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대통령 착각하게 만든 기초연금 문답
지난달 20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기초연금과 관련해 중요한 발언을 했다. 이 대통령은 정은경 복지부 장관에게 기초연금을 받는 소득 하위 70% 중 상위 그룹은 월소득이 얼마냐고 물었다. 정 장관은 “1인 가구의 경우 ‘월소득’이 240만원 정도”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그럼 이백몇십만 원 소득이 있는 사람도 1인당 34만원을 받는 것인데 그거 좀 이상한 것 같다”며 “20만원일 땐 이해했는데 34만원씩 받는 상황이면 연간 몇 조씩 재정 부담이 늘어나는데 그게 맞느냐”고 했다. 그는 “똑같이 올려줄 것이 아니라 하후상박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노인 빈곤 문제도 심각한데”라고 말했다.
올해 기초연금 예산은 국비 23조1000억원, 지방비 4조3000억원 등 27조4000억원이다. 우리나라 복지 사업 중 가장 큰 규모다. 무조건 소득 하위 70%에게 주는 방식이라 선정 기준이 해마다 오르면서 중산층 이상, 형편이 괜찮은 65세 이상까지 기초연금을 받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대통령이 기초연금 개편을 지시한 것은 말 그대로 늦었지만 적절한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과 복지부 장관 사이 문답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올해 1인 가구 선정 기준이 247만원인데 이는 월소득이 아니라 소득인정액이다. 소득인정액은 실제 소득·재산에서 이것저것 공제한 금액이다. 근로소득의 경우 우선 116만원을 기본 공제하고 30%를 추가 공제해주기 때문에 실제 소득과 차이가 크다. 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소득인정액은 월소득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혼자 사는 65세 이상이 월 468만원을 벌어도 소득인정액이 246만원으로 나와 다른 재산·금융 자산이 없을 경우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월 468만원 소득이면 연봉 5600만원이 넘는다.
[문유미의 제대로 쓰는 해방 전후사] 미군정은 제국주의 침략이 아니라 전후 패전국 영토의 재편이었다
“미군은 한반도에서 점령군이었는가, 해방군이었는가?”
이 질문은 1980년대 한국 현대사 연구 붐과 함께 많은 학자가 던진 핵심 의문이다. 그 답을 찾을 때 미국 시카고대 브루스 커밍스 교수가 큰 영향을 끼쳤다. 커밍스는 저서 ‘한국전쟁의 연구’에서 6·25전쟁은 미군정의 냉전적이고 제국주의적인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수정주의적 시각을 통해 한국 진보 세력의 한·미 관계 인식을 바꿨다. 그렇다면 미군은 과연 점령군이었을까? 미국은 구체적으로 언제, 왜 한반도에 미군정을 실시하고자 했을까?
[장강명의 근미래의 풍경] 숏폼 탐닉하느라 떨어진 집중력…‘도파민 방어 주사’가 해결합니다
기술이 인간의 삶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STS(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과학기술과 사회) SF’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써온 장강명 작가가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보게 될지도 모를 기묘한 풍경을 픽션으로 전달합니다.
“제가 비행기 타기 전에 확인을 좀 하고 싶은데…… 저희, 인가 받은 병원에 가는 거 맞죠?”
성민이 여행사 직원에게 물었다. 직원이 막 투어 참가자들에게 비행기 표를 나눠주고 호치민 국제공항에 내리면 어디에서 집결해야 하는지 설명을 마친 참이었다. 옆에서 아내가 ‘뭘 그런 걸 물어봐’ 하는 표정으로 노려봤지만 성민은 꼭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죄송합니다. 현지 일정 관련해서는 베트남 협력사에서 메일로 보내드린 설명 외에 제가 따로 말씀드릴 수 없게 되어 있어요. 호텔에서 전문 코디네이터가 상담해주실 거예요.”
