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다짐에 화염방사기, 급기야 방사포까지 동원됐다. 음식평론가 황교익씨 이야기다.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이 나오자 이재명 경기지사의 ‘형수 쌍욕’을 옹호한 대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낙연 캠프 인사가 “(황교익은) 일본 도쿄나 오사카 관광공사에 맞을 분”이라고 거들었다. ‘불고기, 야키니쿠 유래설’을 논했던 황교익씨가 ‘교이쿠 센세’라 모함 당하는 걸 알았던 모양이다. 황씨가 폭발했다. “이낙연 측 사람들은 인간이 아닌 짐승.” “이낙연의 정치 생명을 끊어놓겠다.” 사태를 보다 못한 ‘민주당 교주’ 김어준씨가 한 말씀 하시었다. 낙연이 사과하고, 싸움을 멈추거라. 사과와 자진 사퇴가 이틀 만에 이뤄졌다.

지난 17일 jtbc 뉴스에 출연한 황씨가 친일 논란을 두고 말했다. “문재인을 지지한 후부터 일베 등 극우 세력이 내게 친일 프레임을 씌웠다.” 그는 경기도 산하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이 만든 ‘입맛통일학교’ 교장이라는 직함으로 ‘김구=평양냉면=통일음식’ 같은 강연을 해왔다. 그런데도 최근 방영된 다큐 ‘냉면 랩소디’에 황교익은 없었다. ‘과거 일본이 우리 돼지를 수입해 갔는데, 거기서 빠진 부위가 삼겹살과 내장이다.’ 삼겹살에 ‘일본이 버린 고기’라는 개념을 입힌 ‘슬픈 삼겹살론’도 그의 주장이다. 삼겹살 다큐멘터리에도 그는 인용되지 않았다. 최근 몇 년 새 ‘음식평론가 황교익’은 방송에서 사실상 사라졌다.

알 만한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었다. “편향성 때문이 아니다. ‘박근혜 나와’ 소리친 정우성이 영화와 광고를 얼마나 많이 찍나” “황씨가 백종원씨를 정말 집요하게 공격했다. 백씨가 메인인 방송에 쓰긴 어렵지 않겠나. 백종원 팬도 화낼 거고.” “황 선생은 자기에게 반대하는 사람은 다 저격한다. 그런 평론가가 어딨나. 그런데 내 이름은 절대 쓰지 말라. 무섭다.”

십수 년 전, 외부 필자인 황교익씨가 쓴 글을 보고 식당을 찾았다가 화가 났다는 독자가 있었다. 하소연이 일리 있어 식사비를 내드리고 황씨에게 전화로 사정을 설명했다. 인사치레로라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 그래도 현장 자주 가고, 식당에서 갑질 안 하고, ‘소수 의견’을 용기 내어 말하는 태도가 좋았다.

더 유명해진 그는 더 맹렬하고, 더 옹졸해져 버렸다. ‘떡볶이는 사회적으로 맛있다고 세뇌된 음식.’ ‘백종원은 분유 먹고 자란 80, 90년생들에게 단맛을 무비판적으로 허용해 인기를 얻었다’ 일리 있지만, 진리도 아니다. 떡볶이를 파는 주점 광고를 찍고 논란이 일자 “먹지 말란 얘기를 했던 것도 아닌데 왜 문제가 되냐”라더니, 학교 앞 떡볶이 금지까지 주장했다. 이재명 지사와는 떡볶이를 두고 먹방을 찍었다. 지난 6월 이천 화재 참사날이었다. 2015년부터 시작된 백종원 저격은 급기야 “맞벌이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그 결핍을 백종원의 인스턴트 요리법으로 메운다” “설탕 처발라서 팔든 먹든, 그건 자유다. 문제는 방송이다”까지 갔다. 페이스북에는 ‘황차클럽(황교익에게 차단당한 사람들 모임)’도 생겼다. 황씨 주장을 반박하는 자, 반박 글에 ‘좋아요’를 누른 자 모두 페친에서 삭제됐다는 것이다. 후배 기자도 황씨가 디자인해 남북 만찬에 올린 ‘한반도 케이크’를 촌스럽다고 썼다가 같은 조치를 당했다.

그는 대중과 맞짱 떴고, 졌을 뿐이다. 자신을 ‘극우쪽 친일 프레임의 희생자’로 포장하는 건, 황교익다운 건가, 아닌가. ‘시민의 권리’ 혹은 일자리 앞에서 야수로 변하는 그를 보면서 이재명 지사가 앞으로 어떻게 빚을 갚을지 궁금해졌다. 더불어 떡볶이와 백종원의 운명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