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학원 강의를 10년쯤 하다 보니 세계 곳곳에 제자들이 꽤 늘었다. 한국의 스승의날을 기억하고 감사 인사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필리핀 교육부 공무원인 한 학생은 “한국의 발전 바탕에는 교육의 힘이 컸다는 사실을 알고는 더 책임감을 느끼고 일하게 되었다”고 메일을 보냈다. 아프리카 르완다 제자는 한국에서 유학한 후 귀국해 대통령실로 옮겨 중요한 일을 맡게 되었다며 의욕을 보였다. 몇 해 전 방글라데시를 방문했을 때 한 공공기관 젊은 연구원은 새마을운동에 대해 벵골어로 청산유수처럼 연설했다. 알고 보니 한국 유학을 다녀온 청년이었다.
한국에 오는 유학생들은 저마다 특별한 기대를 갖고 온다. 개발도상국(개도국) 유학생들은 한국이 전쟁의 폐허 속에서 급속히 경제성장을 이루고 민주주의를 실현한 비결을 배우고 싶어 한다. 이들은 한국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강의를 통해 배우는 동시에 포항·울산 등 경제 발전 현장을 견학하고 정책과 제도의 중요성을 직접 체험한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개도국 유학생 연수 프로그램은 개도국 발전에 효과적으로 기여하는 사업 중 하나다. 연수 프로그램은 개도국 유학생들에게 새로운 지식과 기술, 많은 경우에 경제적‧지적 자본을 얻어 귀국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개도국의 발전에 기여한다. 워싱턴 소재 글로벌개발연구원은 선진국의 개발기여도(CDI)를 측정할 때 정부가 개도국 유학생, 특히 여성을 얼마나 초청하고 있는지를 포함시킨다.
과거 필자가 참여했던 미국의 ‘메이슨 프로그램’도 개도국 유학생 연수 프로그램이다. 경제학자이자 하버드대 행정대학원 원장이던 에드워드 S. 메이슨의 이름을 딴 이 프로그램은 개도국의 공무원, 정치가, 시민활동가들이 참여하는 석사과정이다. 이들은 권위 있는 교수들로부터 강의를 들을 뿐 아니라, 세계 80여국에서 온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면서 시야를 넓히고 문화적 다양성을 체득하게 된다. 학생들은 강의 외에도 각종 세미나와 포럼을 통해 다양한 전문가들과 만나서 네트워킹할 기회를 갖는다. 이렇게 쌓은 인맥은 학생들에게 자산이 될 뿐 아니라, 미국에도 소중한 인적 자산이 된다. 언론인이나 미군 장교들도 비학위과정으로 참여해서 학생들과 폭넓게 교류하는 걸 보면서 미국이 네트워킹에 얼마나 정성을 쏟는지 알 수 있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교육이 확대되면서 이런 연수 프로그램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 2020년에 KOICA가 제공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장학금을 받은 개도국 대학원생은 780명에 이르는데, 대부분 비대면 수업을 받고 있다. 이동 제한으로 자국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 온라인 교육이 부상하면서 선진국들은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온라인 연수 프로그램을 개발할 전망이다.
우리도 개도국 유학생 연수 프로그램의 미래를 내다보고 큰 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식과 기술을 전수하는 것은 온라인 교육으로도 가능하지만, 한국이라는 발전 모델을 직접 보고 느끼며 인맥을 쌓는 것은 어렵다. 세계 각국의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면서 다양성을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도 중요하다. 개도국 유학생들에게 지식뿐만 아니라 한국의 다양한 인맥과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향후 우리나라의 소중한 인적 자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