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려 앉기’를 못하는 10대, 20대가 많다. 입식 생활로 아킬레스건이 짧아져서다. 요즘 젊은 사람은 근육마저 다르다. 대통령에게 모욕죄 고소를 당했던 30대 김정식씨를 만났다. 국민을 고소한 대목에 화낼 줄 알았더니 다른 말을 했다. “대통령도 기분 나쁘면 당연히 고소, 고발할 수 있죠.” 그가 화난 건 다른 이유였다. “제가 아이폰 잠금 해제하는 장면을 경찰이 녹화해 그걸 보고 핸드폰을 풀었어요” “공범을 대라더니, 휴대전화를 3개월이나 압수하고 있었어요.” 당신도 개인, 나도 개인, 왜 개인 싸움에 권력을 끌어들이냐, 그의 ‘격발 지점’은 이거였다. 만나봐야 안다.
한 세대는 다른 세대를 대개 ‘글’로 배운다. 그 결과 서로 얕잡아 본다. 정치 성향에 따라 해법이 다를 뿐이다. 보수는 청년들에게 “정신 차리고 근면해지라”고 소리 지른다. 좌파는 알량한 몇 푼 쥐여주며 “마음 놓고 살라. 세금으로 도와준다” 속삭인다.
젊은 세대를 접할 기회가 비교적 많은 기자는 이들에게서 ‘경제의 야수성’을 본다. ‘아버지보다 가난한 아들 세대’는 스스로 시장을 만들고, ‘화폐 개혁’마저 꿈꾸는 것 같다. 여러 2030과의 대화를 압축하면 이렇다. “요즘 이직할 때 뭘 보나, 스톡옵션인가 월급인가.” “회사 신용도가 높아 직장인 대출 많이 받을 수 있는 회사.” “융자로 뭐 하나.” “아파트 사겠다.” “대출금 어떻게 갚나.” “쭉 안고 가지 왜 갚나.” “만기가 있지 않은가.” “존버(오래 버티기)하다 주식, 코인 오르면 갚겠다.” “비싼 운동화는 왜 많이 사나.” “두 켤레 사서 하나는 신고, 하나는 뒀다가 판다.”
이런 마음은 실제로 시장을 움직인다. 노인의 돈은 통장에서 숙면하지만, 청년의 돈은 돌고 돈다. 무명 식당이 맛집이 되고, 벼락 스타가 생겨난다. ‘3000원짜리 라면 먹고 5000원짜리 커피 마시는 것들’ 욕하던 시절이 오랜 과거가 아니다. 요샌 어르신들도 스벅만 좋아한다.
이제는 그 단계도 넘었다. 그들은 국가 핵심 권력인 ‘조폐권’마저 위협한다. 디지털 코인을 찍어내며, ‘화폐’로 인정하라는 것이다. 심지어 전 세계적 현상이다. “그런 투기, 나는 관심 없네요”해서 끝날 일이 아니다.
20만원짜리 한정판 운동화를 100만원, 800만원에 파는 식의 ‘운동화 리셀(resell)’ 시장이 있다. 2년 전 통계만 봐도, 글로벌 시장 규모가 60억달러(약 6조7000억원)다. 지난해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 액수다. 이런 가정을 해본다. ‘나이키X그레이트풀 데드 SB 덩크, 0.02 비트코인’. 아들이 하루 3시간 자고 공부할 테니 저거 하나 사달라고 애원한다면? ‘비트코인 사는 법’ 절대 검색 안 한다고 장담하겠나. 여러 분야에서 유사한 ‘리셀’ 경제가 일어난다. 경제는 스며든다.
“비트코인은 납치범에게나 어울리는 화폐”라는 워런 버핏의 경고도 젊은 세대는 ‘불안해진 기득권 부자의 음모’로 본다. ‘저축이 최고’라 믿는 ‘농경사회 자본주의자’들이 아직은 권력을 쥐고 법과 행정을 움직이고 있다. 비트코인의 야수성을 누르고 있는 것이다. 언제까지 가능할까.
중도 보수 진영이 2030표를 쓸어 담을 거의 최초의 시간이 다가왔다. 정치인들은 ‘코인 혁명 세력’에 어떤 답을 내놓은 건가. “안 해보면 몰라.” 원희룡 제주지사가 코인 100만원어치를 산 게 의미심장하다. 다른 분들도 어여 이들 먼저 만나시라. 다만, 물 빠진 청바지 입고 ‘치맥 토크’ 같은 건 하지 마시라. 한물간 지 오래다. “청바지 멋져요” “치킨 너무 맛있어요” 웃으면서 빈말할 뿐, 결코 진심을 말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