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소득이 더 높은 배달업 등으로 옮긴 택시 기사가 늘면서 택시 기사 부족으로 인한 서울의 '택시 대란'이 심각해졌다. 기사 구하기가 힘들어져 법인택시는 운행률이 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서울 시내 한 법인택시 회사 차고지에 택시가 가득 세워져 있는 모습. /뉴스1

택시 잡기가 너무 어려워진 서울의 ‘택시 대란’ 문제에 대해 정부가 택시비 인상을 해법이라고 내놓았다. 3800원인 기본요금을 4800원으로 올리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처우가 나빠 많은 택시 기사가 배달 같은 다른 일을 찾아 떠났으니 소득을 늘려서 돌아오게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말은 참 쉽다.

지금의 안대로라면 서울 택시 기본요금은 26%가 올라 뉴욕·싱가포르·홍콩 등을 단숨에 뛰어넘게 된다. 치솟는 물가와 전쟁 중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겁할 일이다. 인플레이션이 극심한 지금 같은 때에 정부가 앞장서서 대중교통 요금을 올리는 나라는 드물다. 많은 정부는 반대로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요금을 깎아주면서 국민의 교통비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택시 대란을 완화하는 효과라도 있다면 다행일 텐데 그마저도 불분명하다. 정부는 개인택시 기사 운행을 늘리려는 목적으로 수요가 몰리는 심야 시간에 요금을 더 올리는 탄력요금제까지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 개인택시 기사는 70%가 60대 이상 고령자다. 늦은 밤 차를 몰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난 4월 서울시가 심야 시간에 한해 택시 3부제를 풀었는데도 운행 대수는 10% 남짓 늘어나는 데 그쳤다.

택시 공급 확대와 비슷한 효과를 낼 승차 공유 서비스 도입은 거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우버’로 상징되는 승차 공유는 한국에서 한 번도 제대로 시행된 적이 없다. 2018년 나왔다가 2020년 법에 막힌 ‘타다’는 렌터카 기사 채용이라는 우회적 방법을 썼기 때문에 우버와는 달랐다.

진짜 우버는 누구라도 자기 차로 승객을 태우고 요금을 받도록 한 서비스로, 수요에 따라 차량 공급과 요금을 유연하게 움직이게 한 것이 핵심 기술이다. 호출이 늘면 요금이 올라가는데 이를 잠재적 기사에게 앱으로 알려준다. 요금이 올라 돈 벌러 나오는 기사가 증가하면 공급이 늘어나는 셈이니 요금은 자연스럽게 내려가 균형점을 찾게 된다. 디지털 신기술을 통해 자유시장 경제의 원동력인 ‘보이지 않는 손’이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설계했다.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가 ‘애덤 스미스는 우버를 사랑했을 것이다’라고 경제학 교과서에 쓴 이유다.

현대차는 '동남아의 우버'라는 그랩에 큰돈을 투자하고 싱가포르에 세운 '글로벌 혁신 센터'를 통해 모빌리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진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과 앤서니 탄 그랩 창업자 겸 CEO가 2018년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블룸버그 뉴이코노미 포럼’에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 /현대차

한국은 2020년 개정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타다 금지법)으로 승차 공유 서비스 도입을 원천 봉쇄해둔 상태다. 법 개정 당시 국회 회의록을 찾아 읽어 보았다. 택시 환경이 지금과 완전히 달랐다. 택시 부족이 아니라, 과잉이 문제였다. 2019년 11월 당시 국토부 차관과 국회의원이 주고받은 문답 내용의 일부다. “택시가 과잉 공급인 상태에서 (타다 같은) 유사한 업체가 진입해서 손실을 본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감차(減車)를 해서 (택시를) 어느 정도 줄일 계획입니까?” “아직 감차 실적이 굉장히 부진해서….” 택시가 너무 많아 승차 공유까지 도입하긴 어렵다는 게 법 개정의 취지였다. 지금은 반대로 택시가 부족해져 골치다. 게다가 법이 보호하겠다던 택시 기사의 상당수는 아예 업계를 떠나 우버 방식을 차용한 음식 배달업으로 가버렸다. 법이 현실과 멀어졌으니, 바꿔야 하지 않을까.

승차 공유 서비스 도입에 대한 택시 업계 반발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우버가 불법이라는 수많은 소송이 제기됐지만 미국 등 주요국 법원은 대체로 소비자 편익 증대를 이유로 우버 서비스를 허용했다. 시카고대가 경제 전문가 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 전원이 “우버는 소비자에게 유익하다”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 소비자는 편익을 체험할 기회도 없이, 택시 대란 문제를 요금을 더 내서 해결해줘야 할 처지가 됐다.

이동 방식을 개선하는 ‘모빌리티’ 산업은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한 축으로 이미 정착했다. 우버의 시가총액은 약 78조원이다. 현대·기아차의 합보다 크다. 승차 공유는 자율주행, 차량 구독 등 연관 서비스와 결합하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다른 나라엔 우버의 경쟁사도 적잖이 나왔다. 도요타는 1조원을 넘게 쓰며 우버와 공동 사업을 진행 중이고 현대차·SK는 동남아판 우버인 ‘그랩’에 큰 투자를 했다. IT 강국인 한국에서 승차 공유 서비스가 완전히 부재하는 현실은 정상이 아니다. 법 개정이 오래 걸린다면 혁신 서비스 지정 등 물꼬를 틀 방법이 적지 않은데 나서는 책임자 하나 안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반(反)시장적이었던 지난 정권에 맞서 “규제를 혁신해 자유 시장이 숨 쉬게 하겠다”고 약속해 당선됐다. 최근 윤 정부의 지지율이 낮아진 이유에 대해 많은 이들은 ‘기대했던 혁신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소비자 부담만 키우는 가격 인상보단 훨씬 혁신적인 방식으로 택시 문제를 풀기를,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