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대통령실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은 어떻게 될까. 여기저기에서 질문을 받았다. 대통령의 특성과 지지 기반, 노동계와 경영계의 주장 및 물밑 이해관계, 각각의 쟁점이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측면에서 분석해 봤다.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느낌은 나쁘지 않다. 문재인 정부처럼 당위에 매몰되어 최저임금을 성급하게 인상했다가 용두사미 되거나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설익은 정규직화 정책으로 노노 갈등을 유발한 상황의 재현은 아닐 듯싶다. 분석할수록 왠지 새 정부 노동정책의 흐름은 노동계 움직임보다 경영계의 태도 변화에 달려 있다는 예감이 깊어진다.

이곳저곳 분위기를 파악하며 여전히 분석 중이다. 노동계는 세 차례 민주당 정부를 경험해서 그런지 100%는 기대하지 않는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 등 저마다 처지에 따라, 정년 연장인지 노조법 2·3조 개정인지 방점은 다르다. 경영계는 우려한다. 몇몇 기업은 몹시 긴장하고 있다. 법무법인은 분주하다. 노조법 2조가 개정되어 하청에 대한 원청 사용자성이 확장되면 소송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노와 사가 자율적 노사 관계를 구축하지 못한 채 법률에 의존하며 빚어지는 촌극이다.

자업자득. 노조법 2조와 관련한 대기업 처지가 딱 그 형국이다. 세계의 기업 경영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에서 ESG(환경·사회·거버넌스)까지 진화했고, 한국도 조응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대기업은 유독 원·하청 거래에서는 낡은 관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조선소가 문제다. 하청 단가에 임금을 적정하게 반영하면 되는 문제였다. 대기업은 이명박 정부의 협력 이익 배분제, 윤석열 정부의 납품 대금 연동제 등 각종 정책과 사회적 호소에도 하청 단가 현실화를 외면했다. 결국 노조법 2조 상황까지 몰고 왔다.

오늘의 대기업이 있기까지 총수와 경영진의 노력뿐 아니라, 국가의 특혜 지원, 노동자의 헌신, 소비자의 사랑, 주주의 뒷받침이 있었다. 무엇보다 하청의 땀과 눈물이 대기업 성장의 밑거름이었다. 대기업은 울타리 노사만의 돈 잔치를 그만하고, 하청 이윤과 임금을 적정하게 반영하는 동반 성장 전략으로 하청을 품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 경제가 다시 도약한다. 시대와 국민 인식과 정치 현실이 바뀌었다. 설렁설렁 상황만 모면하다가는 노조법 2조보다 강력한 뭔가가 몰아칠 수 있다는 점을 대기업은 심각하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정부 앞에는 특수 고용·플랫폼·프리랜서의 노동권 문제,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일부 조항 미적용 문제 등 2차 노동시장의 열악한 처우를 순조롭게 개선해야 하는 난제가 있다. 친노동 정부가 들어섰다는 노동계의 기대로 각종 현안이 쏟아질 것이다. 정년 연장, 주 4.5일제 등 1차 노동시장 노조의 대선 청구서도 날아들 것이다. 청구서는 섣부르게 접근할 경우, 중소기업 경영에 타격을 주고, 청년 고용은 더 악화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의 격차를 더 벌리는 이중구조 심화로 직결된다. 총고용에서 그나마 20%가 채 안 되는 1차 노동시장의 괜찮은 일자리가 AI와 로봇으로 급속하게 대체되는, 즉 1차 노동시장을 축소하는 결과로도 이어질 것이다. 신중하게 연관 효과를 검토하면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새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대한민국의 성장 전략에 포함했다. 적극 동의한다. 이중구조는 불평등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이중구조에서 비롯된 저출산과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은 경제의 영역이다. 중소기업은 총고용의 8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새 정부가 성장 전략에 이중구조를 포함한 것은 그만큼의 무게를 싣고서 개선하겠다는 뜻으로, 나는 이해했다. 그래서 제안한다.

이중구조의 모든 이해 당사자 대표, 전문가, 정부 관련 부처를 망라해서 ‘대통령 직속,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개선 위원회’를 구성하면 어떨까 싶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아닌, 대통령 직속으로 제안하는 이유는 문제의 복잡성 때문이다. 이중구조는 노사 갈등뿐 아니라 노노 갈등, 사사 갈등, 세대 갈등, 을들의 갈등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문제다. 소비자까지 모든 당사자가 참여해서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또 국민에게 수시로 보고해야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영국의 베버리지 보고서나 독일의 노동 4.0 보고서 같은 성과만 도출해도 이중구조 개선과 성장 동력에 큰 진전이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