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5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무중력지대 영등포에서 열린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서울·부산 청년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여당의 4·7 재·보선 참패 이후 2030 세대의 반여(反與) 정서가 주목받고 있다. 여권(與圈)으로선 성 추문 사건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잠시 나타난 현상이기를 바라겠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조만간 청년층이 다시 친여(親與)로 돌아서긴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리서치가 26일 발표한 조사에서 정부의 국정 방향에 공감하는 20대는 24%였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25%, 호감도는 26%였다. 모든 지표가 50대나 60·70대보다도 낮은 최저치였다. 30대도 대부분 지표가 전 연령층 평균치보다 낮았다.

4년간 민심에 귀를 막고 있던 민주당은 최근에야 ‘민심 경청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첫 일정인 청년 간담회에서 2030 참석자들은 “청년들의 분노 속엔 공정과 정의를 본질부터 배신한 민주당의 독선과 오만이 있었다”고 했다. 굳이 거창하게 ‘민심 경청 프로젝트’를 하지 않아도 세상 사람들은 다 아는 얘기다. 1994년생인 임명묵 작가가 출간한 ‘K를 생각한다’에선 “90년대생이 ‘공정’에 민감한 이유는 그들이 느끼는 불안 속에서 유일하게 예측 가능성을 제공해주는 국가 시스템 즉 정서적 안정의 최소한의 기반이 흔들리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조국·추미애 사태를 거치면서 공정한 시스템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간 청년층의 불안감은 더 커졌다. 20대가 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한 것도 조국 사태가 시발점이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2019년 초에 50%였던 20대의 문 대통령 지지율이 조국 사태가 절정이던 9월에 41%로 하락했고,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42%)가 긍정 평가를 역전한 것도 이때가 처음이었다.

정부·여당을 향한 2030 세대의 분노 지수는 이들의 불안 지수와 상관관계가 높다. 최근 케이스탯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청년층의 불안 지수는 이제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전체 성인의 70%가 평소 자신의 삶과 미래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고 했고, 특히 20대(78%)와 30대(75%)의 불안감이 가장 높았다. 불안의 종류별로는 소득과 일자리에 대한 20대와 30대의 불안감이 각각 83%, 77%로 더 심각했다.

여권의 대선 주자들은 얼마 전 청년 세대의 민심을 잡는 해법으로 선심성 현금 살포 아이디어를 경쟁하듯 내놓았다. ‘세계 여행비 1000만원’(이재명), ‘군(軍) 제대 시 3000만원’(이낙연), ‘1억원 통장’(정세균)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민주당 청년 간담회에선 “대권 주자들의 복지 정책은 현실과 동떨어진 퍼주기 정책”이라며 “어줍지 않은 현금 지원보다 자유로운 경쟁을 뒷받침하는 인프라를 만드는 데 비용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권은 세상이 바뀐 것을 아직도 모르는 듯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성장과 분배 중 더 중요한 것’으로 성장(60%)이 분배(34%)보다 훨씬 높았다. 현 정부 출범 당시엔 분배(63%)가 성장(31%)의 두 배였지만 민심이 정반대로 바뀌었다. 2030 세대도 ‘성장 우선론’ 쪽으로 기울었다. 분배에 중점을 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실패로 인한 고통스러운 상황이 개선되기 바라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전에 부탄을 여행한 뒤 “정부가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면 정부의 존재 가치가 없다”는 부탄 법전의 문구를 소셜미디어에 인용한 적이 있다. 하지만 요즘 전체 국민의 70%, 2030 세대의 80% 가량이 삶과 미래가 불안한 ‘국민 불안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도 정부가 전적으로 행복을 책임져 주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헛발 정책’으로 더 불안하게 만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