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한 분이 알려왔습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더니 ‘조국흑서’가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고요. 김민웅·전우용·최민희씨 등이 펴낸 소위 ‘조국백서’는 큼지막한 매대(賣臺)에 책을 탑처럼 쌓아놓고 파는데, 진중권씨 등이 쓴 이 책은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 처박혀 있다며 핏대를 세우더군요.
두 책의 원제는 각각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천년의상상刊)와 ‘검찰 개혁과 촛불 시민’(오마이북刊). 서점에 가보니 오해할 만하더군요. 하지만 그 독자가 몰랐던 게 있습니다. 교보 측에 확인해보니 ‘조국백서’는 돈을 내고 그 매대를 샀어요. 출판사가 공간 이용료를 지불한 광고 도서라는 뜻입니다. 반면 ‘조국흑서’는 광고료를 내지 않았답니다. 그런데도 ‘한 번도...’는 교보문고의 압도적 베스트셀러 1위. 일반 독자가 어떤 책을 더 보고 싶어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 뒷이야기가 많지만, 저자와 편집자의 인연도 있습니다. 27년 전인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서울대 미학과 석사과정이던 대학원생 진중권과 출판사 새길에 갓 입사한 초보 편집자 선완규. 독일 유학 비용이라도 보태겠다는 무명 저자와 세 살 어린 편집자 콤비가 만들어낸 첫 책이 ‘미학 오디세이’입니다. 학자보다 논객으로 더 이름났지만, 스스로는 미학자로서 좋은 책을 내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늘 말해온 진씨의 스테디셀러죠. ‘진선 콤비’는 이후 지난해의 ‘미학 스캔들’까지 총 18권쯤 책을 함께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8년 전쯤 독립해 출판사 ‘천년의상상’을 차린 선 대표의 e메일 아이디는 ‘천상편집자’입니다. 대표보다는 편집자라는 직함이 훨씬 좋다는군요. 인문 출판사가 대개 그렇듯, 그 역시 노무현·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민주당 지지자였다고 했습니다. 이 책을 펴내기 위해 남다른 결심이 필요했을 경력이죠. 하나 더. 조심스럽게 또래 집단(peer group)의 시선에 대한 부담은 없었냐고 물었습니다. 천상편집자가 그러더군요.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출간 전에 그렇게 생각했어요. 책 나온 뒤 욕을 더 많이 먹는다면 그동안 내가 잘못 산 거다. 하지만 반대라면 나름 애쓰면서 살았구나, 그렇게 생각하기로. 그런데 정말 많은 분이 응원하고 격려해주셨습니다.”
출간 일주일만에 이 책은 5만부가 나갔답니다. 천년의상상 창사 이래 최고의 기록이라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