아내가 면세점이나 빨리 가보자며 성민을 잡아끌었다. 중학생이 된 아들이 성민보다 오히려 더 차분했다. 석 달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병원이든 클리닉이든 그게 뭐가 중요해? 우리 달라진 거 보고도 효과를 못 믿겠어?”
[선우정 칼럼] 건방질지 몰라도 똑똑한 쿠팡 창업자
한 국회의원이 저녁 자리에 유통 기업 오너를 불렀다. 국회의원 지역구 인근에 이 기업의 대형 마트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건설 계획을 취소하라”고 다그쳤다. 대형 마트가 주민을 빨아들이면 지역구 전통시장 상인들이 피해를 본다고 했다. “부탁이 아니라 욕설에 가까웠다”고 했다. 언성을 높이다가 흥분한 의원이 손으로 밥상을 내리쳤는데 어찌나 셌는지 젓가락이 오너 머리 근처까지 튀어 올랐다고 한다. 결국 이 기업은 상당한 손실을 보고 대형 마트 건설 계획을 철회했다. 이 오너에게 그날이 “인생에서 가장 모욕적인 순간”이었다고 한다.
이 오너가 정치인 젓가락을 마주할 무렵, 미국 기업 쿠팡의 창업자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4조원을 투자받았다. 4년 전에는 미국 세쿼이아캐피털, 블랙록으로부터 5000억원을 받았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들이다. 이 돈으로 한국 투자를 시작했을 때 연간 적자가 최대 1조원에 달했다. “미쳤다”고 했다. 과잉 투자 때문에 몰락할 쿠팡을 한국 기업이 삼킬 것이란 전망이 주류였다. 유통업에서 저런 적자를 본 적이 없는 데다 한국 기업이 월마트를 먹은 승리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반대, 지금 보는 그대로다.
젓가락을 날린 국회의원 지역구 인근에도 몇 년 후 쿠팡의 대형 물류센터가 생겼다. 물류센터가 ‘매장 없는 대형마트’와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한국 정치인들이 알 리가 없다. 물류센터 설립과 함께 국회의원 지역구도 쿠팡의 로켓배송이 가능한 이른바 ‘쿠세권(쿠팡+역세권)’에 들어갔다. 대형마트 몇 개보다 훨씬 무서운 놈이 나타나 주민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엔 별다른 반발이 없다. 지자체장이 쿠팡 대표를 불러 물류센터 유치 환영식까지 열었다.
[김도훈의 엑스레이] [108] 호텔 화장실을 돌려달라
호캉스는 가지 않는다. 호텔로 바캉스를 간다는 게 영 낯설다. 호텔은 바캉스에 딸려오는 부수 요소다. 베트남 푸꾸옥으로 바캉스를 갈 수 있다. ‘JW 메리어트 푸꾸옥’에 호캉스를 가지는 않는다. 물론 나이 들면 어딜 가도 호텔에서 잘 나가지 않는다. 모든 바캉스가 호캉스다.
어린 시절엔 호텔을 좋아했다. 오해가 있을 것 같아 문장을 좀 바꾸겠다. 어린 시절에는 호텔이라는 공간을 좋아했다. 여행 갈 때마다 선정에 공을 들였다. 한때는 ‘부티크 호텔’이라는 게 인기였다. 스타일리시한 소규모 호텔이라는 뜻이다. 대형 호텔 몰개성에 질린 젊은이들이 많이 찾았다.
나도 부티크 호텔 많이 갔다. 나이 들어 내린 결론이 있다. 부티크 호텔은 대형 체인급 서비스는 자신 없는 호텔업자들이 수도꼭지와 벽지만 요란하게 바꾸고 필요도 없는 LP 플레이어 놓은 뒤 ‘스토리가 있는 호텔’이라는 말로 숙박료를 두 배로 챙기기 위해 만든 것이다. 요즘은 부티크 호텔과 모텔도 구분이 쉽지 않다. 사거리 황제모텔은 세 달 리노베이션 후 숙박료 올린 엠퍼러부티크호텔이 된다.