’으로 표 계산에 몰두하며 갈등과 증오를 부추기고 있지는 않은지 눈여겨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