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1700%에도 만족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3000%, 5000%까지 늘어나도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0일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에서 진행한 직원들과의 대화에서 강조한 발언이다.

요즘 이런저런 대기업의 노사(勞使)를 만나 대화를 나누다 보면 빠지지 않는 주제가 있다. 성과급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SK하이닉스 노사의 힘겨루기다. 이미 많은 언론에서 기사로 다룬 사회적 관심사이기도 하다. 그 교섭은 자신의 회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데도 노사 모두 이야기할 때의 표정과 말투에는 근심이 담겨 있다. 그 결과가 자신이 몸담은 기업의 직원들 또는 조합원들에게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SK하이닉스 사 측이 지금까지 제시한 성과급만으로도 다른 대기업에는 부담이다. 사 측이 제시한 기준급 1700%는 직원 평균 8000만원대의 역대급 성과급으로 추정된다. 노조는 그것도 부족하다면서 결의 대회를 진행하는 등 사 측을 압박하고 있다. 노조의 요구는 2021년에 약속한 대로 영업이익의 10%를 즉각 달라는 것이다. 그 요구대로 타결되면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은 직원 평균 1억원에 이르지 않을까 싶다.

SK하이닉스의 성과급 규모가 언론을 통해 발표되고 나면, 다른 대기업 직원의 상당수는 상실감을 느낄 것이다. 한동안 근로 의욕도 꺾일 것이다. 저곳은 성과급을 저만큼 지급하는데 우리 회사는 뭐냐, 라는 볼멘소리도 뒤따를 것이다. 임금을 지급하는 경영진뿐 아니라, 노조 집행부도 조합원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SK하이닉스보다 임금 교섭이 늦는 대기업들은 압박을 크게 받을 것이다. 이미 교섭을 끝낸 대기업들은 그 압박이 내년으로 이어질 것이다.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은 한국 경제와 사회에 부담을 떠안기는 결과로 이어진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2배인 상황에서 심리적 격차까지 크게 벌려 놓을 것이 명약관화하다. 같은 노동자인데, 자기 연봉의 서너 배를 성과급으로 챙겨 가는 상황을 보면서 무덤덤할 수는 없다. 중소기업 청년들의 자존감은 훼손되고 중소기업 기피 현상을 부채질할 것이다. 세계 최악의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더욱 악화한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론의 전설 되링거와 피오레는 “내부 노동시장에서 기업과 근로자 사이에 항구적 관계가 형성되면,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은 임금 지급 시기마다 임금과 노동의 한계생산성을 일치시키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생산성보다 임금을 더 많이 준다는 의미다. 한국의 일부 대기업은 노동과 임금의 사회적 한계생산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일부 대기업은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5000만원이라는 점, 중소기업의 평균 연봉은 3576만원이라는 점 등 소득과 임금의 사회적 수준을 무시한 채, 저 홀로 임금 상승 놀이에 흠뻑 취해 있다. 그 현상은 2020년부터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해 하반기 IT 기업들이 촉발한 판교발 임금 상승은 다른 대기업의 임금 상승을 압박했고, 5년째 주거니 받거니 임금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 추세라면 일부 대기업 연봉은 머지않아 1억5000만원까지 다다를 전망이다. 기업의 경영 압박과 국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총고용의 8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의 노동소득분배율은 이미 80%다. 분배율을 100%로 하는 불가능한 가정을 해도 중소기업의 평균 연봉은 5000만원이 안 된다. 그것은 노동계도 잘 안다.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 교섭에서 두 노총의 최초 요구안은 연봉으로 환산할 경우 2884만원이었다. 대기업 대졸 초임에도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었다. 그럼에도 평등을 지향해야 하는 노동계는 일부 대기업만의 임금 잔치에 대해 아무 발언도 하지 못한다. 노동운동의 기본 원리인 ‘임금의 사회적 조율’조차 발언하지 못한다. 대기업 노조가 두 노총의 주력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조합비의 절대액을 책임지면서 핵심 간부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경영계가 한국 사회와 함께 임금의 사회적 조율을 모색해야 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나 홀로 임금 상승 잔치에 빠져 있을 것인가. 화폐 임금은 한번 오르면 다시 낮추는 것은 회사의 존폐가 걸렸을 때 말고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고 있지 않은가. 대기업 총수들의 결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