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PT(개인 트레이닝) 쌤’이 심각한 얼굴로 고민을 토로했다. “새로운 트레이너 선생님을 구해야 하는데, 정말 너무 힘드네요.” 혼자 운영하는 동네의 작은 헬스장인데, 보조 트레이너가 개업해서 나가는 바람에 비상이 걸렸다.

PT 쌤이 원하는 트레이너의 조건은 딱 두 가지다. ‘근면 성실한 사람, 회원들과 염문이 없었던 사람.’ 일대일 트레이닝인 만큼 회원들과 약속한 시간을 잘 지키면서 성실하게 지도하는 건 당연하고, 이성 접촉이 잦은 일인 만큼 과거 회원과 스캔들이 있었던 사람은 좀 곤란하다고 했다.

PT 쌤은 이런 조건의 사람을 뽑기 위해 ‘10시간 실무 면접’을 본다. 헬스장으로 출근해 PT 쌤을 상대로 일종의 수업 시연을 무사히 완료해야 최종 합격한다. 10시간을 채우려면 최소 서너 번은 만나야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사람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는 취지다.

지금까지 면접을 본 사람은 3명. 첫 번째는 잦은 지각으로 조기 탈락해버렸다. 두 번째는 화려한 스펙이 돋보이는 트레이너였다. 그런데 대화를 나누던 중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어 조심스레 평판 조회를 해봤더니…. 지난번 헬스장에서 회원과 엮인 스캔들로 시끄러웠다고 했다. 아, 사생활 검증에서 걸려버렸다.

세 번째는 조건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왔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으니, 바로 ‘체지방’이었다. PT 쌤은 고민 끝에 “트레이너가 통통한 체형이면 회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할 수 있으니 한 달 동안 체지방을 줄여서 오면 어떻겠냐”며 ‘조건부 채용’을 제안했다. 한 달이 다 되어갈 무렵 PT 쌤은 문자를 한 통 받았다. ‘저 채용 취소해주세요 ㅠㅠ.’ 살을 빼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PT 쌤의 새 트레이너 구하기는 무려 두 달간 ‘진행 중’이다. “이력이 화려한 사람은 많아요. 스펙보다는 인성을 보고 싶은데 정~말 어렵네요.” 그는 “스펙만 보고 덜컥 채용했다가는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고도 했다.

동네 헬스장도 ‘정말 이렇게까지?’ 할 정도로 열과 성을 다해 사람을 찾는다. 그 나름의 기준과 조건을 세우고 최소 ‘10시간 실무 면접’이라는 검증 장치도 만들었다. 조건을 충족해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해 머리를 싸맨다.

그런데 대선을 앞둔 여야 정당들은 어땠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캠프가 영입한 함익병 피부과 원장의 문제성 발언은 잠깐 인터넷만 검색해도 다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런데도 추천만 믿고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덜컥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내정했다가 몇 시간 만에 철회하는 코미디 같은 일을 벌였다.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됐던 청년 노재승씨도 과거 발언 논란 끝에 사흘 만에 물러났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 선대위 영입 인재 1호이자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조동연씨는 시끄러운 논란만 남기고 임명 사흘 만에 사퇴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 출신이라며 ‘청년 과학 인재’로 이 후보 캠프에 영입된 김윤이씨는 하루 전까지도 다른 후보 캠프에 이력서를 낸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은 피곤하고 짜증 난다. 나라를 책임지겠다는 정당의 인재 영입이 동네 헬스장보다 못해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