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리더라고 생각하고 일해 주기 바란다’는 스승이나 상사의 말은 기분 나쁜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구성원 중에서 나를 더 인정해 준다는 느낌도 들고, 열심히 하면 승진 등 성취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리더라고 생각하고 일하라고 할 때, 그 리더는 공식 리더(formal leader)가 아닌 비공식 리더(informal leader)다. 속한 조직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보직이 아닌 것이다. 사실은 같은 팀원 위치인데 리더의 책임까지 비공식적으로 갖게 되니 좋게는 역할이 확장되는 것이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업무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한 연구 결과를 보면 비공식 리더 역할을 맡은 사람이 리더 역할을 맡지 않은 다른 구성원보다 에너지 저하가 평균 11% 심했고 업무 만족도도 떨어졌다고 한다. 특히 공식 리더의 적절한 조언이 없는 상황에서는 20%까지 에너지 저하를 보였다.
그러나 적절한 조언이 있는 상황에서는 비공식 리더와 구성원 간에 에너지 레벨 차이가 없었다. 과도한 지도(micromanaging)는 부정적일 수 있지만, 경험에 기반한 균형 잡힌 조언과 좋은 리더십 모델이 비공식 리더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확대 해석하면 공식 리더이건 비공식 리더이건 리더를 세운 후에는 리더십 코칭, 업무 분장, 구성원 간 네트워킹 등 지속적인 지원과 소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요즘 직장인의 업무 스트레스 내용 중 ‘공정성’에 관한 것이 적지 않다.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리더가 충분한 소통을 통해 업무 범위와 예상 목표치를 함께 설정하고, 목표에 달성했을 때 승진이나 상여금, 새로운 기회 보장 등 어떤 보상을 지급할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리더라고 생각하고 한번 열심히 해봐’ 식의 동기 부여와, 당사자가 공정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평가는 일에 대한 만족도와 에너지 레벨을 떨어뜨린다.
에너지 레벨 저하는 번 아웃 증후군의 대표적 현상이다. 우리 마음은 에너지가 떨어졌을 때 보상을 원한다. 이때 뇌 안에 쾌락 중추가 강하게 활성화하고, 동시에 ‘생존 아이템’과 관련된 활동도 과도하게 활성화할 수 있다.
대표적 생존 아이템 중 하나가 권력욕이다. 힘이 있어야 나와 가족 그리고 우리 조직을 지킬 수 있다. 그러나 조직 안에 건강한 리더십이 부재하고 공정성에 문제가 생길 때, 과도한 쾌락 중추 활성화로 인한 권력 탐닉이 증가해 권력형 비리 등 부정적 행동이 터져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