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언론이 한국 소식을 자기네 독자에게 정확하게 전하는 데 애를 먹는다고 한다. 가장 큰 애로 사항이 문재인 정권의 성격 규정 문제다. 이 정권은 스스로를 ‘진보’라고 한다. 그러나 하는 행동의 상당수는 ‘반(反) 진보적’이다. 진보 정당이 자기 당 출신 수도(首都) 시장이 저지른 성희롱 사건 피해자에게 ‘피해 호소인’이란 신조어(新造語)를 만들어 뒤집어씌우고 2차·3차 공격을 가했다는 기사 내용에 외국 독자들은 어리둥절해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진보=성(gender)평등’이 세계의 상식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2.19 연합뉴스

가슴에 단 이름표와 하는 행동이 어긋나는 이 정권은 ‘수상한 진보’다. 그래서 외국 언론은 문 정권 머리에 ‘진보’ 대신 ‘좌파’라는 모자를 씌워 보기도 한다. ‘원(遠) 미국’ 하고 ‘반(反) 일본’ 하며 ‘근(近) 중국’ 하고 ‘친(親) 북한’ 하는 외교 정책은 이걸로 어느 정도 전달이 가능하다고 한다.

진보가 흔히 입에 올리는 말이 ‘돈이 다가 아니다’다. 그런데 이 정권의 일자리 대책은 ‘돈이면 다 된다’라는 발상(發想)이다. 노동을 입에 풀칠하는 수단으로만 본다. 사람은 노동을 통해 숨겨진 잠재력을 발휘함으로써 사람다운 사람으로 성장하고 자존감(自尊感)을 획득한다. 먹이처럼 돈만 던져주는 건 ‘청년 사육(飼育) 대책'이지 인간 존중의 일자리 정책이 아니다.

문 정권은 인권 문제만 만나면 허둥댄다. 특히 북한 인권이라는 말에는 겁부터 먹는다. 이런 ‘진보 정권’은 세계에 없다. UN 북한인권결의안에 내리 불참(不參)했다. 최근엔 캐나다가 주도한 ‘국가와 국가 관계에서 (외국인을) 멋대로 구금(拘禁)해서는 안 된다’는 선언에 이름을 올리기를 거부했다. 외국인 구금의 상습범인 북한의 반발을 걱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서구 진보 정당들의 대표 정치 상품 중 하나가 공감(共感) 능력이다. 공감이란 ‘내 편’과 ‘우리 편’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당신’과 ‘당신네들’의 기쁨과 고통을 함께 느낄 줄 아는 품성(品性)이다. 대통령이 천안함 유족과 세월호 유족을 대하는 태도는 천양지차(天壤之差)다. 내 편 우리 편 너머에는 관심이 없다.

대통령의 그런 무관심(無關心) 지대에서 50만 재일동포가 지난 4년을 살아 왔다. 현 정권이 마치 칼자루라도 쥔 듯 ‘친일’ ‘토착 왜구’하며 ‘반일(反日) 잔치’를 벌일 때마다 일본 내 혐한(嫌韓)의 역풍(逆風)을 먼저 맞은 것이 재일동포다. 그 바람 속에서 재일동포는 신음하며 소멸(消滅)의 길을 걸었다. 이 정권 같은 정권이 연속해서 한 번 더 출현하면 재일동포는 진짜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모른다.

민주국가에는 좌-우와 보수-진보의 구분 없이 서로 공유(共有)하는 기본 가치가 있다. 3권 분립 원칙이나 표현의 자유가 그런 것들이다. 이 정권은 자기네 편이 저지른 범죄는 자기 편 검사가 수사하고, 자기네가 걸린 재판은 자기 편 판사가 재판하는 걸 3권 분립이라 한다. 이런 가짜 3권 분립 속 사법부 수장(首長)이 요즘 자기가 했던 거짓말을 새 거짓말로 다시 덮느라고 쩔쩔매고 있다.

가짜 뉴스를 막는다며 언론을 향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밀어붙이는 것도 우습다. 현 정권 들어서서 보도된 최대·최고 가짜 뉴스는 뭘까. 김정은의 최근 동향과 미국 바이든 정권의 반응을 보면 ‘북한의 핵무기 폐기 의지’가 가짜 뉴스 톱으로 굳어가는 듯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1368명이 사망했다는 대통령 연설도 메가톤급(級) 가짜 뉴스다. 통계 조작은 가짜 뉴스 제조의 상용(常用) 수법이다. 현 정권은 4대강 보 허물기와 원전 폐쇄를 위해 통계 조작을 서슴지 않았다. 가짜 뉴스 진원은 거의가 청와대·정부·여당이다.

미국 대학 캠퍼스에 ‘바이든 대통령은 거짓말쟁이’라는 대자보를 붙였다고 잡아가지 않는다. 한국에선 잡혀간다. 북한으로 자유 세계 소식을 전하는 삐라를 날려 보내면 징역까지 산다. 광주민주화운동 해석 범위도 법으로 정했다. 여기에도 징역형(懲役刑)이 붙어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부산시장 성희롱 뒤치다꺼리 보궐선거에 드는 비용이 824억원이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이런 경우엔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당헌(黨憲)을 만들었다. 여당은 당헌을 뜯어고쳐 후보를 내기로 했다. ‘서울’이 자기네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성희롱·성폭력 재발 방지 대책을 제1공약으로 내거는 염치 정도는 있어야 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