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년 2월 17일. 입에 재갈이 채워지고 혀가 쇠꼬챙이로 뚫린 남자가 로마 캄포 데 피오리 광장에 끌려 나왔다. 잠시 뒤 예수회 사제들이 남자의 옷을 모두 벗겨 광장에 거꾸로 매달고 화형을 집행했다. 이단 판결로 사형당한 죄수의 이름은 조르다노 브루노, 전직 수도사였다.

일러스트=이철원

브루노는 ‘무한 우주와 세계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밤하늘의 무수한 별이 태양과 같은 존재이며, 그 곁에는 우리와 다른 생명체들이 살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이 창조한 우주는 유한하고 지구에만 생명체가 산다는 교리에 정면으로 맞섰다. 같은 시기 갈릴레이와 케플러도 브루노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 다만 브루노는 갈릴레이와 달리 종교 재판에서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론을 철회하면 살려 주겠다는 추기경에게 “선고받는 나보다 선고하는 당신들이 더 공포에 떨고 있다”고 호통쳤다. ‘과학의 순교자’로 불린 그의 명예는 2000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사형 선고와 집행에 대해 사과하면서 400년 만에 회복됐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의 첫 장에서 브루노를 “과학적 도구도 없이 오직 사유의 힘만으로 우주의 광막함을 먼저 깨달은 선지자”라고 썼다.

오늘날 브루노가 내다본 ‘무한한 우주’는 누구나 아는 상식이지만 외계 생명체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지난 수십 년간 생명체가 거주할 법한 지구형 행성 6100개를 찾아냈지만, 직접적인 생명의 증거는 없다. 외계 생명체 탐사는 환호와 절망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과정이다. 지난해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사자자리 행성 ‘K2-18b’의 대기에서 디메틸황화물과 디메틸이황화물 신호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지구 대기에도 존재하는 이 물질은 오직 해양 플랑크톤만이 생성한다. “생명체 탐사 역사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올해 초 애리조나대 연구팀은 이 신호 해석이 잘못됐다고 발표하며 찬물을 끼얹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더 많은 예산과 노력을 투입해 우리가 우주의 유일한 존재가 아니라는 브루노의 생각을 입증하려 애쓰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는 목성의 위성 유로파로 날아가고 있다. 유로파의 지각 아래 거대한 염수 바다에 생명체가 사는지를 확인하는 이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예산만 7조원이다. 2028년에는 토성의 위성 타이탄으로 ‘드래건플라이’가 발사된다. 타이탄은 지구를 제외하면 표면에 액체가 존재하는 태양계 유일의 천체이다. 드론형 탐사선 드래건플라이는 타이탄을 비행하며 샘플을 채취해 생명체의 흔적을 찾을 계획이다.

아비 로브 하버드대 교수가 2021년 출범한 ‘갈릴레오 프로젝트’는 UFO의 실체 확인이 목표이다. 세계 곳곳에 고해상도 카메라·레이더·적외선 센서 등을 설치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AI를 이용해 0.1초 만에 판독하는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로브 교수는 “왜 이런 프로젝트를 하느냐”는 질문에 “증거의 부재가 부재의 증거는 아니다”라는 세이건의 말을 인용해 답했다.

영화 E.T의 가장 유명한 장면

전현직 미국 대통령의 외계인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오바마가 외계인이 존재한다고 말했다가 실제로 증거를 본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자, 트럼프가 관련 문서를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미국에서 외계인은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과 함께 음모론이 끊이지 않는 주제이다.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에 따르면 미국인의 56%가 외계인의 존재를 믿고, 47%는 이미 지구를 방문했다고 생각한다. 폭스TV 드라마 ‘X파일’에 나오는 것처럼 진실은 저 너머에 철저히 감춰져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이 많다.

2010년 NASA가 “외계 생명체 관련 중대 발표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외계인이 발견됐다는 소문이 퍼졌지만 정작 과학자들은 시큰둥했다. 외계인이 나왔으면 미국 대통령이 발표하지, 왜 NASA가 발표하겠냐는 식이었다. 실제 발표도 외계인과 별 관련이 없었다. 미국은 1947년부터 외계인과 UFO 조사를 진행했고, 이 중 상당수가 인터넷에 공개돼 있다. 스텔스기 같은 군사 프로젝트를 숨기기 위해 미군이 헛소문을 퍼뜨린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기밀로 분류된 문건도 꽤 있다. 여기에 외계인 사체나 외계인과의 만남이 담겨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트럼프가 어떤 대통령인데, 그런 걸 봤다면 이미 직접 발표했을 것 같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