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칸에 똑같이 들어갈 말은? 야채○○ 고추○○ 불닭○○ 꼬마○○ 삼각○○ 충무○○. 노래 한 곡 곁들여 더 맛나게 먹어보자. ‘예전엔 김밥 속에 단무지 하나/ 요샌 김치에 치즈 참치가/ 세상이 변하니까 김밥도 변해….’(자두 ‘김밥’) 정말 그랬다. 1999년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김밥]만 인정하던 발음이 [김빱]도 된다고 변한 것이다. 된소리 좋아하는 말버릇 탓일 텐데, 음식 짜게 먹거나 이것저것 넣는 습성하고 닮은 듯하다.

된소리나 덧붙는 소리 내는 사이시옷 현상도 엇비슷하다. ‘회삿돈 15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받은 40대 경리가….’ ‘회삿돈’은 온라인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오르지 않던 말이다. 한 낱말로 여기지 않았을 터. 해서 ‘회사 돈’ 하고 띄워야 했는데, 어느 날 사이시옷이 붙으며 한 단어가 됐다. 전자 화폐를 뜻하는 말은 ‘전잣돈’이 아니라 ‘전자돈’으로 쓰는데.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고 ‘막냇동생’ ‘막냇삼촌’으로 오면 어리둥절해진다. 실제로 수십 년 이 신분으로 지내온 터라 ‘막내동생’ ‘막내삼촌’이 옳은 표기려니 했으니까. ‘막냇누이’도 매한가지. 과연 이렇게 쓰고 말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면 왜 ‘며느리는 ‘막냇-’이 아니고 ‘막내며느리’라 적는지 모르겠다.

반대일 땐 ‘반대말’이고, 존대할 땐 ‘존댓말’이다. 농사짓는 건 ‘농사일’인데 ‘가외(加外)’로 하는 일은 ‘가욋일’로 적는다. 화초 팔면 ‘화초집’이요 맥주 팔면 ‘맥줏집’이라니 갈피 잡기 어렵다. 북엇국, 유횻(有效)값, 무지갯빛, 등굣길, 장맛비…. 쓰기 영 어색한 표기가 한둘인가. 사이시옷은 우리말에서도 워낙 어려운 문제다. 그러니 야무진 언어 정책으로 좀 덜 헷갈리게 해야 하지 않을까.

꽁다리로 시작한 김밥 한 끼, 노래로 마무리한다. ‘날 안아줘 날 안아줘/ 옆구리 터져 버린 저 김밥처럼/ 내 가슴 터질 때까지.’ 유치하게만 듣던 예전과 달리 제법 흥겹다. 세상도 사람도 변하는구나. 사이시옷도 좀 달라지면 좋겠다. /글지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