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미 간 공급망 협력을 주제로 비공개 라운드 테이블을 화상으로 진행했다. 공급망은 코로나 팬데믹과 미·중 경쟁이 심화되면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워싱턴 정책 커뮤니티에서 급부상한 이슈이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임기 초기부터 행정명령 등을 통해 공급망을 주요 정책 이슈로 다룬다. 이는 반도체 및 배터리와 같은 주요 산업의 공급망 확장을 통해 미국의 제조업 기반을 강화하고 미국산 제품의 구매를 늘리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과 근본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싱크탱크의 비공개 행사는 공개 회의와는 달리 초청받은 사람만 참여할 수 있다. 미국 현직 정부 인사 3명을 포함 25여명이 참여한 이번 행사에서 전문가, 전현직 관료 및 업계 인사들이 토론을 펼쳤다. 지금이 휴가철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워싱턴이 공급망 이슈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 소주제는 반도체 협력이었다. 토론은 반도체에 국한되기보다는 바이든 행정부 공급망 정책의 골자가 무엇이며, 이를 위해 어떻게 동맹국들과 협력해야 하는지에 대해 포괄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바이든 행정부 공급망 정책의 핵심은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주요 산업에서 국내 제조업 기반을 강화해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다.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이 주요 선진 기술에서 더 이상 절대 우위를 점하지 않게 되자,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협력하여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안전하고 탄력적인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크게 두 가지 방법을 모색한다. 첫째는 미국 내 주요 산업의 공급망 확충이다. ‘미국 반도체 법안(CHIPS for America Act)’ 같은 법안 발의를 통해 연구⋅개발(R&D) 및 시설 신축 등에 연방정부가 직접 재정 지원을 하는 방법과 해외 기업이 미국에 직접 투자를 하여 공장 및 연구 센터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법을 동시에 모색한다. 지난 5월 한미정상 회담에서 한국 기업이 미국 내 반도체와 배터리 등의 제조 시설을 짓기로 한 것이 후자에 해당한다.

둘째는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를 목표로 미국 내 투자 유치를 약속한 동맹국에 미국 기업도 상호 투자를 하는 방법과, 미국과 동맹국이 제3국에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법이다. 국제개발금융공사(DFC)가 국제기구들과 합작하여 제3국에서 희소금속에 공동 투자하는 방안이 후자로 가능하다. 이는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이라는 개념으로 최근에 워싱턴에서 자주 거론된다.

비공개 행사에서는 정부 보조금, 수출 규제, 지식재산권, 인적 자본 및 연구⋅개발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앞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공급망 정책 방향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동맹국과의 협력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6월 발표한 공급망 보고서에서는 미국의 주요 공급망이 취약한 주요 원인 다섯 가지 중 하나로 경쟁국들의 산업 정책을 꼽았다. 미국의 주요 경쟁국들 대부분이 미국의 동맹국이나 협력국인데, 이들의 산업 정책이 미국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말이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주요 동맹국들과 ‘테크노 민주주의(techno-democracy)’ 협의체를 만들어 중국에 공동 대응하고자 하는 개념과 이해가 상충하는 지점이다. 미국은 양립 가능한 해결 방안으로 기술별 유연한 협력틀을 만들고자 한다. 예를 들어 반도체 파운드리에서는 한국⋅대만과 협력을 모색하고, 디자인과 패키징 관련해서는 일본 및 네덜란드와 협력하는 안이다. 미국의 이런 접근법을 파악하고 한국도 기술 및 산업별로 유연한 협력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