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직후인 5월 초 한국갤럽 조사에서 호남 지역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92%였고 진보층도 92%였다. 하지만 지난주 갤럽 조사에서 호남은 61%, 진보층은 64%로 각각 현 정권 들어 최저치로 떨어졌다. 7개월 만에 여권(與圈) 핵심 지지층의 3명 중 1명가량이 등을 돌렸다. 총선 이후 ‘부동산 폭주’ ‘입법 폭주’ ‘추미애 사태’ 등에 여권 지지층도 상당수가 “이건 아니다”라며 실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다.
여권은 이달 초에 문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자 지지층을 재결집해 다수 국민과 대결을 벌이는 조악한 진영 정치를 해법으로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해임하면 대통령 지지율은 다시 오를 것”이라고 했다. 정청래 의원은 “공수처법 지지부진과 윤 총장에 대한 미온적 대처에 지지층의 실망감이 표출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도 청와대 회의에서 “개혁 입법이 반드시 통과되고 공수처가 출범하게 되길 희망한다”며 여당에 힘을 실었다. 그 직후 여당은 공수처법과 5·18 역사왜곡 처벌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고, 국정원법과 대북전단 금지법도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입법 폭주는 진보층에서도 지지율이 빠지는 자충수였다. 최근 갤럽 조사에선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 이유로 ‘부동산 정책’이 1위였고 ‘법무부·검찰 갈등’ ‘인사(人事) 문제’ ‘코로나19 대처 미흡’ ‘경제·민생 해결 부족’ 등이 상위에 올랐다. 그래도 여권은 지지율 하락을 ‘공수처를 강행하고 윤석열을 찍어내라’는 신호로 해석했다. 여전히 총선 승리에 도취해 ’180석 몰아줬는데 지금 뭐 하나'라는 게 민심이란 착각에 빠져있다. 심각한 민심 오독(誤讀)이다. 진보층 중에는 ‘묻지 마 지지’를 보내는 강성 친문뿐만 아니라, 지지와 비판이 모두 가능한 합리적 유권자도 적지 않다. 세상을 피아(彼我)로만 구분하고 ‘편 가르기'에 골몰하는 여권은 지지층 마음도 제대로 못 읽고 있다.
그동안 여권 지지율을 떠받쳐주던 이른바 ‘K방역’도 악재로 바뀌고 있다. K방역 자화자찬에 빠져 3차 대유행을 대비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높아졌다. 얼마 전까지 문 대통령 지지층은 지지 이유로 ‘코로나19 대처’가 50%를 상회했지만 최근 조사에선 25%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동안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날 때마다 정부는 신천지, 이태원, 8·15 광화문 집회 등을 탓하며 되레 지지율을 끌어올렸지만, 이번엔 정부 대신 욕을 먹어줄 희생양도 못 찾았다.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말에 지지율이 바닥까지 떨어진 것은 지지층마저도 실정(失政)에 지쳐서 돌아섰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도 정책 실패, 편 가르기, 독선적 국정 운영이 계속 이어진다면 믿었던 ‘집토끼’도 등을 돌리며 지지율을 더 끌어내릴 것이다. 영원한 집토끼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