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탈원전, 소득 주도 성장,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국민 다수의 불만을 귀담아 들은 적이 없다. 그런데 ‘수술실 CCTV’에 대해선 여론을 대하는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수술실 CCTV 설치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의료사고 피해자 고 권대희씨 유가족인 이나금 환자권익연구소 소장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는 “수술실 CCTV는 80~90%의 국민께서 지지하는 법안”이라며 “주권자의 의지가 국회 앞에서 막히지 않도록 당론 채택을 민주당 지도부에 건의드린다”고 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 10명 중 8명이 찬성하는 수술실 CCTV 설치법은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새로운 야당 지도부는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느냐”고 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수술실 CCTV 법안은 여론조사에서 80% 가까이가 찬성한 법안”이라며 “국회는 많은 국민의 여론을 받아서 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리얼미터 등 조사 결과가 여당의 ‘믿는 구석’이다.

하지만 여당은 여론을 근거로 수술실 CCTV 설치법을 밀어붙이려면 다른 수많은 민생 사안과 정책에 대해선 왜 철저히 여론을 외면하고 있는지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 현 정부 경제 정책의 상징인 소득 주도 성장에 대한 민심은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쪽이다. 부동산 정책, 고용·노동 정책, 공직자 인사(人事) 등도 국민 70~80%가 ‘잘못하고 있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그래도 정부·여당은 눈과 귀를 막고 꿈쩍도 않고 있다.

탈원전에 대해선 갈수록 반대가 거세지고 있다. 최근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등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한 조사에서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발전 방식’으로 원자력(36%)이 태양광(31%)과 풍력(13%)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앞서 원자력학회가 4차례 실시한 조사에선 태양광이 1위였지만 이번에 순위가 바뀌었다. 향후 원자력 발전 비율에 대해서도 확대 또는 유지가 69%로 축소(29%)의 두 배 이상에 달했다. 현 정부 들어 원자력학회, 한국갤럽 자체 조사 등 10여 차례 조사에서 원전 비율의 확대 또는 유지 여론이 축소 의견보다 지속적으로 높았다.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에 대해서도 한국갤럽을 비롯한 각 조사에서 찬성이 반대보다 높았다.

하지만 여권(與圈)은 탈원전 반대 여론을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이재명 지사도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장기적으로 원전을 전면 중단시키겠다”고 했던 입장이 지금도 바뀌지 않았다. 여권의 핵심 지지층이 원하는 탈원전은 국민 다수가 반대해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입맛에 맞으면 ‘국민께서 지지하는 정책’ ‘주권자의 의지’라며 떠받들지만, 탈원전 반대처럼 불리한 여론은 못 들은 척 얼렁뚱땅 뭉개고 있다. 얄팍한 ‘여론조사 포퓰리즘’으로 정치 수준은 바닥으로 추락하고 정치 혐오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