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과 김정은의 만남을 계기로 전개될 러·북 군사 협력의 향배에 국제적 시선이 쏠리고 있다. 우리는 러시아가 한반도의 현상 변경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에 군사 기술을 이전하는 ‘치명적 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일단 방점을 찍고 있다. 하지만 반대 방향으로 사태가 전개될 경우를 대비해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북한의 포탄과 로켓 지원 덕분에 우크라이나 전황을 개선한 러시아는 올해 3월에 북핵 저지를 목적으로 활동해 온 유엔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Expert Panel)의 활동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는 유엔 대북 제재 결의가 금지하는 불법행위에 러시아가 직접 가담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동시에, 미국의 핵 비확산 정책에 협조해 온 러시아의 오랜 정책 기조를 폐기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기대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원자력잠수함, 정찰위성 기술 등은 한반도의 군사적 균형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 ICBM에 실린 북한의 핵탄두가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재진입(reentry)하여 미 본토의 목표물을 타격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실은 원자력잠수함이 태평양을 잠항해 미 서부 해안에 접근한 후 핵 공격을 할 수 있다면,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게 된다.
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 남하 시 비례적 대응을 위해 우리 군 무인기 3대가 북쪽으로 올라가도 북한은 감지조차 못 했고, 미군 정찰기가 동해안 쪽 북한 영공을 위협해도 김정은은 까맣게 모른 채 원산 앞바다 특각(特閣)에서 휴식을 즐겼다. 이러한 북한이 러시아 도움으로 정찰위성을 비롯해 한미 동맹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눈과 귀를 갖게 된다면, 위협이 배가된다.
따라서 한미 양국은 유엔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러·북 군사 협력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지금까지 북한은 핵·미사일 고도화 능력과 한계를 거의 다 보여주었다. 따라서 푸틴의 방북 이후 새롭게 선보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러시아의 기술적 지원에 따른 결과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는 북한의 기술적 진보가 북한의 자체 노력의 결과인지 러시아 덕분인지 구분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한미 양국은 러·북 간 ‘치명적 거래’를 가정해 전략적 ‘추가 조치’를 논의해야 한다. 한·러 관계를 의식해 푸틴의 방북 의미를 축소하고 대충 넘어가면 상황 관리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우선 우리의 강력한 의지를 모스크바에 전달하기 위해 신속히 한·러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거나, 특사를 파견할 수 있다. 그리고 한미 양국은 대북 핵 억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억제하기 위해 한미 양국이 작년에 출범시킨 ‘핵협의그룹(NCG)’이 한미가 함께 핵무기를 운용하는 ‘일체형 확장억제’를 보여줘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미 NCG에 일본과 호주까지 참여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핵무기 감축을 거부하는 러시아와 중국을 보면서, ‘핵무기 확대’ 정책으로의 대전환을 검토 중이다. 미국이 전략핵과 더불어 전술핵 숫자를 대폭 늘릴 예정이라면 NCG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전술핵을 한미가 ‘공유(sharing)’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NCG는 (필자가 용산 국가안보실에 근무할 때) 북한이 아직 ICBM 재진입 기술을 획득하지 못하고, 원자력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았으며, 정찰위성 기술이 미진한 단계일 때 한미가 합의한 것이다. 만일 북한이 러시아의 도움으로 상기 기술들을 획득하여 전략적 위협을 가해 온다면, 이에 걸맞은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 7월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나토의 글로벌 파트너인 AP4(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우크라이나 지원 정책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거시 전략 차원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우리가 동시에 상대할 필요는 없다. 러시아가 잘못할 때는 중국과, 중국이 잘못할 때는 러시아와 협조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현재 중국이 러·북 밀착을 달가워할 리 없다. 따라서 우리는 중국과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 한·러 관계가 한국의 안보보다 우선할 수 없고, 러시아의 불법행위가 중국의 역내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푸틴-김정은 간의 ‘치명적 거래’와 그 이행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