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갤럽조사에서 중도층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33%로 현 정부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중도 성향이 강한 연령층인 20대에서도 33%였고, 중도 성향이 강한 지역인 서울에서 35%였다. 20대와 서울의 문 대통령 지지율도 최저 수준이었다.

중도층 민심이 싸늘해진 것은 초법적인 ‘추미애 폭주’와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부동산 폭주’, 월성 1호기 조기 패쇄 등 핵심 지지층만 의식한 친문·팬덤 정치의 영향이 크다. 얼마 전 ‘조국 흑서’ 저자들은 “문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은 극단적인 사고방식과 결별하지 않는 것”이라며 “폭넓게 지지층을 넓히는 게 아니라 폐쇄적 상황으로 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TBS 조사에서 중도층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정지에 대해 ‘잘못한 일’(67%)이란 답변이 ‘잘한 일’(31%)을 압도했다. 상식과 합리성을 우선시하는 중도층은 여권(與圈)과 핵심 지지층이 ‘숙원 과제’를 밀어붙이는 것에 반감이 크다는 조사 결과다.

친문·팬덤 정치는 네 번 연속 전국 단위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여권이 앞으로도 선거에서 계속 승리할 수 있을 것이란 오만의 산물이다. 하지만 중도층의 지지를 잃고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2017년 대선에서 문 대통령은 중도층의 과반수인 52% 지지에 힘입어 당선됐다(한국리서치 대선 사후 조사). 얼마 전 미국 대선도 중도층에서 바이든이 트럼프를 64% 대 34%로 크게 앞선 것이 승패를 가른 결정적 요인이었다(CNN 출구조사).

지난주 갤럽조사에선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전체 응답자들은 ‘현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50%)가 ‘현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36%)보다 높았다. 중도층에서 ‘정부 견제’(57%)가 ‘정부 지원’(34%)보다 높은 것의 영향이 컸다. 지난 4월 총선 직전에 중도층은 ‘정부 견제’(44%)와 ‘정부 지원’(45%)이 비슷했지만 7개월 만에 민심이 확 달라졌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취임사의 약속을 잊은 ‘망각의 법칙’과 선거 불패 신화의 허황된 믿음으로 민심 이반 원인을 깨닫지 못하는 ‘환각의 법칙’이 작용하면서 중도층 이탈이 심해졌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인 지난 2016년에 펴낸 ‘정권교체 전략보고서’에선 한국의 정치 지형을 한 번은 왼쪽으로 쏠렸다가 다음번에는 오른쪽으로 쏠리는 ‘디스코 팡팡’으로 규정했다. 대선을 치를 때마다 표심이 바뀌는 스윙보터(중도층)를 잡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여권은 정권을 잡기 전 초심을 잃고 타협을 모르는 극단의 정치로 사회를 갈라놓고 있다. 그럴수록 중도층 민심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