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18일 대전 중구에 위치한 식당에서 직원이 예약석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나는 회식 좋은데...”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한 친구의 말에 다들 눈이 둥그레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전면 해제되면서 회식이 부활하고 있다. 오랜 재택근무 끝에 모처럼 다 같이 모이는 회식이 싫진 않을 수 있어도 좋을 것까지야.... 대다수가 밀려드는 ‘보복 회식’으로 불만을 토로하는데 당당히 회식이 좋다고 선언한 친구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회식은 하고 싶은데 젊은 직원의 눈치가 보이는 전국의 부장님, 팀장님들께 ‘꿀팁’이 되면 좋겠다.

친구네 회식 문화는 역시 보통의 회식과는 달랐다. 가장 큰 차이는 앉는 자리였다. 동기나 친한 사람끼리 자유롭게 앉아도 눈치 보이지 않는 분위기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친구에게 회식 날은 “친한 동료끼리 회삿돈으로 맛있는 음식 먹는 날”일 뿐이었다. 위계에 의한 괴롭힘과 잔소리 등 각종 불미스러운 일을 피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다른 한 친구는 “우리 회사에선 동기끼리 앉았다가 ‘모여 있지 말고 떨어져 앉으라’고 핀잔을 들었다”며 투덜댔다.

두 번째는 음식의 가격대다. 두 번 할 회식은 한 번으로 줄여 더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면 회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친구는 “회식 때마다 내 돈 내고 사 먹기 부담스러운 소고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최근 소셜미디어 틱톡에서는 전직 구글 직원의 폭로가 조회 수 600만을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구글에서는 직원들에게 뷔페 못지않은 저녁 식사와 커피, 간식을 무료로 제공해왔는데, 이 모든 혜택이 “적은 비용으로 직원들을 더 오래 일하게 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구글은 맛있는 공짜 음식은 직원을 붙잡아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은 역시 속도였다. 친구는 “팀장님이 어린아이를 키우시기 때문에 제일 먼저 귀가하신다”며 해산은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 점심이나 근무 시간을 이용한 회식이라면 금상첨화다. 얘기를 다 듣고 난 다른 동창들은 “그래, 너는 회식이 좋을 만하다”고 끄덕였다.

소통과 단합을 위한 자리인데 이런 회식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반론이 예상된다. 하지만 소통은 평소에 하고 회식(會食)에서는 모여서 맛있게 먹기만 하면 안 될까. 회식에서 ‘불만 있으면 자유롭게 얘기해 보라’는 상사의 질문에 정말 자유롭게 얘기했다간 먹던 음식이 얹히기 십상이다. 진정 젊은 직원의 고충과 속마음이 궁금하다면 익명 설문지로 받는 편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수백 명이 참여한 회식 관련 설문 조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 중 40%는 회식이 “무조건 싫다”고 답했지만 “좋은 사람들만 있으면 좋다”는 답변이 22%로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비싼 메뉴면 좋다(11%)”, 4위는 “점심이면 좋다(10%)”였다. “무조건 좋다”는 답변은 2%에 불과했다. MZ세대라고 무조건 회식을 싫어하진 않는다. 몇 가지 공식만 지킨다면, 회식이 좋다는 직원이 늘어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